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부당대출 늑장 대응’ 우리銀 경영진 정조준, 임종룡 거취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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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우리銀 부당대출 관련 추가 검사
우리금융 이사회 "임종룡 회장 책임질 일 없다"
단 "검찰·금감원 조사 결과에 겸허히 따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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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고와 관련해 임종룡 현 우리금융 회장이 책임질 일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조사‧수사 결과 경영진의 실책이 판명 날 경우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대한 거취 향방의 공은 검찰과 금감원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검찰·금감원에 공넘긴 우리금융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전날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관련 이사회에서 “손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한 경과 사항을 들어봤다”며 “기본적인 입장은 전 회장의 과거를 현 경영진이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 최근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금감원도 조사를 하고 있는 만큼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사와 수사 결과가 경영진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면 그에 대해 마땅히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어 “현재로서는 임종룡 회장이 책임 소지 문제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임 회장이) 먼저 행동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게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 다수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종룡 회장도 28일 긴급임원회의를 열고 검찰 조사와 금감원 수사 결과에 대해 본인을 포함해 은행장, 임직원까지 겸허히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은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로 인해 국민들과 고객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임 회장은 지주와 은행에서 현재 진행 중인 내부통제 제도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검토와 대안 수립에 박차를 가해줄 것을 주문했다. 또 올바른 기업문화 정립을 위한 심층적인 대책 강구에 주력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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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본점/사진=우리은행

금감원장 “신뢰하기 어렵다” 작심 발언

우리금융 이사회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경영진 책임이 없다고 보는 만큼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거취 향방은 검찰과 당국의 조사 결과에 달릴 전망이다. 검찰은 27일과 28일 이틀간 손 전 회장 친인척 350억원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 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우리은행 본점 및 선릉금융센터 등 사무실 8곳, 사건 관련자 주거지 4곳 등이다.

금융당국은 부당대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지난 21일부터 우리은행 본점에 검사 인력을 보내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20일 임원회의에서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 “신뢰하기 어렵다”고 작심 발언을 내놓은 직후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손 전 회장 친인척을 대상으로 부정 대출이 이뤄졌다는 외부 제보를 받아 지난 6월 12일부터 7월 19일까지 현장 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9~10월 친인척 대출을 인지한 뒤 올해 1월 관련 자체 감사에 착수한 데 이어 3월 감사를 종료하고 4월 관련자 면직 등 징계처분까지 내린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에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데 따른 조사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한 지상파 프로그램에 출연해 “새 지주 회장, 행장 체제에서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수습 방식이 과거 구태를 반복하고 있어 강하게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신뢰를 갖고 우리금융, 우리은행을 보기보다는 숨길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검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법상 보고를 제때 안 한 부분은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전 회장의 매우 가까운 친인척 운영회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 공급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영진이)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공방단계인데 당국이 범죄인으로 몰아”

다만 이런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 우리금융을 비호하는 측에서는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해당 사건이 보고 체계부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다투는 시점이란 이유에서다. 설령 우리금융 보고에 고의적인 잘못이 있었다 해도, 이 원장의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표현대로 대상이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말 그대로 사실 공방 단계라는 비판이다.

대출을 둘러싼 사법 처리가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아직 수사기관 이첩 저울질 내지 사건이 막 배당된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사법 절차를 밟더라도 무죄추정원칙이라는 형사법 대원칙을 고려하면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은 판결 선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수사기관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더 신중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은행 일선 직원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신뢰가 경쟁력이자 생명인 금융사가 금융당국 수장으로부터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비판을 받은 만큼 평판과 영업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결국 피해는 이번 금융사고 책임과 한참 떨어진 새내기 직원들이 받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 원장의 발언은 섣부른 불발탄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