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효과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 두 달 연속 하락세
대출 규제에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 2달 연속 하락세
12억 5천만원에서 11억대로 떨어져
노도강, 금관구 지역 하락세 가파른 편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최근 주춤해지면서 실거래되는 아파트 가격도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지난 8월부터 정부가 대출 규제에 나선 탓으로 풀이된다. 실거래된 아파트들의 평균 연령도 최근들어 부쩍 높아진 추세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서울에서 매매거래된 아파트의 평균 거래금액은 11억9,414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에는 12억4,677만원, 7월에는 12억2,953만원을 기록한 바 있다. 아파트 거래는 최대 한 달간 신고 유예가 있는 만큼 9월 집계가 끝나지는 않았으나, 4일 까지 집계된 9월 거래 평균 가격은 11억564만원으로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다.
대출 규제 효과에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세로 돌아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꺾인 것은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다섯째주(9월 3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10% 올라 28주 연속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일주일 전(0.12%)보다 0.02%p 줄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8월 둘째주에 0.32% 올라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상승폭은 9월 들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둘째주에 0.23%를 찍은 뒤 셋째주 0.16%, 넷째주 0.12%, 다섯째주 0.10%로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대출 규제에 들어가면서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 반영됐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출 규제로 강남권 등 상급지와 목동 등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지만, 그 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출 규제로 대출 비중이 높았던 중저가 및 비인기 지역의 경우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더욱 컸다. 노원구의 경우 8월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6억5,978만원을 기록했지만, 대출 규제 시행 이후 호가와 실거래가 하락하면서 1개월 만에 평균 거래가격이 6억131만원으로 8.8%가량 빠졌다. 특히 강북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은 같은 기간 6억6,627만원에서 5억8,376만원으로 12% 넘게 하락했다.
대출 규제 강화에 매물 감소가 평균 가격 하락 부채질 한 것
노·도·강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대출 규제 강화로 전세 및 매매 거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 가격 하락을 부채질 했다고 지적한다. 지난 8월 초까지만해도 부동산 구매 수요가 강하게 있었으나, 8월 하순부터는 정책 대출 지원금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발 길이 끊겼다는 설명이다. 이어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노후 아파트 안전 진단 절차 생략 등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동북권 일대 아파트 가격상승에는 큰 재료가 되지 못한다는 설명도 내놨다. 정책적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 더 부동산 시장에 큰 변수가 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지수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재건축이 가시화된 목동과 용산, 강남 일대의 상급지 수요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양천구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 가격은 12억5,392만원으로 전월 평균 가격인 11억7,513만원보다 7% 가량 가격이 상승했다. 목동신시가지의 경우, 6단지의 첫 정비사업 구역 지정과 더불어 올해 3월 단지 종상향의 전제조건이었던 기부채납 문제가 개방형 녹지 조성안 채택으로 해결되면서 사업성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일부 단지의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용산구 역시 지난달 40억원대 규모의 고가 아파트 거래가 이어지며 평균 아파트 가격도 지난 8월 20억3,895만원에서 지난달에는 21억5,893만원으로 5.8%가량 집값이 올랐다.
대출 규제에 상급지, 하급지 격차만 심화될 것 지적도
대출 규제 강화 기조에 대출 비중이 높은 저가 지역 아파트의 거래가 줄면서 속칭 상급지와 하급지 사이의 아파트 가격 격차가 더 벌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교육, 교통, 주변 시설 등이 뛰어난 상급지에만 수요가 몰리고, 그 외 지역은 수요 이탈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4일 KB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시세에 따르면 ㎡당 평균 5분위 아파트 배율은 3.6배를 기록했다. ‘㎡당 5분위 배율’은 주택가격 상위 20%의 ㎡당 평균 가격(5분위 가격)과 주택가격 하위 20%의 ㎡당 평균 가격(1분위 가격)을 나눈 것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KB국민은행 담당자는 2016년 1월 관련 집계를 시작 이후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내 양극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 규제가 수요 쏠림을 더 가시화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금 보유액이 많은 일부 계층이 상급지 주거를 대출 없이 구매할 수 있어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대출 의존도가 높은 하급지의 경우 정부 대출 정책에 따라 수요가 유동적으로 변하면서 가격의 정책 탄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