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은행시스템은 건전성 유지 중, 상업용 부동산·암호자산 관련 리스크는 주의할 필요”

감독‧규제 보고서 “은행시스템, 충분한 유동성 바탕으로 건전성 유지 중” ‘암호자산’과의 연관성 또는 ‘상업용부동산’ 대출 비중 높은 은행 모니터링 필요 연준 감독부의장 “은행권 리스크 재평가 및 규제 강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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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 시간)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이 미국 상원 의회에 연준 감독규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미국 상원 홈페이지

미 연준은 은행시스템이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일부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은행의 암호자산 리스크를 강조하며 암호자산시장 취약성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 관리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22년 이후 은행들의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은행 규제 및 감독의 집행력 등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자본 및 유동성 안정세 유지, 대출 부문도 대부분 낮은 연체율

미 연준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은행 부문 상황과 감독·규제 조치를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은행시스템의 건전성에 대한 평가와 최근 금융규제 및 금융감독 동향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먼저 연준은 현재 은행시스템이 “높은 수준의 자본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부 항목별로 살펴보면 은행 유동성은 지난해 하반기 중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최근 10년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예금 감소, 대출 확대 등으로 인해 현금 보유량과 유가증권의 가치가 하락했지만 특히 유가증권 가치 하락이 필요 자금 조달을 위한 증권 매각에 제동을 걸었다.

자본 또한 최소 규제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보통주(CET1) 자본 비율은 최근 5년 평균을 소폭 하회했으나, 이는 금리 상승에 따른 매도가능증권의 가치 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대출은 지난해 4/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증가 속도는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비해 둔화된 편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대출 연체율도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 등의 일부 소비자 대출 항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출 부문에서 큰 변화가 없었으며, 부실 대출 또한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은행권 유동성 비율과 자본 비율/출처=한국은행

일부 취약 은행들, 모니터링 및 리스크 관리 체계 필요

연준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금리상승으로 은행들의 신용, 유동성 및 금리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 은행 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레버리지 비율이나 CDS 스프레드와 같은 은행권 리스크 지표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두 지표는 지난해 하반기 중 개선되었다가 올해 3월 SVB 등 일부 은행 파산 이후 크게 악화됐다.

연준은 상업용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들에 주의를 요구했다. 상업용부동산 대출(CRE)의 경우 여전한 고금리 기조 속에서 향후 연체율이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원격근무 환경으로 인해 수요 약세가 예상됨에 따라 대출 자산에 대한 부실 위험이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커뮤니티 은행(CBOs)과 소규모 지역은행들(RBOs)의 CRE 대출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 은행이 관련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고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암호자산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국과 달리 암호자산에 대한 규제가 뚜렷하지 않은 미국 등의 글로벌 암호자산시장에선 테라USD·루나 급락, 암호자산 대출 플랫폼 셀시우스와 암호자산거래소 FTX 파산 등의 굵직한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했다. 무엇보다 미국 은행들이 암호자산 업체의 자금을 사용하는 만큼 암호자산시장 취약성에 따라 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은행권 대출 자산 부문별 연체율/출처=한국은행

예고된 은행권 규제 강화

현재 은행시스템 불안에 대해 연준의 평가는 대체로 건전하다는 입장이다. 총자산 천억 달러 이상인 대형은행의 경우 유동성 스트레스 시나리오를 감내할 충분한 규모의 유동자산과 자본 비율을 갖추고 있다. 다만 문제는 지난 SVB 등의 파산으로 인해 은행 부문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일부 은행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연준은 은행이 높은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할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향후 감독과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바(Michael Barr) 연준 감독부의장은 지난 18일 의회 증언을 통해 “미국 은행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여전히 ​강건하고 복원력을 갖추고 있으며, 은행시스템의 모든 예금이 안전하다고 확신해도 된다”고 설명하면서도 “SVB 등의 파산은 연준이 은행에 적용하는 규제를 자산 규모와 리스크에 기반해 재평가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감독관들이 은행의 취약성과 문제를 인지했을 때 좀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감독의 속도, 집행력(force) 및 민첩성(agility)도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제출된 감독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연준은 규제 자본 수준이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의 적절한 척도인지를 평가하고 금리 리스크 규제 방식을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이 밖에도 대다수 은행에 표준화된 유동성 요건을 적용하는 등 유동성 리스크를 규제·감독하는 방안과 은행 경영진의 보상에 대한 감독도 개선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