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악재 쌓였다” SGI서울보증보험, 증권신고서 제출 내년으로 연기
얼어붙은 공모주 시장, SGI서울보증보험 IPO도 '주춤'
'조 단위 대어' 케이뱅크는 상장 철회, 토스는 미국行
"예금보험공사가 물량 쏟아낼 텐데" 시장 우려도 여전
상장 재도전에 나선 SGI서울보증보험이 증권신고서 제출을 내년으로 미룬다. 공모주 시장에 찬바람이 몰아치며 증시에 신규 입성한 종목들의 주가가 줄줄이 미끄러지는 가운데, 케이뱅크·비바리퍼블리카 등 ‘IPO(기업공개) 대어’들의 상장마저 줄줄이 지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SGI서울보증보험이 고질적인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내년에도 증시 입성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GI서울보증보험 상장 연기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GI서울보증보험은 최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상장 주관사와 만나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를 내년으로 잠정 확정했다. 아울러 희망 공모가 범위 산출과 보호예수기간 등 공모 구조도 내년 초 재차 점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애초 내년 1월로 예정돼 있었던 SGI서울보증보험의 상장 시기도 미뤄지게 됐다.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금융감독원의 심사,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일반 투자자 청약 등에 2~3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SGI서울보증보험의 증시 입성은 빨라도 내년 1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시장에선 SGI서울보증보험이 이달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봤다. 지난달 21일 이미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데다, 연내 청약을 진행해 상장 후 청약 투자자들로의 배당금 지급 계획도 정해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으며 SGI서울보증보험의 상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6일 상장한 더본코리아의 경우 상장 첫날 주가가 51% 넘게 상승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 이전 2주 동안 증시에 입성한 8개 종목은 모두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지난 1일 상장한 드론 및 로봇 에듀테크 전문기업 에이럭스의 경우 상장 첫날 하락률이 38.35%에 달했다.
‘대어’들도 줄줄이 시장 이탈
SGI서울보증보험과 같이 조 단위 몸값을 내세운 ‘IPO 대어’들의 상장 지연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8일 케이뱅크는 “수요예측 결과 총공모주식이 8,200만 주에 달하는 현재 공모 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IPO 철회 소식을 밝혔다. 케이뱅크는 당초 지난달 18일 중 공모가를 확정하고, 10월 21~22일 일반 청약을 진행해 10월 30일 상장할 예정이었다. 공모 규모는 총 8,200만 주며 주당 희망공모가는 9,500~1만2,000원, 희망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공모 금액은 9,840억원이다. 공모가 밴드에 따른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달 10~16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케이뱅크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며 이 같은 상장 계획에 먹구름이 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다수 기관투자자는 하단 가격인 9,500원 또는 이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관은 주당 9,000원대 공모가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판단, 수요예측에 아예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지난달 국내 IPO 주관사에 국내 상장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 앞서 지난 2월 국내 상장을 위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한 지 8개월 만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르면 연내 미국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미국 증시 입성을 준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소되지 않는 ‘오버행’ 우려
SGI서울보증보험이 상장 연기를 택한 가운데, 업계는 SGI서울보증보험이 내년 상장을 앞두고 시장의 ‘오버행’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SGI서울보증보험은 최대주주인 예조(지분율 93.85%)의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해 반드시 상장에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보는 지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SGI서울보증보험에 총 10조2,500억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으며 이후 약 4조6,000억원을 회수했다. 미회수분은 코스피 상장 후 지분 매각(최대 33.85%), 경영권 지분 매각 등의 단계를 거쳐 회수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예보의 움직임이 SGI서울보증보험의 투자 매력을 반감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SGI서울보증보험 IPO 실패의 배경에도 예보의 지분 처분 계획이 있었다. 지난해 SGI서울보증보험은 약 3조6,000억원(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규모 기업가치를 앞세워 IPO 시장 최대어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으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오버행 우려로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보다 낮은 금액에 주문을 넣으면서 상장 철회를 결정한 바 있다.
SGI서울보증보험은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배당주’로서의 매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모습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SGI서울보증보험은 최근 실적이 상당히 부진한 상태”라며 “순이익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에 무작정 배당을 확대한다는 계획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SGI서울보증보험은 올해 상반기 7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879억원) 대비 57.8% 급감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