OECD “성장을 재개하는 韓 경제, 지속 성장을 위해선 인구 감소 대응해야”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2.6% 전망
반도체 수출이 성장 견인, '제조업 수출 전략' 유지해야
저출생 등 현안 해소하면 연평균 1%p 추가 성장 기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반도체 등 핵심산업의 수출 호조를 앞세워 성장을 재개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탄소 감축, 인구 감소 대응 등의 현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저출생과 생산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와 관련해 휴직급여 상향, 연금 개혁 등을 구체적인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OECD “하반기 물가 안정 전망, 통화정책 완화 필요”
11일 OECD는 ‘2024년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고금리와 수출 부진으로 인한 일시적 성장 약화에서 벗어나 성장을 재개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6%로 0.4%p 상향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기존 성장률 전망치 2.6%를 유지했다. 이는 우리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와 같은 수치로 한국은행 전망치 2.5%와 국제통화기금(IMF) 제시한 2.3%보다 높은 수준이다.
OECD는 성장률 개선세의 근거로 ‘반도체 수출 호조’를 꼽았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글로벌 교역량이 증가하고 반도체 수출량과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며 “수출업체의 심리가 바닥을 쳤고 경상수지도 견실한 흑자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이어 고금리·고물가로 민간 소비와 투자에 제약이 있음을 언급하면서도 물가가 안정되면서 내수도 곧 회복될 것이라 내다봤다. OECD가 전망한 올해와 내년 민간 소비 증가율은 1.4%, 2.4%다. 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올해 하반기 통화 정책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내놨다. OECD는 한국은행이 오는 2025년 중반 기준금리를 연 2.5%까지 점진적으로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출산율 제고·생산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책 투트랙 제시
다만 미·중 무역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 대(對)중 무역 축소, 가계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은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OECD는 “제조업 수출 중심 성장전략을 유지하면서 구조개혁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조개혁 과제로는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탄소 감축, 인구 감소 대응을 제시했다.
먼저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관용적인 정부 지원이 대기업과의 생산성 격차를 야기한다”며 “지원 분야를 법으로 제한하거나 상한을 설정해 지원 정책을 보다 정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규제 완화, 외국인 투자 제고 등도 제안했다. 인구 감소 문제와 관련해서는 출산율 제고와 노동인구 축소에 대한 대응책을 투트랙으로 제시했다. 출산율 제고와 관련해선 “심리적‧경제적 부담 없이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출산‧육아와 경제 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휴직급여 상향, 유연근무 활용 장려, 국공립‧직장 보육시설 확대, 고품질 공공주택 보급 등을 제시했다.
노동인구 감소와 관련해서는 “노동·연금 구조개혁을 통해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를 확대해야 한다”며 “연공급 위주 임금체계를 개선하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기대수명과 연계해 상향 조정함으로써 노동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명예퇴직 관행 축소 등을 통해 근로 기간을 늘리고,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해 외국 인력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연금 개혁 등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
OECD의 이번 2024년 한국경제보고서는 OECD가 2년 주기로 발표하는 국가별 경제보고서의 일환이다. OECD는 회원국들의 경제 동향을 분석해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권고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회원국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OECD의 공식 평가로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 등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날카로운 조언을 담고 있어 국가의 신인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로 OECD가 한국의 경제보고서를 발간할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에선 논란이 빚어진다. 지난 2020년에는 문재인 정부가 이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 가장 성공했다’며 크게 홍보하는가 하면, 2018년에는 OECD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지적했는데 당시 기획재정부가 해당 내용을 축소한 채 발표했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올해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진행된 OECD 경제개발검토위원회(EDRC) 비공개회의에서 기재부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해 달라며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보고서 초안에 담긴 권고사항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한 것”이라며 “올해는 예전에 비해 쟁점 사안이 적은 편이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의 경제보고서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생산성 격차, 노동시장 이중구조, 연금 개혁 등이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올해 보고서에서는 앞서 언급한 고질적인 문제에 더해 저출생과 생산인구의 감소 등 인구·노동 문제를 독립된 챕터로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한국 합계 출산율이 0.72명까지 추락한 점을 두고 “되지 말아야 할 영역에서 월드 챔피언이 됐다”고 꼬집으며 “이제까지 지적된 문제들을 되짚어 모든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개혁 과제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행한다면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1%p 더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