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복잡하게 연계된 주요 리스크, 정교한 정책 운용 필요”

핵심 인플레이션은 4% 내외를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 원달러 환율은 등락을 거듭하다 1,320원 내외에서 안정세 국제금융협회 “한국 가계부채비율 세계 최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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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BOK)이 일련의 복잡한 리스크를 헤쳐 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가로막는 여러 요인이 있어 한국은행과 정부 모두에게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30일 한은 홍경식 통화정책국장과 최인협 정책총괄팀 과장은 한은 블로그에 올린 ‘향후 정책 운영 여건의 주요 리스크 요인’을 통해 “이러한 리스크들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데다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상충(trade-off)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각 리스크의 전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정책을 정교하게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란 한마디로 돈의 가격이다. 중앙은행이 경제를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기업과 개인이 대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높아져 과열된 경제가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금리를 낮추면 너무 느리게 움직이는 경제를 자극할 수 있다. 이것이 기본적인 이해이지만, 한국의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금리를 올릴 경우 인플레이션, 환율, 부동산 PF 리스크 등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꾸준히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비율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비율도 높고 상승폭도 크게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29일 국제금융협회는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주요 34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이번 정부의 가장 큰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한국은행이 직면한 첫 번째 중요한 리스크는 기저 인플레이션의 둔화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인플레이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상승하는 비율이다. 한은은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이 물건을 살 수 없을 정도로 높지도 않고,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유인이 없을 정도로 낮지도 않은 ‘적정 수준’이 되기를 원한다.

현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예상대로 둔화되어 4월에 3.7%로 떨어졌지만,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은 4% 내외를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요 둔화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외환 시장 압력

한국은행은 외환 부문의 리스크에도 직면해 있다. 이달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건부 금리 인상 이후 원달러 환율은 등락을 거듭하며 달러당 1,340원까지 상승했다가 1,320원 내외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교역 흐름 부진, 미국 중소형 은행의 잠재적 불안정성, 주요 선진국의 금리 인상 지속 등 리스크 요인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이러한 리스크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금융 시장의 부동산 PF 리스크

또 다른 도전 과제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다. 부동산 PF는 인프라 및 산업 프로젝트에 대한 장기 자금 조달로, 사업 주체의 대차대조표가 아닌 프로젝트의 예상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다. 지난해에는 신용 스프레드 축소, 집값 하락세 둔화, 국내외 통화 긴축 완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크게 증가했다.

여러 대응을 통해 리스크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향후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비은행 금융회사의 경우 신용 및 유동성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시한폭탄 : 쌓여만 가는 가계 부채

주택 가격과 가계 부채의 누적된 불균형은 또 다른 중요한 리스크다. 주택 가격이 소득에 미치지 못하고 고평가되어 있으며,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디레버리징, 즉 부채 축소를 중장기적으로 지속해야 한다. 디레버리징이 약화될 경우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 안정과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집값 하향세가 꾸준히 이어져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집값 연착륙을 시도하려다가는 오히려 부동산을 통해 형성된 금융 부문의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집값 하락을 막겠다며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부분 풀면서 강조한 정책 목표가 바로 ‘집값 연착륙’이었다.

복잡한 실타레 풀어내기

이러한 리스크들이 복잡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과 정부는 정책 운용에 있어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준금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는 실질적인 증거가 확보될 때까지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공개시장 운영과 대출 등 다른 정책 수단을 활용해 금융-외환시장 불안에 대응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완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금융 불균형 누적을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한은은 현재 까다로운 균형 잡기에 직면해 있다. 과제가 만만치 않지만 신중한 정책 운용과 다양한 리스크 요인에 대한 예리한 시각을 통해 이러한 경제 상황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