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연합, 고려아연 지분율 39.83%까지 끌어올려
MBK파트너스, 장내매수로 지분 1.36% 추가 확보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국민연금, 여전히 입장 불분명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판단, 수책위·개선위가 좌우할까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장내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의 지분 확보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위 점한 MBK·영풍 연합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통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NH투자증권에 증거금을 전액 예치하고 ‘자유재량 매매(CD, Careful Discretion)’ 방식으로 매수를 요청, 고려아연 보통주 28만2,366주(1.36%)를 추가 취득했다. 자유재량(CD) 매매 방식은 투자자의 매매 주문을 받은 증권사가 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제한된 가격대에서 소량의 지분을 꾸준히 매매하는 행태를 뜻한다.
이번 매수에 따라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6.68%까지 높아지게 됐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지분에 기존 영풍 및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영풍 측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지분 등을 더하면 영풍·MBK 연합의 지분은 발행주식 총수의 39.83%까지 상승하게 된다. 현재 영풍·MBK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지분(우호 지분 포함)은 총 35.46% 수준이다. 차후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소각한다면 MBK파트너스-영풍의 의결권 지분율은 45%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캐스팅 보트’ 국민연금에 이목 집중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곳곳에서는 고려아연의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한 매체의 의뢰로 지난달 23일 발표한 ‘고려아연 경영권 사태 관련 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려아연 사태와 관련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72.3%(매우 필요 45.0%, 어느 정도 필요 27.3%) 응답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사안에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만큼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앞서 진행된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경쟁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달 18일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에 대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언급하며 말을 아끼기도 했다.
‘지배구조개선자문위원회’ 등판 가능성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향후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판단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에 맡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일반적인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에서 결정하지만, 자체적인 판단이 어렵거나 종합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민감한 사안은 수책위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수책위는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상장 주식에 대한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안 등을 검토・결정하기 위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위원회다.
지배구조개선자문위원회(이하 개선위)의 등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은 내부적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한 판단을 개선위에 맡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책위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개선위의 자문 내용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 지배구조개선위원회 쪽의 자문을 구할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지배구조개선위원회 자체가 수책위에서도 판단하기에 부담스러운, 사회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선위는 지난해 12월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산하에 설치된 위원회로, 김태현 위원장이 위촉한 9명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됐다. 현재 개선위 위원은 김화진 서울대 법학 교수, 김이배 덕성여대 회계학 교수, 이상철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 교수, 천경훈 서울대 법학 교수, 이지윤 연세대 경영학 교수,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 교수,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