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가격 안정에 10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 1.3%, 힘 얻는 금리 인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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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물가 상승률 3년 9개월 만에 최저
기록적 폭염에 채소류 물가 고공행진
디플레이션 우려에 금리 인하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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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1%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안정세를 보였다. 석유류 물가가 내리며 전체 물가를 끌어내린 가운데 채소류 물가는 높은 상승률을 지속했다.

석유류 가격 안정화가 상승 폭 줄여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69(2020년=100)로 전년 동월(113.37) 대비 1.3% 상승했다. 이같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21년 1월(0.9%)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팬데믹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악재가 맞물리며 2022년 7월 6.3%까지 치솟았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점차 꺾여 올해 4월(2.9%)부터 8월(2%)까지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 바 있다.

석유류 가격이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10.9%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체 물가를 0.46%p 끌어내렸다. 휘발유(-10.6%)와 경유(-16.1%) 모두 안정화를 보였고, 공업제품은 1년 전과 비교해 0.3% 하락하면서 2021년 2월(-0.8%) 이후 44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 탓에 작황이 부진해진 채소류 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달 채소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6% 오르며 전체 물가를 0.25p 끌어올렸다. 특히 배추(51.5%), 무(52.1%), 상추(49.3%) 등의 가격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사과 가격은 1년 전보다 20% 떨어졌다.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신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 1.2%, 1.6% 올랐다. 신선식품 중 신선어개는 같은 기간 0.2% 올랐고, 신선채소는 15.7% 뛰었다. 반면 신선과실은 10.7% 내렸다. 물가의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1.7% 올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로 활용하는 방식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물가 역시 1.8% 올랐다.

이와 관련해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년 전과 비교해 채소와 서비스 부분에서 상승폭이 확대됐지만,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면서 전체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과실류 등은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편익 기대감 커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9월(1.6%)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를 기록하면서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는 모양새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저하해 내수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10월 11일 개최)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당시 회의에서 “8월 이후 내수 회복세가 더디고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를 밑돌고 있다”고 짚으며 “정부 거시건전성 정책의 효과 등으로 주택시장 과열이 다소 진정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를 확인했으니 통화정책 긴축 정도를 조정할 타이밍”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위원도 다른 위원도 “내수 부진의 영향이 누적돼 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커진 반면 금리 인하가 물가를 자극할 위험은 현저히 낮아진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를 지지했다. 내수 회복이 기대보다 더딘 속도를 보이는 만큼 긴축 기조를 조정하는 편익이 그 비용을 상회한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인하 폭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의 추세적 흐름을 확신하기에 다소 이른 단계인 만큼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5%p 금리 인하를 주장한 한 위원은 “현시점은 과거 금리 인하 때와 달리 내수 회복과 주택가격, 가계부채 간 상충 관계가 강한 상황인 점을 감안해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정도 등을 확인해 가며 기준금리의 방향을 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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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경기 침체’ 중국 전철 밟을라

이처럼 금리 인하론이 힘을 얻는 배경에는 심각한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진 중국의 사례가 영향을 미쳤다. 지속적인 물가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높은 금리가 이어지자,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고 기업의 임금 삭감 및 해고가 잇따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는 지난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이는 1999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물가 수준의 지표로 활용되는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후 100을 곱해 산출한다.

다수의 경제기관은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BNP파리바는 GDP 디플레이터가 내년까지 마이너스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ANZ는 향후 2개 분기까지는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BCA리서치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적어도 12개월 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디플레이션이 길어질수록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부양책이 필요하다. 이강 전 인민은행(중국 중앙은행) 행장은 최근 한 행사에 참석해 “지금은 강력한 디플레이션 압력에 맞서 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GDP 디플레이터를 플러스로 전환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개 논의를 제한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