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하락 가시화, ‘중국 경기 침체·트럼프 전 대통령 강세’ 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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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연속 유가 하락세, WTI 가격 총 2.25% 감소
약세 보이는 중국 경제, 부동산 시장 침체·내수 부진 등이 원인
연준에 '고금리 기조 유지' 주문한 트럼프, 유가 하락 흐름에 일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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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침체에 원유 수요 둔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했다. 실제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하락을 거듭하는 등 경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강세가 유가 하락을 촉발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화석연료 확대 기조가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단 것이다.

중국 경기 둔화에 유가 하락세

16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근월물인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15달러(1.40%) 하락한 배럴당 80.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또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12달러(1.32%) 하락한 배럴당 83.7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락세로 유가는 사흘 연속 하락한 셈이 됐다. WTI는 지난 3거래일 동안 가격이 2.25% 하락했고, 브렌트유는 이달 들어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가 둔화한 점이 유가 하락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한다. 중국 경제 약세가 수요 불안을 자극하면서 유가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원유 수요 감소세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바 있기도 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의 하루 원유 가공량은 1,420만 배럴 수준이었다. 근 6개월 동안 가장 적은 수치다. 이에 대해 옙준롱(Yeap Jun Rong) IG그룹 애널리스트는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중국 3중 전회에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경기 부양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유가 약세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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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GDP 성장률 4.7%, 소매 판매도 2% 상승에 그쳐

실제로 최근 중국의 경기 지표는 거듭 악화하고 있다. 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3분기 4.9%(전년 동기 대비), 지난해 4분기 5.2%, 올 1분기 5.3% 성장하며 3개 분기 연속 회복세를 보였던 경제성장률이 2분기 들어 급격하게 둔화세로 돌아선 것이다.

중국 측은 홍수·재해 등 ‘단기 요인’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위축됐다고 강조했다. 당장 경제 운영이 어려움이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제 지표 하락의 원인으로 중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꼽는다. 이는 중국의 내수 관련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통계국이 발표한 경제 지표에 따르면 6월 중국 소매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2%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추정치 3.4%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내수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방 정부의 채무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중국 지방 정부의 채무는 총 7조~11조 달러(약 9,680조~1경5,2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중앙 정부 부채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자금조달용 특수법인(LGFV)을 앞세워 무작정 부채 규모를 키우다 보니 채무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시장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6월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은 지난해 동기 대비 4.5% 감소해 2015년 6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보였고, 부동산 투자 역시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업체의 자금 조달은 23% 줄었고, 신규 주택 판매액 역시 25%나 급감했다.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시장 역시 덩달아 흔들리는 모습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ESG 채권의 주요 발행 주체였던 중국 건설업계가 줄파산 위기 등으로 자금 조달을 미룬 탓이다. 실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3년 중국 3대 ESG 채권 발행사로 꼽히던 중국 진마오 홀딩스그룹과 수이온 랜드, 비야디(BYD)는 올해 들어 채권 발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년간 43억 달러(약 6조원)에 달했던 중국 개발업체의 상업용 모기지 담보 증권 판매도 올해엔 전무했다. 이렇다 보니 올해 상반기 기준 아태지역 ESG 채권 발행으로 조달된 금액도 28억 달러(약 3조9,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6% 급감했다. 이처럼 중국 내부적 경제 위기가 외부로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유가 하락이 현실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강세도 유가 하락 견인

일각에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유력한 점도 유가 하락을 촉발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내세워 온 만큼 향후 유가 하락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단 것이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을 요청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고금리 장기화는 원유 수요를 위축해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대선 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쩌면 그들(연준)은 선거 전에, 11월 5일 전에 (금리 인하를) 할 수 있겠다”며 “그것(금리 인하)은 그들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란 것을 알지만”이라고 언급했다. 11월 대선 전 기준금리를 낮춰선 안 된다고 직접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세가 오히려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 폭등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친환경 정책에 거부감을 드러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그간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세를 불리던 친환경 기업이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시선에서다.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 최대 7,500달러(약 1,037만원)를 지원하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보조금이 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 4월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지원) 명령 폐기에 서명할 것을 약속한다”고 발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IRA 보조금이 철폐되면 신규 업체의 전기차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결국 하이브리드차 등을 판매하는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공산이 크다.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시장 판도가 격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