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은행 파산이 불러온 바젤 Ⅲ ‘엔드게임’ 패키지 시행 압박

2019년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최종 확정한 바젤 III ‘엔드게임’ 패키지 FRTB 하에서 시장 리스크에 대한 자본 요건은 현행 규정보다 63% 더 높아질 전망 자금 조달 비용 상당히 높아질 것, 안전이냐 비용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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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IS, Fed

지난 3월 미국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FRC)와 실리콘밸리의 파산 등 최근 중소형 은행의 연쇄 부도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유지에 있어 금융기관의 유동성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됐다. 과거에도 금융위기와 같은 유사한 사태를 겪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글로벌 금융기관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젤 I, II, III을 비롯한 여러 규제를 도입해 왔다. 특히 현재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바젤 III의 ‘엔드게임’ 패키지(이하 최종안)는 미국 은행의 자본 요건을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에서 2010년 도드-프랭크 월스트리트 개혁 및 소비자 보호법이 통과된 이후 가장 큰 변화다.

한국에서도 2013년 12월 이후 바젤 III를 도입한 뒤 단계적으로 규제기준을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바젤위원회는 지난 2017년 은행 BIS자기자본비율 산출 시 적용하는 신용리스크 산출 방법을 개편하는 바젤 Ⅲ 최종안을 2022년까지 시행할 것을 권고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시행이 연기된 바 있다. 한편 한국의 금융감독원은 기업대출에 대한 자본규제가 개선(신용리스크 산출 방법 등)되는 바젤 Ⅲ 최종안을 당초 일정(‘22.1.1)보다 1년 반 이상 앞당겨 2020년 2분기부터 시행(‘20.6월 말 BIS비율 산출 시부터 적용 가능)했다.

바젤 Ⅲ 최종안에 대한 월가의 자만

지난 1월의 실적 발표에서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의 고위 은행가들은 바젤 III 최종 규정의 새로운 자본 요건에 대비하는 것을 꺼려하며 현재의 규정으로도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기에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최대 은행의 최고 경영자와 최고 재무 책임자는 바젤 III의 최종 제안이 발표되고 의견서를 검토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관의 자본 보유를 변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마이클 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감독 담당 부의장이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규제 당국이 자본 기준과 규제 요건을 변경할 것이라고 반복해서 암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결정이다. 바 부의장은 자본 규제를 바로잡고 금융 시스템이 미래에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겸손한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미국에서 더 강화된 자본 요건이 도입될 것이라는 분명한 징후에도 불구하고 월가 은행의 경영진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JP 모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제레미 바넘은 바젤 III의 최종 결과와 기타 요인으로 인해 영업 레버리지가 증가할지 여부와 은행이 이를 얼마나 흡수하고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 당장 답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JP 모건의 회장 겸 CEO인 제이미 다이먼은 은행의 실적 발표에서 바넘의 견해를 되풀이하며 “규제 변화가 발생하면 은행이 간단히 대처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자본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이먼은 “바젤의 규칙 변경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 국제 및 국내 요건을 조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CFO인 알라스테어 보스윅은 실적 발표에서 고객 지원, 성장에 대한 투자, 배당금 유지 및 증가를 지속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본 확충과 자사주 매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은행의 전략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10억 달러가 넘는 은행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이 자본 요구 사항 증가에 어떻게 부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보스윅은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P 모건의 다이먼과 마찬가지로 보스윅도 자본 요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화를 반대하면서도 “궁극적인 규칙이 어떻게 나오든 대처할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표명했다.

바젤 Ⅲ ‘엔드게임’ 개혁과 미국 자본 요건에 미치는 영향

하지만 중소형 은행들의 뱅크런이 잇달아 발생하며 월가의 콧대가 꺾였다. 이에 마이클 바 부의장은 지난 3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은행 시스템의 복원력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진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상원의원들에게 한 발언을 반영하여 마이클 바 부의장은 스트레스 테스트 개선, 유동성 규칙 변경, 이전에 발표한 바젤 III 최종안의 실행을 제안했다. 2019년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최종 확정한 바젤 III 최종안는 미국 은행의 자본 요건을 대폭 강화한다. 이에 따라 정책 입안자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GFC) 이후 도입된 건전성 개혁의 총체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바젤 최종 패키지를 이행하는 데 따른 비용과 이점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은행 자본 수준은 위험 기반, 레버리지, 스트레스 테스트, 손실 흡수 자본 요건 등 다양한 자본 요건 덕분에 강력하고 견고하게 유지되어 왔다. 이러한 조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경제 침체기에 미국 은행의 회복력을 보장했다. 바젤 엔드게임 패키지는 은행 전반의 위험가중자산(RWA)의 과도한 변동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패키지는 대형 은행이 사용하는 내부 모델 간의 차이와 기존 바젤 III 규정의 모호함을 해결하며, 내부 모델의 사용과 운영에 대해 더 엄격한 제한을 설정하고 모호성을 줄이기 위해 명확한 질적 요건을 제시한다.

미국 자본 시장에 미치는 영향

결론은 올해 새로운 자본 요건이 제안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은행이 의사 결정을 내리고 규정을 준수하는 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은행 규제 당국은 바젤 III 최종안을 어떻게 이행할지 고려할 때 두 가지 핵심 질문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뤄진 자본 확충 및 기타 규제 개혁이 경기 침체 또는 시장 혼란기에 납세자 자금 지원 구제금융을 방지하기에 충분한지, 은행 시스템에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면 그 규모는 얼마인지 등에 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2022년 말 기준 미국 경제 활동의 약 4분의 3에 발을 걸치고 있는 미국 자본 시장을 고려한다면 바젤 최종안의 적용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 짐작할 수 있다. 은행은 자본 형성을 촉진하고 자본 시장의 유동성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바젤 III 최종안은 은행의 자본 시장 활동에 대한 자본 요건을 크게 강화시키는 만큼 은행이 고객을 대신해 유동성 지원 및 자본 시장 관련 활동을 수행하는 능력을 잠재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또한 바젤 III 최종안의 시행으로 미국 은행은 FRTB(Fundamental review of the trading book)에 따라 시장 리스크에 대한 자본 요건이 6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여러 가지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의 시장 위험 자본 요건을 평균 57%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FRTB와 SCB(stress capital buffer)의 중복 적용, 콜린스 플로어와 FRTB의 상호 작용, 내부 모델 사용에 대한 추가 제한으로 인해 자본 요건이 더욱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FRTB는 시장 위험 자본 규정을 다루는 은행 자본 규정의 중요한 변경 사항이다. FRTB는 트레이딩 장부와 은행 장부 간의 경계 정의, 위험가액 모델링 접근법의 취약점 해결, 트레이딩 장부 포지션의 상대적 유동성 고려, 은행이 사용하는 내부 위험 모델 간의 투명성과 비교가능성에 중점을 두는 등 네 가지 주요 방식으로 시장 위험 자본 규제에 대한 현행 접근법의 개선을 목표한다. 미국 규제 당국은 아직 바젤 III의 이 부분을 시행하지 않았지만, 예상되는 규칙 제정을 통해 시행할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은행 실패로 인해 바젤위원회가 권고한 기준보다 더 높거나 추가적인 기준을 제안해야 한다는 압박에 비춰볼 때, 미국만의 자본 요건으로 인해 바젤 III 최종안의 자본 기준 이행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미국 은행 규제 당국은 최선의 조치를 고려할 때 바젤 III 최종안을 이행하는 데 따른 비용과 혜택, 자본 시장, 유동성 지원 및 자본 시장 관련 활동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비교 검토할 방침이다.

바젤 규정의 미래와 그 의미

바젤 III 최종안이 시행됨에 따라 바젤 규정의 미래와 금융기관 및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적인 논의와 논쟁의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은 물론, 규제 변화의 비용 및 이점에 대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은 바젤 규정의 장기적인 성공에 매우 중요한 만큼, 정책 입안자와 규제 당국은 이런 개혁이 금융 안정성, 경제 성장 및 시장 경쟁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바젤 규정의 주요 목표는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규제 당국은 엄격한 자본 요건 시행과 경제 성장 지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만큼 바젤 III 최종안과 이것이 미국 자본 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섬세한 균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정책 입안자들은 바젤 엔드게임 패키지가 은행의 유동성 지원 및 자본 형성 촉진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이러한 기관이 미래의 경제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자본을 유지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바젤 규정과 다양한 구성 요소의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금융 규제 당국 간의 국제적인 협력과 조정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개별 국가가 바젤 III보다 더 엄격한 규제 기준을 채택함에 따라 규제 당국은 규제 차익거래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관할권 내 금융기관에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 당국 간의 지속적인 대화와 정보 공유는 물론, 규제를 최대한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각국의 규제 당국은 바젤 III 최종안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각 금융 시스템의 특정 요구에 맞게 규칙과 기준을 조정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재량권을 부여받았다. 이러한 유연성은 현지 시장 상황과 위험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관성 결여와 규제 파편화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국가별 재량권 허용과 일관되고 조화로운 글로벌 표준을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젤위원회의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