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 합병 본격화에 사피온 FI 절반 이상 엑시트 돌입, IPO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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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과정서 엑시트 이루는 사피온 투자사들, "합의 아래 결정된 사안"
사피온-리벨리온 합병 최종안 수용 수순, "힘 합쳐야 IPO 원활해질 것"
지난해까지 영업손실 이어 온 양사, IPO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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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설계 기업 리벨리온과 합병을 추진 중인 SK그룹 계열 사피온코리아(사피온)의 재무적투자자(FI) 절반 이상이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 리벨리온의 합병 비율을 소폭 상향하는 대신 합병법인의 주주 구성을 단순화하며 실리를 챙긴 것으로 풀이된다.

사피온 FI들, 엑시트 착수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사피온의 시리즈 A 투자에 참여한 투자자 절반 이상이 엑시트에 돌입했다. 당시 투자에 참여한 기업은 △하나증권 △GS건설 △GS네오텍 △E1 △위벤처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대보정보통신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 등이며 이들은 총 600억원가량을 사피온코리아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사의 기업가치는 3,325억원으로 산출됐다.

이들의 엑시트는 최대 주주인 SK그룹과 리벨리온 주주 사이의 합의 과정에서 결정됐다. 투자사들이 매수선택권을 행사하면 사피온이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시장에 풀려 있는 주식이 줄어든다. SK그룹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몸집이 더 큰 리벨리온(최근 기업가치 8,066억원)의 합병 비율 상승 폭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사피온의 다른 투자자들 입장에선 합병 비율이 오르기 전 엑시트를 통해 실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상호 간 ‘윈-윈’을 이룬 셈이다.

사피온-리벨리온 합병에 반발↑, 주주들 “대승적 차원에서 협상”

당초 사피온과 리벨리온의 합병 과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합병 소식이 양사 주주 모두에게 갑작스럽게 통보된 데다, 합병 비율 등에 대한 이견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양사는 합병 논의 초기 그간 시장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 리벨리온이 약 8,800억원, 사피온이 약 5,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합병 비율은 2:1로 제시됐으나, 리벨리온 측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다. 회사가 소유한 기술력을 감안하면 리벨리온이 더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다만 최근 리벨리온 측 주주들은 합병 비율에 대한 불만을 잠시 접고 최종안 수용에 몸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 경쟁으로 자금 출혈을 지속하기보다는 힘을 합친 뒤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더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기업공개(IPO)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이다. 이번 엑시트 합의 역시 다소간 손해를 감수한 결과다.

이에 대해 리벨리온 투자사 관계자는 “합병 비율 자체는 여전히 불만족스럽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를 수용했다”며 “향후 SK그룹이 갖춘 인프라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회사의 가치를 보다 높이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리벨리온의 주요 FI로는 △카카오벤처스 △서울대기술지주 △지유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 △IMM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노앤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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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 IPO 성공할 수 있을까

문제는 합병 이후 리벨리온이 IPO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미지수로 남아 있단 점이다. 가장 먼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은 건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이다. PMI 프로세스에 긴 시간이 소요되면 상장 추진 일정이 크게 밀릴 수 있어서다. 특히 사피온은 미국 법인인 만큼 현지 규제 등으로 인해 합병 작업에 더 많은 시일이 걸릴 공산이 크다. 리벨리온이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를 그대로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합병 법인이 상장을 추진할지, 리벨리온 상장 주관사 지위가 합병법인에 승계될지 정해진 게 없기도 하다.

합병 후 성장이 가시화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모두 제대로 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지난해 약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사피온의 경우 2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종 특성상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해 막대한 R&D(연구개발) 비용이 필요한데, 양사는 이를 감당할 자체 재원이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 IB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AI 반도체 칩을 개발 중엔 있지만 아직 성과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며 “기업이 인정받은 기업가치 수준이 적정한지조차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