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CFD 계좌’ 3,400개 긴급 전수조사 착수, 업계 “CFD 시장 위축 우려”

CFD 위험성을 알고도 부실 판매했는지 여부 등 전방위적 조사 착수 금융당국, 해외 위험 사례 확인하고도 국내 대응은 뒤늦어 업계 “폭락 사태에 이은 전수조사, CFD 시장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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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18개 국내외 증권사의 3,400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특히 증권사가 CFD의 위험성을 알고도 부실 판매했는지 등에 관해 전방위 조사를 펼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조사에 따라 CFD 시장의 위축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은 가운데, 금융당국의 개입과 조사가 CFD의 순기능을 저해하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내 13곳, 외국계 15곳이 보유한 CFD 계좌 집중점검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권사 13곳과 외국계 증권사 5곳이 보유한 전체 CFD 계좌(약 3,400개)를 점검하기로 했다. 지난달 중순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조사한 금융위는 CFD 계좌 상당수가 주가조작 혐의가 의심되는 종목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증권사가 보유 중인 CFD 계좌에 대해 ‘2020년 1월부터 2023년 4월 말’까지 총 40개월 치 거래내역을 조사해 불공정거래 연계 여부를 파헤칠 예정이다. 금융위는 해당 계좌 정보를 확보하는 대로 거래소와 공유할 예정이며, 거래소 점검결과 이상거래 혐의가 포착될 경우 금융위와 금감원이 즉시 조사에 착수한다.

한국거래소의 CFD 계좌 집중점검은 신설된 ‘특별점검팀’을 통해 다음 주부터 약 2개월간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CFD 계좌를 활용한 시세조종 및 부정거래 등 금번 사태와 유사한 혐의거래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기관 내 인력재배치, 시장참여자 및 전문가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높은 부문을 추가로 검토해 불공정거래에 대한 시장 감시 및 조사를 기한없이 강도 높게 지속하는 한편, 신종 주가조작 수법 등에 대한 감시체계 또한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뒤늦은 대응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금융당국은 이번 주가 폭락 사태 이전에 이미 CFD의 위험성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감원은 해외 출장보고서 등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CFD 상품의 위험성을 확인했지만 적극적인 리스크 대응에는 나서지 않았다.

실제로 금감원은 2017년 2월 해외 출장보고서를 통해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의 CFD 판매 중지 움직임을 소개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CFD를 매입한 소액투자자의 손실금액이 투자원금을 초과할 뿐만 아니라 손실금액이 거의 무한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판매 중지가 필요하다”면서 소매투자자에게 손실 범위의 한계가 없는 CFD가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2021년과 2022년에 발간된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서도 CFD의 위험성에 대해 다루며 CFD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감독·검사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최근까지 해외 대응 상황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 리스크 관리·감독은 뒷전이었던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제때 이뤄졌다면 사태 확산을 막았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집중점검의 후폭풍은?

일각에서는 이번 집중점검에 따라 정상적으로 거래해 온 투자자들까지 심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후폭풍으로 CFD 시장이 크게 위축될 거라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도 CDF 시장이 크게 활성화된 현시점에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을 두고 아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증시 활황과 함께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대폭 증가한 CFD 시장이 이번 주가 폭락 사태 이후 거래대금 규모가 급감했다”면서 “금융당국의 전수조사까지 겹치게 되면 향후 투자 수요가 되살아날 것 같진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 CFD를 거래할 수 있는 개인전문투자자 등록건수는 2019년 3,330건에서 2021년 2만4,365건으로 7배 이상 급증했다. 거래대금 역시 같은 기간 8조4,000억원에서 70조1,000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사가 CFD의 순기능을 저해하지 않도록 적절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내 한 투자자문사 임원은 “CFD를 사용하면 개인투자자도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판매하는 공매도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를 통해 시장 유동성 공급(매도 물량 공급)하고, 가격발견 기능 강화(매매를 통한 주식의 적정 가격 형성)하는 순기능이 있다”며 “이번 조사에 따라 CFD 시장이 위축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CFD에는 낮은 거래 비용을 통한 거래 효율성과 더불어 헤징(Hedging)과 같은 고급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 특히 선물과 같은 다른 형태의 파생 상품과 달리 기초 상품의 가격을 반영한다는 점이 CFD 거래의 장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