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 건 포르쉐인데 내 보험료 오른다고? 금감원 ‘자동차보험 할증체계’ 개선한다

자동차보험 할증체계 개선, 저가 차주가 사고 피해·할증 부담 떠안는 구조 사라진다 ‘별도 점수’ 기준 신설로 고가 가해 차주 보험료 할증, 저가 피해 차주는 할증 유예 불공정한 제도 이용해 ‘난폭운전’ 일삼던 고가 차주들, 페널티 앞에 꼬리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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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발생 시 과실 비율이 훨씬 낮음에도 불구, 상대 차량이 ‘고가’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보험료가 오르는 일이 사라진다. 7일 금융감독원은 높은 수리 비용을 야기한 고가 가해 차량의 보험료를 할증하되, 저가 피해 차량에 대한 할증은 유예하도록 「자동차보험 할증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고가 차량과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저가 차량은 피해자(과실 비율 50% 미만)인 경우에도 고가 차량의 높은 수리 비용을 배상하며 보험료가 할증되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가해자인 고가 차량은 과실이 큼에도 불구 손해배상액이 적다는 이유로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외제차랑 부딪히면 3대가 노예가 된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할증체계 개선을 통해 저가 피해 차주가 보험료 할증 부담을 떠안는 문제가 개선되고, 사고 원인을 제공해 높은 수리 비용을 야기한 고가 차주에 응당한 책임이 돌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 고가 차주의 ‘책임 회피’를 방지, 형평성 및 안전 의식을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별도 점수’ 활용해 고가 가해 차량 보험료 할증

기존 할증 체계는 사고 상대방에게 배상한 ‘피해 금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사고 과실 비율이 낮아도 상대 차량에 배상한 액수가 높아지면 보험료가 할증되고, 반대로 과실 비율이 높아도 배상한 액수가 낮다면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 식이다.

실제 고가 차량(가해)과 저가 차량(피해) 사이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저가 차량 운전자의 과실 비율이 낮더라도 상대 차량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보험료 할증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2022년 기준 고가 차량 수리비는 평균 410만원으로 일반 차량(130만원)의 약 3배에 달한다. 반면 고가 차량 운전자는 과실 비율이 높은 가해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적은 수리비를 배상했으며 보험료도 할증되지 않았다.

최근 고가 차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실생활에서 고가 차량과의 교통사고 건수가 늘면서 이 같은 형평성 문제의 심각성이 한층 커졌다. 금감원은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할증 기준을 도입했다. 체계 개선 이후 할증 여부 판단 시에는 기존 ‘사고 점수’에 신설된 ‘별도 점수’가 추가로 적용된다. 과실 비율만 따져 과실이 50%를 넘는 고가 가해 차량에 대해서는 기존 사고점수에 별도점수(1점)를 가산하여 보험료를 할증하고, 저가 피해 차량에 대해서는 기존 사고점수가 아닌 별도점수(0.5점)만 적용하여 보험료 할증을 유예하는 식이다.

단 새로운 할증 기준을 적용받으려면 저가 피해 차량이 배상한 금액이 고가 가해 차량이 배상한 금액의 3배를 초과하고, 저가 피해 차량이 배상한 금액이 200만원을 넘어서야 한다. 금감원은 오는 7월 1일부터 발생하는 자동차 사고에 새로운 할증 체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사진=pexels

고가 차량 ‘난폭운전’ 제어 효과 있을까

그간 보험료 할인·할증 방식은 운전자 정보, 차량 정보 등에 한정돼 있었다. △운전자의 나이, 성별, 용도, 차량의 종류(수리비) △자동차 운전 기간 △법규위반에 따른 벌점 점수 △블랙박스 등 할인·특수개조차량 할증 △사고 후 병원 방문 여부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일률적인 기준은 꾸준히 고가 차량 운전자의 ‘난폭운전’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샀다.

난폭운전은 △과속 △신호 무시 △차선 무시 △교통 방해 △클랙슨 남용 등 타인을 위협하거나 타인에게 위험이 될 정도로 난폭하게 운전하는 것을 일컫는다. 특히 ‘고가 차량’ 운전자의 난폭운전은 그 빈도가 잦고 위험 수위가 높아 이전부터 사회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2017년 공주에서는 줄지어 달리며 난폭운전을 벌이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외제 차 운전자 4명이 경찰에 검거된 바 있다. 2021년 부산에서는 차선 변경 시비가 붙자 달리는 상대방 차량에 욕설을 하다가 아이스커피가 담긴 일회용 컵을 집어던진 람보르기니 운전자가 운전중폭행죄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이번 할증체계 개선은 금감원이 고가 차주-저가 차주 사이 발생하는 불공정함을 인식하고, 고가 차량에 분명히 책임을 지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신설된 ‘대물사고 별도점수’가 고가 가해 차량 운전자에 분명한 페널티로 작용하는 만큼, 고가 차주의 경각심을 고취해 안전사고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