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전자’로 떨어진 삼성전자, ELS 조기 상환도 물 건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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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8만 전자'에서 6개월 새 '5만 전자'까지 하락
이달 첫 조기 상환에 실패한 투자금만 5,000억원 육박
삼성전자 주식형 ELS에선 원금 20% 손실 발생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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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주가가 연일 52주 신저가를 다시 쓰면서 삼성전자 보통주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 이달까지 조기 상환에 실패해 묶여 있는 투자금만 5,000억원에 육박한다. 다만 삼성전자의 주가가 저점에 도달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신규 ELS 투자자의 경우 조기 상환과 투자금 회수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ELS 조기 상환, 지난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까지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ESL 118개 상품이 조기 상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조기 상환한 상품 323건의 3분의 1 수준(36.3%)에 불과한 저조한 실적이다. 이달 조기 상환에 실패한 삼성전자 ELS 규모는 약 4,915억원으로 대부분이 6개월 전 발행된 ELS 상품이다. 올해 4월 홍콩 H지수의 급락으로 관련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국내 증시의 대표 우량주인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ELS는 보통 만기 3년 동안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주식의 만기일 가격이 발행 때 기준 가격보다 50% 넘게 하락하지 않으면 연 7% 안팎의 수익률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만기일 전에도 조건을 충족하면 일찍 투자금과 이자를 찾을 수 있는데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 상환 평가일에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기준가의 85~95% 이상이면 투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다. 흔히 이 조기 상환 기준을 배리어(barrier·장벽)라고 부른다.

기초자산에 삼성전자를 포함한 ELS 중 조기 상환에 성공한 사례는 지난달 20일 한국투자증권의 ‘트루(TRUE) ELS 제16962호’가 마지막이었다. 올해 3월 20일 발행된 해당 ELS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이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지난 3월 8일 종가를 기준 가격으로 한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7만6,900원이었고 1차 조기 상환 평가일 삼성전자 주가는 6만6,300원으로 배리어(기준 가격의 90%)인 6만5,365원을 상회하며 조기 상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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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삼성전자 주가 고공행진에 투자금 137% 늘어

10~11월 조기 상환 평가일이 돌아오는 ELS가 발행됐을 때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높은 주가 상승을 시현했다. 당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며 조기 상환도 증가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를 기초지수로 하는 ELS는 49개, 총 658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27개, 277억원) 대비 137.54% 늘었다. 지난해 1분기에는 4개 종목에서 완판에 실패했지만, 올해는 49개 상품 모두 발행 금액을 채웠다. 또 같은 기간 조기 상환된 삼성전자 ELS는 45개로, 전년 동기(27개) 대비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지난 4월 발행한 ELS는 이달부터 조기 상환 시기가 도래했지만, 배리어를 충족하지 못하며 줄줄이 자동 연장됐다. 4월 삼성전자의 평균 주가는 8만700원으로 배리어 85%를 적용하면 삼성전자의 주가가 6만8,600원을 넘어야 조기 상환이 이뤄지는데 이달 삼성전자의 평균 주가가 5만9,800원에 그치면서 조기 상환이 어려워졌다. 5월 발행 상품 역시 다음 달 1차 조기 상환 평가일이 돌아오지만 현재 추세를 보면 역시나 배리어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상품들의 경우 아직까지 투자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녹인(knock-in)과는 격차가 있다. ELS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가입 시점보다 50% 이상 한 번이라도 떨어지고, 만기 시점에도 30~35%가량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나는데, 상환만 지연될 뿐 아직 원금 손실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례로 삼성증권의 ELS 제29634회는 삼성전자가 장중 최고가를 찍었던 지난 7월 12일 기준 가격(8만4,400원)으로한다. 녹인 기준은 기준 가격의 45%인 3만7,980원이다. 만기일인 2027년 7월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현 주가보다 33%가량 더 빠지지 않으면 된다.

삼성전자 반등하지 못하면서 ELS 투자자들 희비 교차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ELS 투자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현재 ELS에 가입해 이번 달 조기 상환에 실패한 투자자들은 6개월 뒤인 내년 4월을 기약하게 됐다. 두 번째 조기 상환 기회는 문턱이 더 낮은데 통상 발행 당시 기초자산 가격의 80% 이상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설계돼 있다. 그렇지만 주가가 지금 수준으로 유지되면 내년 4월에도 조기 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투자자들은 또다시 6개월을 기다려야 하므로 자금 운용계획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수 혼합형이 아닌 주식형의 경우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주식형 ELS는 단일 기초 자산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국내 주식형 ELS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현재 삼성전자 ELS 발행액은 1,340억원 수준으로 주식형에 활용되는 기초자산으로서는 오랜 기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와 재작년에도 각각 1조4,000억원 안팎의 발행량을 기록하며 개별 종목 중에서는 기초자산으로 가장 많이 쓰였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단일 기초자산으로 쓰인 주식형 ELS 투자자의 경우 주가가 극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일반적으로 주식형의 경우 상환 조건이 기준 가격이 기초자산의 100% 이상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4월 하나금융투자에서 내놓은 제12305회 파생결합증권(주가연계증권)은 기초자산이 삼성전자 보통주인데 상환 시기에 기준 가격 8만3,900원을 넘어선 적이 없었고 결국 만기평가일인 지난 15일 원금손실 20%가 확정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당 ELS의 수익 기준이 타 상품에 비해 엄격하기는 하지만 이 상품뿐 아니라 지난해 주가 고점 부근에서 발행돼 곧 만기가 도래하는 주식형 ELS의 경우 당장에 손실 구간에서 벗어나는 게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투자자와 달리 지금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사실상 바닥에 위치해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가 52주 최저가 부근에서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기준 가격의 20% 이상 하락하며 조기 상환이 지연되거나 원금 손실 발생하는 기준선인 녹인 배리어 밑으로 급락할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