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풋옵션’ 발등에 불 떨어진 신세계, 투자자 물색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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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 지분 30% 풋옵션 행사
‘위험 분산·수익 안정화’ TRS 방식 유력
메리츠 비롯 증권가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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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SSG닷컴의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나섰다. 기존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하고 있던 30%의 지분을 매입할 투자자를 물색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력한 투자자로는 메리츠증권 등이 언급된다.

SSG닷컴 IPO 안갯속, 1조원대 투자금 회수 나선 FI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최근 SSG닷컴의 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과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양도할 권리) 행사와 관련해 새로운 투자자 물색에 한창이다. 신세계그룹은 연내 이들 투자자가 보유한 SSG닷컴 보통주 131만6,492주(30%)를 사들일 제3의 투자자를 구해야 하며, 만약 새로운 투자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1조원대에 달하는 투자금을 모두 직접 상환해야 한다.

앞서 어피니티와 BRV캐피탈은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SSG닷컴에 총 1조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SSG닷컴의 기업공개(IPO)가 요원해지면서 이들은 투자금 조기상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두 회사는 투자 계약 당시 SSG닷컴의 총거래액(GMV)이 2023년까지 5조1,600억원을 넘기지 못할 경우 신세계그룹이 모든 지분을 되사는 풋옵션 조항을 설정한 바 있다.

풋옵션 행사를 두고 신세계그룹과 FI 사이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 때는 올 상반기다. 신세계 측에서는 총 거래액을 달성했다고 주장했지만, FI는 상품권 판매 등 중복 계상 문제를 지적하며 풋옵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양측은 오랜 논의 끝에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이 보유한 SSG닷컴 지분 30%를 신세계와 이마트가 지정하는 단수 또는 복수의 제삼자에게 매도한다는 조항을 설정했다. 만약 제삼자 매수인을 지정하지 않으면 신세계와 이마트가 해당 지분에 대한 매수 의무를 지게 된다.

문제는 SSG닷컴이 부진한 실적 탓에 IPO 가능성이 낮아 실질적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SSG닷컴이 지난 2021년부터 해마다 수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SSG닷컴의 영업손실은 1,030억원에 달한다. 당초 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던 신세계그룹은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고 나섰다.

안정적 수수료 지급, 가치 변동 리스크는 신세계에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다수 금융사가 SSG닷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력한 방안은 신세계그룹이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활용하는 안이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사들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신세계그룹과 TRS 계약을 맺고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식이다. TRS는 계약 상대방 대신 주식 등 기초자산을 매입하는 대가로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파생금융거래 기법이다. 이 과정에서 지분가치 변동으로 인한 수익이나 손실은 모두 상대방에게 귀속된다.

다시 말해 증권사는 신세계그룹을 대신해 SSG닷컴의 지분을 매입하고 이자를 챙기지만, SSG닷컴의 가치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는 신세계가 떠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SSG닷컴 풋옵션을 해결하기 위해 메리츠를 비롯한 다수 증권사와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자금조달 방식이나 세부적인 이자율 등을 논의하는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조달 규모가 큰 만큼 메리츠 외에도 다수 금융사가 참여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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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와 우호적 관계 맺기, 증권가 물밑 움직임

시장에서는 메리츠증권 외에도 NH투자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가 SSG닷컴 지분 인수 참여를 타진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투자 규모가 1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탓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지만, 연 6~7% 수준의 수수료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명목상 수수료지만, 기업 가치 하락에 대한 부담은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자를 받는 대출인 셈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위축된 기업금융(IB) 부문 수익성을 일부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나아가 신세계그룹은 과거 저금리 시대에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이었다. G마켓과 스타벅스코리아 등 굵직한 거래를 연이어 성사한 만큼 증권사 입장에선 기필코 확보해야 할 주요 고객이다. 우호적 관계를 형성한 후엔 향후 신세계그룹과의 다양한 비즈니스 활동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거래는 통상 비밀리에 진행되는 탓에 최종 합의 전에는 세부 조건 등을 알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장에서 언급되는 증권사들이 신세계그룹과의 거래에 대해 섣불리 입장 발표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그룹에는 SSG닷컴의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커머스 경쟁이 날로 심화하면서 IPO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는 등 본질적으로 SSG닷컴의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루는 탓이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공세도 날로 심해지고 있어 시장 내 생존을 위해서는 대규모 출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규투자자 유치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한 IB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사모펀드들은 일제히 이커머스 투자에서 손을 떼고 있다”고 진단하며 “큰 틀에서 보면 풋옵션 계약이 조건부 투자로 일부 대출 형태라 할 수 있는데, TRS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SSG닷컴은 수익성을 높이거나 IPO를 통해 비용 부담을 줄여야 하지만, 시장 상황이 모든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