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 대출 중단에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까지 ‘가계부채와의 전쟁’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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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상승세에 강남 3구·마용성 중심으로 갭투자 증가
은행권, 가계부채 관리 위해 '투기성 자금' 대출 규제 강화
한은, 주택 가격·가계부채 등 고려해 13회 연속 금리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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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5대 시중은행이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일제히 올린 데 이어 일부 은행은 전세자금 대출을 잠정 중단했다. 정부도 오는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리를 수도권 주담대에 더 높게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와 은행권이 가계부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수 진작을 위한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쳐 향후 경기 하강 압력이 상당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신한은행, 갭투자 막기 위해 조건부 전세대출 중단

21일 신한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출 실행일에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 특정 조건이 붙은 전세자금에 대한 대출이 중단된다. 다만 대출 실행일 이전에 위 세 가지 특정 조건에 이행된 실수요자의 경우에는 전세대출이 가능하다. 이번 규제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대출이 크게 늘자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신한은행은 26일부터 플러스모기지론(MCI·MCG)도 중단한다. MCI·MCG는 소액보증금 차감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으로, 실질적으로 대출 한도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 이번 조치로 가입이 중단되면 지역별로 △서울 5,500만원 △경기 4,800만원 △ 나머지 광역시 2,800만원 △기타 지역 2,500만원씩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23일부터는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한다. 주택담보대출(신규 구입·생활안정자금)은 0.2∼0.4%포인트, 전세자금 대출은 보증기관 등에 따라 0.1∼0.3%포인트 상향된다.

전세자금 대출은 성격상 실수요에 가까운 대출로 보지만 최근 갭투자자들이 주택 매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올리고 해당 세입자에게 대출을 받아 메꾸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투기성 자금으로 지목돼 왔다. 올해 서울 집값 상승세를 견인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도 갭투자가 성행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7월까지 해당 6개 지역의 갭투자는 총 3,403건으로 서울 전체 갭투자의 46.3%를 차지했다.

5대 시중은행, 7월 이후 주담대 금리 17차례 인상

최근 은행권은 주담대 금리도 줄줄이 인상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올해 7월 이후 총 17차례나 주담대 금리를 올렸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낮은 금리를 찾아 나선 대출 수요자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주담대 잔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주담대 잔액이 이달 들어서만 2조원 넘게 불어났다. 이에 우리은행은 한 달 새 금리를 1%포인트 넘게 올리는 초강수를 택했다. 신한은행도 7월 이후 6차례에 걸쳐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금융당국도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금리를 수도권 주담대에 더 높게 적용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2월 금융당국은 0.35%포인트의 스트레스 DSR 1단계를 적용했다. 이후 그보다 강화된 2단계 조치로 7월부터 스트레스 DSR 금리 0.75%포인트를 적용하기로 했다가 시행 시점을 9월로 미룬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9월부터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 예정대로 2단계 조치를 적용하되,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0.75%포인트가 아닌 1.2%포인트로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에는 내부 관리용으로 모든 대출을 반영한 DSR 산출을 주문했다. 당국의 지시에 따라 시중은행은 정책모기지의 실제 원리금, 전세자금 대출의 실제 이자 부담액 등을 예외 없이 적용하고 대출상품과 지역, 차주의 소득에 따른 DSR 수준을 상시 파악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또 내년부터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 경영계획을 세울 때 DSR 관리계획도 수립·반영해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해당 조치와 관련해 금융위는 “향후 맞춤형 가계부채 관리와 정교한 DSR 규제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8·8 주택 공급 대책과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전세자금 대출과 주담대 금리 인상 등의 효과를 지켜본 후에도 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담보인정비율(LTV) 핀셋 조정 등 추가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LVT를 낮추면 직접적으로 대출한도가 줄어드는데 현재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경우 규제 지역(서울 강남3구·용산구)은 LTV 50%, 비규제 지역은 70%가 각각 적용한다. 다만 당국은 LVT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기금(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3대 보증기관도 전세대출 보증의 보증비율을 대출금의 70~80% 수준으로 하향하는 방안을 이르면 다음 달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보증비율은 HF가 90%, HUG와 SGI가 100%다. 전세대출 보증은 임차인의 전세자금 확보를 지원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보증비율이 90~100%에 달해 은행이 대출 심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수억원에 달하는 전세자금 대출을 내줄 수 있는 근거가 돼 전세 대출과 가계부채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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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8월 22일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한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은, 기준금리 3.5% 또 동결, 역대 최장기간 동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지난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2023년 1월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한 뒤 1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유지한 것으로 최장기간 동결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금통위는 7월 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공식화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국내 부동산과 가계대출 리스크가 확대되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를 마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물가 수준만 보면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 가계부채 증가세 등과의 상충관계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은의 연이은 금리 동결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적지 않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내수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금리 인하가 시장 기대보다 점진적으로 진행될 경우 경기 하강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란 견해도 있다. 고금리 기간 자체가 예상보다 길게 유지된 상황에서 10월과 11월에도 부동산 가격 등의 이슈로 기준금리를 연속 인하하지 못할 경우 2025년 상반기에 겪게 될 경기 충격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다. 이날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도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경기 침체 극복과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