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인도 태양광 업체들이 반사 이익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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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고율 관세 부과
미국 업체들 인도로 생산 기지 전환 중
한국 한화솔루션, 그간 쌓인 재고 소진 기대

미중 갈등에 쫓겨난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빈자리를 인도 기업들이 채워넣으면서 태양광 시장 판도가 변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미국 태양광 산업에서 중국 제품들이 배제되면서 인도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인도 최대 재생에너지 기업 중 하나인 리뉴의 수만트 시나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면서 인도산 태양광 부품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일부 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에서 인도가 중국의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리뉴가 태양광 부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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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ochin International Airport Limited

중국이 공급하던 저가 태양광 패널 시장, 인도로 바톤 넘어가

저가형 중국산 태양광 패널 위주로 돌아가던 시장이 미중 갈등으로 인해 인도로 이동 중인 모습이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지난해부터 중국산 태양광 패널 및 관련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고, 때문에 생산 단가를 낮추려던 기업들이 중국의 대안으로 인도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 기업들이 관세 회피를 위해 인근의 동남아 국가에서 생산을 이어가자, 지난 1일 미국 상무부는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수입되는 태양광 패널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미국 진입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로 미국 주요 업체들이 선택한 생산국이 인도다. 우드 맥켄지는 중국 및 동남아 이외 지역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패널이 향후 5년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업체들이 인도를 생산 기지로 선택하면서 그 중 약 40%를 인도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인도로부터 패널 및 셀을 18억 달러 가량 수입했다. 2022년 2억5천만 달러 대비 일곱배 증가한 수치다.

인도 태양광 부품 제조업체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이후 미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 패널을 공급하는 인도의 와리 에너지는 지난해 향후 4년간 10억달러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캐나다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헬리엔의 경우 기존에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서 셀을 조달했지만, 인도로 구매처를 변경하면서  관세의 영향을 피했다. 마틴 포흐타룩 헬리엔 CEO는 “가장 큰 장점은 그들이 중국산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정부 지원에 재생 가능 에너지 시장에 막대한 투자 이뤄져

재생 에너지 전문 업체인 솔라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인도의 태양 에너지 설치 용량은 약 82기가와트(GW)로 지난해 대비 22.5% 증가한 수치라는 설명이다. 이어 인도의 재생 가능 에너지 전체 설치 용량은 143.4GW로 ,인도 전체 발전 용량의 32%를 차지한다. 영토 규모 대비 발전소 설비가 턱없이 부족한 인도의 사정상 가정에서 쉽게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었던데다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기술 혁신, 환경 인식 등이 골고루 작용했다는 것이 솔라쿼터의 설명이다.

이어 자이살메르 사막 투어 등으로 한국에도 익히 알려진 인도 구자라트 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단지가 태양광 발전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 완공된 태양광 발전소는 구자라트주 카브다(Khavda)에서 551MW 규모의 태양광 기반 전력을 생산한다. 운영사인 AGEL의 구트남 아다니(Gautam Adani) 회장은 5년 내에 카브다 지역에서 30GW의 재생 에너지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인도 전체의 재생 에너지 기준 약 20%에 달라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인도 및 아랍 지역의 사막은 태양광 발전에 최적 입지를 갖춘데다, 복잡한 설비없이 저가형 패널 설비만으로 손쉽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시장이 빠르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지난 4월 우드매켄지 등 재생에너지 전문 분석 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유틸리티 태양광 평균 균등화발전원가(LCOE)는 메가와트(Mwh)당 70달러 선으로, 지난 2022년 100달러 선에서 20% 이상 하락했다. 관계자들은 인도 및 주변 국가들에서 태양광 발전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한화솔루션도 반사이익 전망

국내 업체 중 미국 현지에서 태양광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한화솔루션도 반사 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중국산 패널에 대한 고율 관세가 확정되고, 동남아로 우회 수출 전략도 사실상 차단되면서, 그간 재고로 쌓여있던 패널 제품의 판매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당초 현지 생산라인을 크게 늘리며 태양광 셀·모듈을 대량 생산해왔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시장 수요 감소에 대부분이 창고에 쌓인 형편이다.

미국에서 한화의 태양광 제품 재고 회전율은 1년6개월 수준이다. 이로 인한 재고평가손실 발생에 지난해 4분기 2,32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바 있다. 전분기에는 4,177억원이라는 분기별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태양광 수요약화 등에 3개월 만에 큰 손해가 난 것이다. 적자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져, 2,166억원의 적자를 냈다. 단, 올해 중순부터 미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서 쌓인 재고의 소진과 함께 실적 및 수익성 회복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