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 끊긴 코넥스, 상장도 올해 겨우 2건 ‘고사 위기’
올해 이어 내년도 보조금 無, 사실상 폐지 수순
문턱 낮아진 코스닥에 코넥스 시장 잠식
일평균 거래대금·입성 기업도 대폭 축소
정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코넥스 시장에 대해 예산을 한 푼도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코넥스 상장과 유지에 드는 비용 절반가량을 국고 보조금에 의지한 코넥스 시장으로선 우려가 큰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선 시장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코넥스 보조금 ‘0원’
30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다음 달 중 발표될 내년 금융위 예산안에서 ‘코넥스 활성화 국고보조금 지원사업’ 예산은 빠졌다. 2년(2024년·2025년) 연속 보조금 ‘0원’ 기조가 이어지면서 해당 지원 제도는 사실상 폐지가 확정됐다.
2013년 문을 연 코넥스는 중소·벤처기업 자금조달 및 모험자본 중간 회수 지원을 위해 개설된 중소기업 전용 시장이다. 중소기업 전용 시장 특성상 완화된 상장 요건 및 공시·회계·지배구조 규정을 적용하고 투자자 자격·투자 규모를 제한한다. 코넥스 상장 기업은 공모를 통한 신규 자금 조달보다는 코스닥 이전상장 준비가 주된 목적이다.
당초 정부 보조금 제도는 코넥스에 새로 상장하는 모든 기업에 비용 지원을 해주는 사업이었다. 지정자문인인 증권사에 제공될 수수료, 외부감사인 수수료 등 상장 비용과 상장 유지비용의 50%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위가 이에 대한 계획을 꾸리고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으면 이를 보조사업자이자 업권 협회인 코넥스협회가 집행하는 식이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초기 혁신 기업의 자본시장 안착을 돕겠다는 명목으로 2020년부터 시작됐지만, 도입 4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코넥스에 대한 전체 지원금 규모는 2020·2021년 12억3,500만원, 2022년 7억4,800만원, 2023년 3억7,800만원으로 내리 줄다가 올해 예산부터는 아예 한 푼도 남지 않게 됐다. 1개사당 지원 한도도 2020년 9,500만원에서 지난해 6,3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예산을 관리하는 기재부가 이번 성과평가에서도 코넥스 예산 사업은 폐지하는 게 맞다고 평가했다”며 “단순 민간보조 사업에 대한 기재부 심사가 촘촘해진 격이어서 우리 당국으로서도 적극적으로 보조금을 되살리긴 쉽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코넥스 입성 기업 수 ‘급감’
보조금 폐지 방침을 재확인한 코넥스협회는 비상이 걸렸다. 정부 지원금 폐지로 코넥스 시장이 겪는 어려움이 눈으로 확인되면서다. 일각에서 코넥스 시장 ‘존폐’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코넥스협회장을 맡은 강윤근 코나솔 대표는 “집행률이 낮다고 해서 보조금을 없애면 안 그래도 위축된 시장의 씨를 더 말리는 격”이라며 “오히려 이럴수록 지원 규모를 조금이라도 늘려줘야 한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코넥스 상장 기업 지원금을 없앤 것은 해당 시장이 최근 부진을 겪는 탓에 정책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넥스 신규상장은 2017년 이익 미실현 기업에 대한 코스닥 특례 상장 도입에 따라 감소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이 상장 문턱을 낮추면서 제3 시장으로서의 역할이 줄어든 결과다.
이에 코넥스 시장에 입성하는 기업 수도 2016년 50개사에서 2017년 29개사, 2018년 21개사, 2019년 17개사, 2020년 12개사, 2021년 7개사로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14개사가 상장돼 명맥을 유지하는 듯했으나, 올해 상반기 기준 신규 상장 기업은 단 2곳에 불과해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엔 사실상 역부족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매년 상폐 기업도 급증, 상반기만 8곳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현재 하반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상장폐지 기업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코넥스 상폐 기업은 지난 2021년 5개사에서 2022년 7개사, 2023년 10개사 등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로, 이 중 부정적 사유로 인한 상장 폐지는 4개사에 달한다. 베른·젬·피노텍 등 3곳은 외부감사인의 의견 거절로 상장 폐지됐고, 피코는 재작년 감사의견 거절과 작년 사업보고서 미제출 문제가 겹쳐 짐을 쌌다. 올해 역시 상반기 기준 8개사로, 지난해 동기 대비 높은 수준이다.
코넥스 시장을 향한 투자자들의 거래도 갈수록 줄어드는 형국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코넥스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억9,000만원으로 이는 전년도(24억7,000만원) 대비 27.5% 감소한 수치다. 코넥스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지난 2021년 74억1,500만원에 달했으나 2022년 22억3,600만원으로 급격히 내려앉은 뒤부터는 20억원 선을 간신히 유지하는 등 유동성도 위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