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양적 완화의 ‘시장 신호 기능’은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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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완화, 통화 정책 시그널로서의 효과성에 의구심 제기
양적 완화 이후 일정 ‘통화 정책 기조 유지’ 증거 없어
명확한 ‘시장 소통 방식’ 찾고 ‘비용 효과성’ 철저히 검증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앙은행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사용하는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QE)는 본연의 목적 외에 향후 통화 정책의 방향을 시사하는 신호 채널(signalling channel)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간 경기 침체 대처를 위한 잦은 양적 완화 조치로 시장 신호 기능으로서의 효과성이 줄어들고 있음이 여러 방면에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다가올 경기 침체에 대비해 중앙은행들은 양적 완화의 신호 기능에 의존하기보다 더 명확한 시장 소통 방법을 강구해야 하며, 양적 완화 자체의 사용 여부도 비용 효과성을 철저히 검토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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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양적 완화, ‘통화 정책 신호 채널’ 효과성에 의구심

각국 중앙은행들은 향후 경기 침체가 닥쳐올 경우 양적 완화 정책을 다시 사용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 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 온 양적 완화의 효과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적 완화 조치가 중앙은행의 향후 통화 정책 방향을 시장에 알리는 신호 채널로 기능한다는 믿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government bonds) 등의 금융 자산을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통화 정책으로, 특히 금리가 하한선(lower bound)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대출을 활성화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이 같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양적 완화의 첫 번째 기능은 해당 경제 단위의 자산 구성에 변화를 줘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재구성(portfolio balance)하게 함으로써 자산 가격의 변화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기능은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liquidity channels) 시장 기능과 주체들의 확신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차입 비용 감소를 통한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가 중앙은행의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통화 정책 방향에 대한 힌트를 통해 시장의 기대를 형성하는 신호 채널로서의 기능인데, 시장이 정상적인 상황에 놓여있을 경우 앞선 두 가지와 함께 그간의 통화 정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양적 완화 이후 일정 ‘금리 기조 유지’ 증거 없어

이렇게 양적 완화가 시장 신호 효과를 발휘하는 주요 메커니즘은 시장 금리가 하한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도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한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알리는 기능에 있다. 하지만 양적 완화를 위한 자산 구매 방식이 비효율적이거나 지나치게 자주 사용될 경우 신호 채널로서의 효과성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과, 중앙은행이 성공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가 오히려 금리 인상 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역효과도 존재한다.

또한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대량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냄으로써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경감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재무부가 중앙은행의 자산 포트폴리오 손실을 보증하는 영국이나 장기 채권을 보유한 중앙은행들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이론이다. 비슷한 논리로 양적 완화가 상당 기간 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킬 것이라는 신호를 줘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장단기 채권 금리를 낮춘다는 가설도 존재하지만, 향후 금리 운영에 대한 보다 명시적인 지침을 두고 양적 완화만을 신호로 사용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또한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를 시장 신호 도구로 사용하거나 양적 완화 이후 일정 금리 기조가 유지됐다는 증거도 제시된 바 없다.

양적 완화 시행 여부, 철저한 ‘비용 효과성’ 검증 통해 결정해야

양적 완화 신호 기능의 또 다른 메커니즘은 중앙은행의 경기 전망을 시장에 알리는 것으로, 현재 경기가 당초 전망보다 침체돼 있다는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이 역시 이론적으로는 시장이 향후 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믿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저축을 늘리는 등 경기 회복 목표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경제 주체들이 금리가 장기간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이미 믿고 있는 상황이라면 신호로서의 효과는 전무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울러 양적 완화가 진행되는 기간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동시에 양적 완화 종료 시점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반대 방향 기대가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양적 완화 시행 기간 중 영국 통화정책위원회(Monetary Policy Committee, MPC)가 금리 인상을 결정한 사례는 신호 효과에 대한 의문을 크게 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심 질문은 향후 경기 침체 상황 해결을 위해 중앙은행들이 양적 완화를 다시 사용해야 하는가에 집중돼 있다. 최근 각국 통화 정책에서 양적 완화가 주요 수단으로 사용돼 왔지만, 그 효과성은 물론 대규모 자산 구매에 따르는 비용 문제 역시 의구심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의 분석을 통해 도출된 답은 앞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제 위기 대처에 있어 양적 완화를 ‘당연한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사용이 결정됐다 해도 시장 포트폴리오 재구성 및 유동성 공급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 명시적 지침을 통해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방식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자산 구매를 통한 양적 완화 조치가 국가 경제에 비용을 넘는 순기능을 가져올 것인가 여부에 있다.

원문의 저자는 리처드 바웰(Richard Barwell) BNP 파리바 자산운용(BNP Paribas Asset Management) 거시 경제 연구 및 투자 전략(Macro Research and Investment Strategy) 책임자입니다. 영어 원문은 Revisiting the signalling channel of quantitative easing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