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받겠다” 토스의 야심 찬 미국행, 극명한 단점에 짙어지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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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침체에 기업가치 평가 절하 우려
美 시장, 진짜 리스크는 상장 후?
한국 기업 줄줄이 상폐, 버텨도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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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플랫폼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가 미국 증시 상장에 나선다. 당초 2025년을 목표로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준비해 왔지만, 미국 시장에서 보다 안정적인 가치를 평가받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다만 시장에서는 앞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낮은 성적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가 짙어지고 있다.

핀테크 부진’ 한국 시장에서 눈 돌려 미국행

1일 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올해 초부터 준비해 오던 국내 IPO(기업공개) 절차를 중단하고,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 중이다. 토스는 지난 2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본격적인 국내 상장을 추진해 왔다. 당초 토스는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비용 효율화 및 서비스 확장 작업에도 속도를 냈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기준 연결 영업이익 2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토스의 기업 가치가 10조에서 많게는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토스는 국내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과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저울질한 결과 미국행을 택했다. 국내 증권 시장 내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에 기업 가치 평가 절하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0월 국내 주식 일평균 거래량(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합계)은 약 12억6,969만 주로, 1월과 비교해 28.1% 줄었다. 일평균 거래대금 또한 15조7,425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18.7% 감소했다.

국내 증시에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종목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점도 토스의 미국행을 부추겼다. 미국 시장의 경우 자금 동원 규모가 국내보다 크고 핀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토스뱅크, 카카오뱅크와 함께 인터넷은행 3사로 언급되는 케이뱅크의 상장 연기 소식도 시장의 침체 분위기를 방증했다. 케이뱅크는 연내 증시 입성을 목표로 상장 절차를 추진했으나, 수요예측 단계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상장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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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규제 리스크 등 단점 극명

문제는 토스의 미국 증시 도전에 단점도 분명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는 입장하는 것보다 생존하는 게 더 어려운 시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장 자체는 국내보다 난이도가 낮을 수 있지만, 준비 비용에 대한 부담과 함께 추후 퇴출에 대한 리스크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상 미국 주식거래소 상장 유지 기준은 최근 30거래일간 주가 1달러 이상이면서 기업가치는 5,000만 달러(약 692억원)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과 미국의 회계기준이 다르고 공시 기준이 까다롭다 보니 인력과 비용의 추가 지출도 수반된다.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토스는 수익의 대부분을 국내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이다. 주요 서비스인 송금과 중개, 광고, 간편 결제, 증권, 인증 등이 모두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곧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에 따라 재무성과 또한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환율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국내에서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미국 공시 상 실적에는 축소 반영될 수 있다.

규제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를 받는다. 이미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 아래 사업을 운영하면서 미국 증시의 규제 또한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대규모 과징금 및 과태료 처분을 받은 토스 입장에서는 규제 리스크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데, 비교적 제재 강도가 더 높은 미 금융당국에 대한 규제 리스크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서 토스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사용한 혐의로 금감원으로부터 과징금 53억7,400만원, 과태료 6억2,800만원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상장폐지·주가 폭락’ 한국 기업 수난 시대

시장에서도 토스가 미국 증시에 먼저 진출한 여타 국내 기업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2000년 이후 상장한 두루넷과 미래산업, 하나로텔레콤, 이머신즈, 웹젠, 픽셀플러스 등이 모두 상장 폐지된 데다 비교적 최근에 상장한 쿠팡(쿠팡Inc)과 네이버웹툰(웹툰엔터테인먼트) 역시 공모가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주가는 지난 10월 31일 종가 기준 25.79달러로, 공모가(35달러)와 비교해 25.8% 하락했다.

네이버웹툰은 훨씬 큰 하락 폭을 맞았다. 같은 날 네이버웹툰의 10.40달러로 장을 마치며 공모가(21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네이버웹툰의 첫 거래일이 올해 6월 27일이었음을 고려하면 불과 4개월 남짓한 기간 ‘반토막’의 성적을 거둔 셈이다. 단기간의 주가 폭락은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을 불러오기도 했다. 지난 9월 네이버웹툰 투자자들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이사를 비롯해 모건 스탠리, JP모건, 도이치방크 등을 상대로 미국 증권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네이버웹툰 측이 증권 등록 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의도적으로 누락해 주가가 부진한 만큼 책임이 크다는 내용이다. 다만 해당 소송은 현재 원고 측 대표자 선정을 이유로 중지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