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중국 경제, 최대 규모 부양책에도 ‘일본화’ 우려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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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살리려 대규모 부양책 내놨지만 경제 전망은 빨간불
부동산 이어 국채 거품도 터지나, 중국의 일본화 우려
중앙은행, 유동성 공급 이어 재정 부문도 동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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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달 정책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등 침체된 내수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수요 회복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은 대규모 부양책에 시장이 환호하고 있으나, 사실상 중국 경제가 ‘일본화’(Japanification)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부양책에 中 증시 급등, 중학개미들 환호

7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지난 주 국내 상장돼 있는 ETF(상장지수펀드)수익률 1~5위가 모두 중국 관련 ETF였다. 1위는 KOSEF 차이나A50커넥트레버리지MSCI(합성H)로, 기간수익률 38.48%를 기록했다. 이어 2위에 KODEX 차이나과창판STAR50(37.29%), 3위에 SOL 차이나육성산업액티브(35.90%), 4위에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35.49%), 5위에 ACE 중국본토CSI300레버리지(34.71%)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차이나 ETF의 급등세는 지난달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이후 내수 회복 기대감에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말 중국 인민은행은 은행 지급준비율 (RRR·지준율)을 0.5%포인트 내리고, 금융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 위안(약 189조원)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또 정책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환매 조건부채권(역레포) 거래를 통한 공개시장 조작을 실시해 7일물 금리를 1.7%에서 1.5%로 0.2%p 내리고, 중국 경기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인하하기로 했다.

부양책 발표에 중국 주식시장도 속등하며 화답했다. 중국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 지수는 한 주간 15.7% 급등했으며, 항셍테크지수는 20.2% 뛰어올랐다. 증권가에서도 중국 정부의 발표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관례를 벗어난 정책 대응은 최고지도부가 경기부양에 진심임을 시사한다”며 “주식시장 측면에서도 정부의 부양 의지가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장기투자자금 시장 유입 촉진, 개인투자자 보호 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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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화’ 직면한 중국, 국채금리 20년 만의 최저치 경신

다만 역대급 경기 부양책에도 중국 경제 전망은 여전히 빨간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국채 수익률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중국과 일본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대 초반으로, 중국이 더 높은 상황이지만 중국은 20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어 이 추세가 지속한다면 우위가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주 중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2.14%로 하락해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일본은 2.07%까지 상승했다. 절대 수준으로는 1% 내외인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 다음으로 낮고 작년 11월 이후 하락 속도도 가장 빠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 막 1만 달러(약 1,340만원)를 넘고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00%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국채금리와 국채 가격은 역비례 관계로, 국채금리가 2% 내외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국채 시장에 낀 거품이 붕괴 일보 직전까지 왔다는 의미다. 국채 시장에서마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거품이 무너지면 큰일이다. 1990년대 일본의 자산시장에 낀 거품이 주식, 부동산, 국채 순으로 무너지는 것과 동일한 경로를 겪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도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블룸버그는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경제난이 부동산 침체, 물가 하락, 대출수요 둔화로 인해 1990년대 일본이 경험한 불황과 같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 폭락 이후 소비자와 기업이 부채 상환을 선택하는 현상은 일본이 수십 년 동안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지게 된 요인이었다”고 지적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던컨 리글리(Duncan Wrigley)도 “중국은 부동산 침체, 대차대조표 조정 문제, 자산 가격 조정, 인구 감소 등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졌을 때 겪었던 주요 특징들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中 ‘증량 정책’ 발표 예고

중국 당국이 또 다른 부양 패키지 발표를 예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7일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에 따르면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오는 8일 정산제 주임(장관급)과 류쑤서·자오천신·리춘린·정베이 부주임이 참석한 가운데 ‘패키지 증량(增量) 정책의 시스템적 이행, 경제 상승 구조 개선 및 발전 추세 지속 호전’ 상황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증량정책이란 정부 투자와 국유기업 자금 운용 확대 등을 포함한 확장적 재정·금융정책을 의미한다.

이번 기자회견은 국경절 연휴(10월1일∼7일) 전인 지난달 26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이 시진핑 총서기(국가주석) 주재 회의에서 “우리나라(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에는 결코 변화가 없지만, 현재 경제 운영에는 일부 새로운 상황과 문제가 나타났다”며 “중점과 능동적 역할을 꽉 잡고 증량정책의 효과적 이행과 추가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중앙정치국은 재정·통화정책과 역주기조절(逆周期調節·경제가 하방 압력을 받으면 금리 인하 등으로 완화하고 상승세가 과열되면 열기를 식히는 거시경제 정책) 강도 상향, 필요한 재정 지출을 통해 기층 3보(三保·작은 지방정부의 기본적 민생과 임금, 운전자금을 보장함) 사업을 잘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경제의 뇌관인 부동산 문제 해결 대책도 강구할 방침이다. 인민은행이 앞서 내놓은 주담대 금리 인하 외에 주택 구매 제한 정책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 주요 대책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