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악화에 손잡은 건설사들, 재건축·재개발 조합도 ‘컨소시엄’ 환영하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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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경기 악화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성 악화, 시공사 모집 어려워졌다
결국 단독 시공 선호 분위기 반전, 컨소시엄 구성 허용하기 시작한 조합들
'책임 소재 불분명' 등 문제 여전, 수분양자 사이 우려 확산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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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방화3구역 조감도/사진=서울시

건설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컨소시엄(공동도급)’ 구성을 허용하고 있다. 단독 시공만을 선호하던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특히 최근엔 100가구대로 조성되는 소규모 사업장에까지 컨소시엄 바람이 불고 있다. 그만큼 건설 경기가 침체했단 방증이다.

재개발 사업 ‘컨소시엄’ 허용 사례 확대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방화3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시공사 입찰 참여 조건에서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했다. 지하 4층~지상 16층 아파트 28개 동 1,476가구를 짓는 방화뉴타운 주요 사업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9-2구역 재건축 조합도 컨소시엄 입찰 참여를 허용했다. 지하 6층~지상 25층 높이의 아파트 22개 동 1,758가구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지방과 수도권에서도 공동도급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지하 4층~지상 35층 14개 동 1,56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대전 가양1구역 재개발 조합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최근 SK에코플랜트와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부개5구역도 현대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낙점했다. 당초 DL이앤씨 단독 수주가 유력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입찰에 불참하자 조합이 올해 초 입찰 지침을 변경해 컨소시엄을 허용했다. 이들은 지하 3층~지상 29층 20개 동 2,013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원인은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건설 경기 침체

수주전의 입찰 방식 중 하나인 컨소시엄은 한 건설사가 아닌 2개 이상의 건설사가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형태다. 건설사 입장에선 자금 조달을 분담할 수 있어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사업 규모가 큰 곳은 지역 내 랜드마크로 자래매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업계에선 컨소시엄보단 단독 시공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다. 장점에 못지않은 단점이 시공 과정에서 다수 드러난 탓이다. △하자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 △같은 단지임에도 동별로 품질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요 정비 조합들이 컨소시엄 입찰을 허용하기 시작한 건,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이 하락해 시공사를 모집하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 재건축 조합은 연초부터 두 차례 이상 입찰을 진행했지만 지금까지도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도 올 2월부터 입찰을 진행했지만 경쟁 입찰이 성사되지 않아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했다. 정비 조합 관계자는 “조합이 시공사를 가려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며 “시공사 선정 무산이 지속되면 컨소시엄 입찰을 허용하는 사례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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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단점 여전하지만, 컨소시엄 추세 당분간 이어질 듯

문제는 컨소시엄의 단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가장 크게 대두된 문제는 역시 책임 소재 불분명이다. 시공사가 서로 책임을 미루다 입주민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실례로 SK건설·대우건설·현대건설이 공동시공한 고덕그라시움은 지난 2019년 10월 입주를 앞두고 시공사가 서로 하자보수 및 공용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에 책임을 미루다가 입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이렇다 보니 최근엔 컨소시엄 사업을 타진하는 시행사들에 주민들이 반발하는 사례도 생겼다. 앞서 지난해 6월 30일 산본1동1지구 재개발사업 시행사인 한국자산신탁은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포함하지 않은 채 시공사 선정 입찰 변경 공고문을 냈다. 컨소시엄까지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단 취지였지만, 주민들은 입찰 공고문에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불분명한 책임 소재로 인한 폐단에 수요자 측의 우려가 커졌음이 직접적으로 가시화한 셈이다.

다만 수분양자들의 우려와는 별개로 공동 컨소시엄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컨소시엄 방식이 건설사들 입장에선 유리한 지점이 많아서다. 컨소시엄 방식을 채택하면 건설사들은 자신이 맡아야 할 공사 면적이 줄어 부담이 적다. 또 건설사들 간의 홍보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점이 그만큼 크단 의미다.

건설 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있단 점도 컨소시엄을 확산하는 요인이다. 통산 건설 경기가 호황이면 컨소시엄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불황이면 그 반대다. 실제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이뤘던 2010년대 중반엔 조합들이 단독 시공을 통해 경쟁을 붙는 경우가 많았다. 5,816가구로 조성된 용산구 한남3구역 역시 규모가 컸음에도 조합이 ‘컨소시엄 불가’ 조건을 내걸면서 현대건설이 단독 수주한 바 있다.

반면 부동산 불경기였던 2010년대 초반엔 단지 규모가 1,000가구 이상만 돼도 대부분 컨소시엄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2013년 은평구 응암10구역에 조성된 ‘백련산SK뷰아이파크’가 대표적이다. 해당 아파트는 한남 4구역의 4분의 1 수준인 1,300여 가구였지만 SK현설(현 SK에코플랜트)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으로 수주했다.

최근엔 이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돼 100가구대로 조성되는 소규모 사업장에까지 컨소시엄 바람이 부는 양상이다. 지난해 7월 인천 부평 금성유성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이 입찰 공고문을 통해 컨소시엄 참여 허용 조건을 내건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그간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하고 싶어도 못 했었는데, 최근 다시 컨소시엄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공사비 상승 등 문제로 건설사들이 경쟁입찰을 피하고 있기에, 사업 속도를 고려하면 컨소시엄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