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민간중금리대출 잔액 급증, 시중은행 대출 규제 ‘풍선 효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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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저축은행 민간중금리대출, 전년 동기 대비 70.7% 늘었다
고금리 부담 속 불어나는 저축은행 업권 연체 규모
제2금융권 가계대출 상황 주목하는 당국, 규제 본격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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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저축은행의 중·저신용자를 위한 민간중금리대출 취급액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시중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금융 소비자의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에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에 몰린 대출 수요

21일 저축은행중앙회 상품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저축은행 업권의 민간중금리대출 잔액(사잇돌2 대출 제외)은 2조4,82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546억원) 대비 70.7%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 건수는 8만8,384건에서 15만3,696건으로 6만5,312건(73.8%) 증가했다. 민간중금리대출이란 신용 하위 50% 이하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 상품으로, 올해 하반기 저축은행업권의 민간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은 17.25%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 대출 잔액 급증의 원인으로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를 지목한다. 최근 정부와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우선 정부는 지난달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를 시행, 차주들의 대출 한도 조이기에 나섰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더하는 제도다. 2단계 스트레스 금리는 0.75%p 수준이며,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1.2%p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이에 시중은행권은 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유주택자 주담대 취급을 줄줄이 제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동참하고 나섰다.

대출 규제가 본격화한 이후 시중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눈에 띄게 위축됐다. 17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1조6,892억원으로 9월 말(730조9,671억원) 대비 7,221억원(일평균 45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시중은행 대출길이 좁아지자, 시중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인 대신 저축은행권 대출 잔액이 늘어나고 있다”며 “금융 소비자들의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몰리며 이른바 ‘풍선 효과’가 발생한 셈”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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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동반 상승 흐름

문제는 저축은행권의 연체 규모가 대출 잔액과 함께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총 8조2,050억원 규모로, 지난해 말 대비 20.3%(1조3,852억원) 늘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며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서민들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체 규모가 가장 큰 저축은행은 1조1,207억원의 연체를 떠안은 OK저축은행이었으며, SIB저축은행이 6,016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이 4,95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페퍼저축은행(3,701억원) △웰컴저축은행(3,621억원) △다올저축은행(2,750억원) △상상인저축은행(2,704억원) △애큐온저축은행(2,287억원) △OSB저축은행(2,038억원) △바로저축은행(1,991억원) 등이 연체 보유량 상위 10개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당국, 제2금융권 ‘주시’

저축은행권의 여신 취급액과 연체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당국의 제2금융권 규제 여부에 쏠리고 있다. 지난 1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저축은행·상호금융·여전업계 및 협회 실무자들을 불러 2금융권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당국은 단순히 가계대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으나,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권에 가했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을 제2금융권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에 무조건적으로 규제 칼날을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들어 서민들의 대출 문턱이 눈에 띄게 높아진 만큼, 갑작스럽게 규제를 강화할 경우 다수의 금융 취약계층이 벼랑 끝에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서민들은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지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상품을 이용한다”라며 “경기 침체로 생활고를 겪는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 사채 시장 등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국내 카드 대출 및 연체 현황’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8곳(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비씨, 롯데, 우리, 하나)의 8월 말 기준 카드대출 잔액은 총 44조6,650억원에 달했다. 이는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 같은 카드대출 잔액 증가세와 관련해 강민국 의원은 “카드대출과 연체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은 결국 은행에서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취약 차주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음에도 카드론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게 된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