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 뿌리 뽑겠다는 정부, 정작 규제·제도는 ‘각자도생’

경제난 속 서민들 고충 ↑, 불법 사금융도 덩달아 ‘성행’ 불법 사금융 검거 건수 16% 늘었다 정부도 노력했지만, “제도 개선 없인 노력도 부질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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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브리핑 룸에서 김경덕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이 경기도 불법 사금융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경기도

정부가 불법 사금융 척결을 위한 다각적인 대응 노력을 이어간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불법 사금융을 신속히 적발하고 피해를 사전 예방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불법 사금융 척결 범정부 TF’를 운영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 우려↑, 정부 칼 빼 들었다

최근 금리 상승 및 어려운 경기 여건 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 민생경제범죄로 인한 서민 취약계층의 고통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불법 사금융 범정부 TF’를 개최,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TF에선 그동안의 불법 사금융 수사·단속 실적과 불법 사금융 신고센터 운영실적 등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신종 수법을 동원해 진화하고 있는 불법 사금융을 척결하기 위해 관계기관 협조체계를 보다 공고히 해 신속히 적발·단속하기로 했다. 불법 사금융 대응 및 피해 지원 등을 위한 홍보·교육 강화안도 나왔다. 정부는 올해 10월 말까지 ‘불법 사금융 특별 단속 기간’과 ‘불법 사금융 피해 특별 근절 기간’을 운영해 불법 사금융 단속에 진력을 다할 방침이다.

불법 사금융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만큼 인터넷 불법 광고 삭제, 전화번호 이용 중지 등 조치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등도 검토한다. 정부는 우선 불법 사금융 주요 유통 경로로 악용되고 있는 온라인 대부 중개 사이트에 대한 단속을 강화키로 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금감원·경찰·금융보안원의 합동 점검 사례를 여타 지자체에도 전파해 대부중개업 관리·감독에 활용하고 불법사금융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처할 계획이다.

불법 사금융 범죄수익 66% 늘어, 신속한 대책 필요

최근 경찰청을 중심으로 불법 사금융 특별 단속을 실시한 결과, 지난해 불법 사금융 관련 검거 건수·인원, 범죄수익 보전 금액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 1%, 66% 늘었다. 특히 온라인 수단을 이용해 다수의 피해자에 조직적으로 접근하는 신‧변종 수법이 다수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전국 단위로 수사 역량을 결집해 ‘성 착취 추심’ 사건, 대부 중개 사이트 이용자 정보 DB 관리책 등을 지속적으로 검거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변종 유형의 경우 실무협의체를 통해 관련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관계기관 간 공유하고 최대한 신속 처리하기로 했다.

한편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는 지난해에만 6만여 건의 불법 사금융 관련 피해 신고·상담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는 이 같은 피해 신고를 바탕으로 미등록대부, 최고금리 위반, 불법추심, 유사수신 등 혐의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495건 수사를 의뢰했다. 또 불법채권추심 피해자에겐 채무자대리인 지원 제도(4,510건)를, 긴급 자금이 필요한 경우엔 서민금융상품(1,892건)을 안내해 자활을 유도했다.

앞으로 정부는 불법 사금융에 노출될 우려가 큰 서민·취약계층의 피해를 사전 예방할 수 있도록 지자체를 중심으로 금감원, 서민금융진흥원, 법률구조공단 등 관계기관이 협력해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앞으로도 관계 부처·기관은 불법사금융 범죄에 대해서는 엄중히 단속·처벌할 것”이라며 “오늘 회의에서 논의된 사항들의 추진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지속적인 노력 이어왔지만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이미 한 차례 불법 사금융 뿌리 뽑기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금감원과 경찰청은 상호 공조를 강화해 TF를 구성, 보이스피싱 및 불법 사금융 등 금융 범죄 척결을 위한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했다.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가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직접 방문하며 불법 사금융 척결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강경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면서 불법 사금융은 이전보다 더욱 판을 치게 됐다. 금융 범죄 수법 또한 갈수록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해 정부 차원의 역량 총결집에도 ‘뿌리 뽑기’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금감원과 경찰청의 업무협약은 보다 다각적인 불법금융행위 예방 대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긴 했으나, 결국 불법 사금융의 기세를 떨어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당장 올해 3월에도 강원도 춘천시가 불법 사금융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손을 맞잡았으나, 역시 불법 사금융을 완전히 척결할 수는 없었다.

현재 불법 사금융 범죄는 다양한 신종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으나, 신종 수법에 대한 규제 근거 및 피해구제 등은 기관별로 따로 나뉘어져 있는 실정이다. 물론 지금껏 정부가 불법 사금융 문제에 대해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절실한 노력을 다해 불법 사금융 척결을 도모했다. 그러나 관련 제도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은 모두 빛을 바래고 말 것이다. 하루빨리 제도 개선 및 체계적인 방법론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