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영끌’ 했는데 주가 반토막, 우리사주 품은 임직원들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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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만원에 받은 우리사주, 8만원대로 추락
손실 부담에 처분 골치 "퇴사도 마음대로 못 해"
대출로 산 임직원들 울상, 신용불량자 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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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 임직원들이 우리사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으로 배정된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했으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일부 대출을 지원하지만, 대출금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우리사주 손실에 우는 임직원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임직원들은 지난해 유증 청약 때 받은 주식 처분이 고민이다. 다음 달 중순 의무보유기간이 끝나면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으나 최근 SK이노베이션 주가가 10만원대로 유증 당시 신주 발행가(13만9,600원)를 밑돌고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우리사주조합 및 구주주를 대상으로 신주 818만 주(약 1조3,000억원)를 공모했고, 청약률은 87.7%를 기록했다.

우리사주 청약률은 63.8%로 총 배정 물량 163만800주 가운데 104만5,368주가 청약됐다. 유증에 참여할 수 있는 임직원은 SK온 등 계열사를 제외한 SK이노베이션 소속 1,500여 명으로 제한됐는데, 유증 결과를 직원 수로 환산하면 전체 직원의 90%가 참여한 것으로, 인당 평균 청약 규모는 억 단위로 알려졌다. 청약은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책임자 직급에서는 사실상 불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초 유증에 나섰던 롯데케미칼의 상황도 비슷하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1월 실시한 우리사주조합 및 구주주 대상 유증에서 우리사주 청약률은 60%를 기록했다. 신주 발행가는 14만3,000원으로 당시 시세(17~18만원)보다 낮았지만, 이후 주가는 하락을 거듭해 현재 8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카카오뱅크·페이도 우리사주 악몽

카카오 역시 우리사주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바닥을 찍고 좀처럼 오르지 않는 주가에 손실 회복이 부지하세월이어서다. 증권가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우리사주는 현재 평가손실 상태다. 카카오뱅크의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보면 우리사주조합은 1인당 평균 1만3,000여 주를 배정받았다.

만약 우리사주를 팔지 않고 가지고 있다면 현시점 카카오뱅크 임직원은 주당 1만7,000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공모가 3만9,000원에서 이달 16일 종가 2만2,000원을 뺀 수치로, 여기에 1인당 평균 우리사주 보유수 1만3,000을 곱하면 직원 1명당 2억2,100만원 손실이 추산된다. 반대로 상장 직후 퇴사한 직원이라면, 한 달 뒤 매도가 가능한 만큼 1주당 최소 3만원 이상의 수익 실현이 추정된다. 또는 보호예수가 해제된 첫날(지난해 8월 8일 종가 3만2,000원) 눈물을 머금고 손절했다면, 수익은 아니어도 손실 규모를 1억원가량 줄였을 것이다.

카카오페이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021년 11월 공모가 9만원에 상장했고 전체 공모주식수 1,700만 주 가운데 20%인 340만 주를 우리사주에 배정했다. 당시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카카오페이 직원은 831명으로 전체 직원의 대부분이 신청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 주가는 상장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고 우리사주 보호예수가 끝난 지난해 11월 3일 주가는 3만7,750원까지 고꾸라졌다. 이후에도 하락세를 거듭해 온 카카오페이 주가는 지난 16일 종가 기준 23,900원으로, 1주당 6만6,100원 평가손실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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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시프트업 대표/사진=시프트업

주가 뚝뚝, ‘신용불량자’ 될 판

더 큰 문제는 대부분 기업의 직원들이 은행이나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상장을 앞두고 통상 20% 정도를 우리사주조합 몫으로 배정해 공모주 청약에 우선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다만 일반청약과 달리 공모가의 절반이 아닌 100%를 넣어야 한다. 이 때문에 대출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증권금융에서 빌린 경우엔 담보 유지 비율이 60%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40% 하락할 경우 추가로 담보를 납부하거나 대출금을 갚아야 반대매매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증권금융은 우리사주 고객 대상으로 우리사주취득자금대출과 우리사주담보대출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중 우리사주담보대출은 변동금리로만 가능하다. 금리 인상기를 거치며 담보대출까지 일으킨 직원들의 경우 반대매매 불안감은 물론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 보니 우리사주 매입으로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는 토로도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한 직원은 “공모가로 우리사주를 산 직원들의 손해가 커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몇 해 전만 해도 우리사주는 좋은 기회로 여겨지는 분위기여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많이 사들였지만 현재 반대매매 코앞까지 와있는 상황이라 은행원인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에 처해있다”며 “사태가 훨씬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도 “퇴사하면 한국증권금융에서 대출받아서 산 주식은 3개월 내 상환해야 한다”며 “퇴사하면 억대 손실이라 마음대로 퇴사도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사주를 아예 실시하지 않는 기업도 다수다.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시프트업이 대표적이다. 시프트업 창업주 김형태 대표는 아예 우리사주조합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더 달콤한 당근을 사용했다. 설립 이후 임직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임직원들이 스톡옵션 행사로 이미 보유(265만5,630주)하고 있거나 보유할 수 있는 미행사물량(138만6,000주)은 총 404만1,630주에 달한다. 이는 우리사주 예상 배정분(145만 주)의 3배에 가까운 물량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회사와 임직원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란 평이 나온다. 회사가 비싼 값에 상장할수록 임직원들 평가차익이 커지는 만큼 우리사주와는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프트업은 비싼 값(PER 33배)으로 등판해 스톡옵션 평가차익만 2,400억원에 달한다. 그야말로 ‘잭팟’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