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지역경쟁력지수’로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심각성 확인 ①

한국은행, 지역별 전반적 상황 척도 ‘지역경쟁력지수’ 개발 지역경쟁력지수, 기업 및 주민에게 지속 가능한 환경 제공할 수 있는지 설명 전문가들, “지역경쟁력지수가 수도권 및 비수도권 편차 확인의 객관적 수단 마련했다”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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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조사국이 각 지역의 경쟁력을 다방면에서 측정하고 통합지표를 산출한 ‘지역경쟁력 현황 및 시사점’을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국내 시도 및 시군구별 기본역량, 효율성역량, 혁신역량을 평가하고 지역경쟁력지수(Regional Competitiveness Index, 이하 RCI)를 산출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RCI는 지역 간 발전 정도 차이를 감안했으며 시도 및 시군구 지역경쟁력 비교에 용이하다는 점에서 지역 관련 기존 지표와 차별화된다”고 전했다.

지역별 상황 파악의 척도, RCI

우리나라는 서울·경기·인천과 같은 수도권에 대기업, 하이테크 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가 몰려 있는 것은 물론 생활 여건이 좋기 때문에 수도권 근처로 인구 유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면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 지정’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이 ‘인구감소지역’ 지역으로 분류돼 일각에서는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렇듯 최근 우리나라의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국가균형발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와 관련해 지역별 상황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지난 5월 11일 ‘지역경쟁력 현황 및 시사점’ 보도를 통해 RCI를 산출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경제조사팀 배지현 과장은 RCI 산출 배경과 관련하여 “균형발전지표 등 기존 지역 여건 비교를 위한 지표는 당국 차원에서 발표되고 있으나 대부분 시도 단위로만 공표되고 있고 속보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유럽연합(European Union·EU)은 2011부터 3년 주기로 28개 회원국 소재 263개 지역에 대해 지역 단위의 경쟁력을 종합·평가할 수 있는 RCI를 공표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RCI는 기업의 생산성은 물론 지역공동체 차원의 사회복지 향상 및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 등을 고려한다. 한국은행은 이를 착안해 EU RCI를 기반으로 바탕으로 국내 실정에 맞게 보정된 RCI를 산출하고 지역별(시도, 시군구 단위) 현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RCI의 구성 및 산출 방법

지역경쟁력은 지역이 기업 운영 및 주민 생활에 있어 매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로 정의된다. 이러한 정의에 입각해 한국은행은 RCI가 인적 자본과 제도적 장치 등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과 주민 입장을 동시에 고려하여 지역 경쟁력지수를 산출했다고 전했다. 또한 지역 간 발전 정도의 상대적 차이를 고려한 세 가지 역량(기본, 효율성, 혁신)에 대한 가중치를 각기 다르게 부여해 지역경쟁력지수를 산출했다. 지역 간 발전 정도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가중치를 동일하게 부여할 경우 도시의 경쟁력은 높게 산출되고 다른 지역은 낮게 산출돼 지표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 한은 측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본역량은 제도, 지방자치단체 안정성, 인프라, 보건 및 교육의 총 5개 부문으로 구성되며 19개의 세부 지표를 이용해 평가됐다. 효율성 역량은 고등교육·직업교육 및 평생학습, 노동시장 효율성, 시장 규모의 3개 부문으로 나뉘며 13개의 세부지표를 이용해 산출됐다. 혁신역량은 기술 수용 적극성, 기업활동 성숙도, 연구개발의 3개 부문으로 구성되며 13개의 세부 지표를 이용하여 평가됐다.

역량별 경쟁력 점수는 ▲세부 지표 표준화 ▲세부지표 간 산술평균을 통한 각 부문별 점수 도출 ▲각 부문별 점수의 산술평균 과정을 거쳐 산출된다. 이후 최종 지역별 RCI는 지역 발전 정도에 따른 가중치를 역량별 경쟁력 점수에 적용하여 계산된다.

수도권 및 비수도권 지역 경쟁력 편차 큰 것으로 확인돼

진한 색일수록 RCI 및 부문(기본, 효율성, 혁신) 점수가 높음/출처=한국은행

17개 시도별로 산출된 2020년 RCI 기준 상위 4개 시도는 서울, 경기, 대전, 광주로 순위가 매겨졌다. 한편 하위 4개 시도는 강원, 경북, 경남, 충남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RCI는 72로, 경기와 대전은 50, 광주는 42로 상위권 시도 중에서도 서울과 다른 시도 간 RCI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하위 4개 시도의 경우 강원 25, 경북 30, 경남 31, 충남 32로 이 중 강원, 경북, 경남은 기본, 효율성, 혁신 역량이 모두 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역 발전 정도(도시 비중)가 높은 시도는 기본, 효율성, 혁신 역량 모두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반면 지역 발전 정도가 낮은 시도의 경우 모든 역량이 전국 평균을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즉 도시 비중이 높을수록 지역경쟁력도 높게 나타나는 셈이다. 한편 2018년 대비 2020년 시도별 RCI를 비교한 결과 서울, 경기, 대전, 광주는 상위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전북은 순위가 15위에서 6위로 크게 상승한 반면 경남은 8위에서 15위로 하락했다.

서울, 대전, 광주는 모든 시군구의 RCI가 전국 평균을 상회했으나 부산, 강원, 충남, 경북은 모든 시군구의 RCI가 전국 평균을 하회했다. 특히 서울과 대전은 지역 발전 정도에 따라 낮음, 중간, 높음의 각 그룹 내에서도 모든 시군구가 평균을 상회한 반면 강원과 경북은 지역 내 모든 시군구가 그룹과 상관없이 전국 평균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