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분기중 자산운용회사 영업실적’ 소폭 상승, 그럼에도 암울한 이유는
자산운용 업계, “작년 대비 올 1분기 실적 선방” 일각에서는 사실상 ‘횡보’라는 분석도 투자자들, “자산운용 업계에 투자할 이유 없다”
올 1분기 자산운용사 실적이 전 분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부분 실적이 ‘연말 성과급’이라는 자산운용업의 실질적 투자 성과를 완벽하게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업계의 ‘청신호’를 짐작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경제 악화 기조에 동학 개미들이 줄줄이 시장을 이탈하고 있는 데다 충분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는 일부 시장 참여자들이 불법 투자에 눈을 돌리면서 자산운용 업계의 암울한 미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올 1분기 자산운용사 영업이익 소폭 증가
7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발표한 ‘2023년 1분기 중 자산운용회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2023년 3월 말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은 1,430조6,000억원으로 2022년 말 대비 32조7,000억원(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펀드 수탁고는 870조7,000억원, 투자일임계약고는 559조9,000억원으로 2022년 말 대비 각각 39조6,000억원(4.8%) 증가 및 6조9,000억원(1.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1분기 중 자산운용사의 당기순이익은 4,21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5,808억원(79%) 감소하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617억원(17.2%) 증가했다. 이때 영업이익은 4,13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046억원(280%) 증가하고, 전년 동기 대비 219억원(5.6%) 늘었다. 이때 영업수익은 증권투자이익 및 이자수익이 증가함에 따라 전 분기 1조1,024억원 대비 1,086억원(9.9%) 증가했다. 영업비용은 판관비와 증권투자 손실이 감소함에 따라 전 분기 9,936억원 대비 1,960억원(19.7%) 감소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국내 자산운용사 448개사중 268사가 흑자(총 4,872억원), 180사는 적자(총 658억원)을 기록했으며 적자회사 비율은 40.2%로 지난해 대비 10.1%p 하락했다. 아울러 수익성 측면에서 2023년 1분기중 자산운용사의 ROE는 11.7%로 전년 동기 대비 0.8%p 하락한 모습이다.
2023년 1분기중 수수료 수익은 8,912억원으로 전 분기(9,433억원) 대비 531억원(5.6%) 감소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940억원(9.5%) 감소했다. 판관비는 6,771억원으로 연말 성과급이 상승을 견인했던 전 분기 대비 1,452억원(17.7%) 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177억원(2.7%)증가한 모습이다. 증권투자 손익은 1,53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378억원(872.2%) 증가하고, 전년 동기 대비 901억원(141.9%) 증가했다.
작년 영업이익과 비교하더라도 증가한 추세, 회생의 ‘청신호’인가
지난해 자산운용사의 실적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지속되는 거시경제 악화 기조 및 대내외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카카오뱅크 지분 처분 이익(특별 이익)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5,794억원으로 사실상 73% 급감한 것이다. 또한 지난해 영업이익도 재작년 대비 1조2,683억원(51.7%)이나 줄면서 반토막이 났고, 자산운용 업계의 절반 넘는 곳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이번 발표 자료를 통해 2023년 1분기 자산운용회사 사정이 작년보다는 나아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앞서 살펴봤듯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19억원(5.6%)로 소폭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올 1분기 당기순이익 측면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617억원(17.2%) 증가했다는 점을 통해서도 관련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자산운용 업계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전히 투자 시장이 위축돼 있는 만큼 자산운용사들이 본질적인 투자 수익을 내서가 아니라, 작년 연말 성과급이 올 1분기 자산운용 업계 영업이익 상승을 일시적으로 견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 전문가 A씨는 “연말 성과급은 은행, 보험사 등 기관의 자산운용을 해주고 받은 급여이며, 회계상으로 개인이 아닌 법인의 이득으로 장부에 기록된다”며 “이는 자산운용사의 실질적인 성과를 반영해 주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동학 개미들은 더 이상 못버티고 투자 수요 여전한 투자자들은 불법으로 눈 돌려
한편 자산운용 업계의 시름은 계속 들려올 전망이다. 경제환경 불확실성으로 인해 자금시장이 위축되고, 동학개미들은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탈하고 있다. 또한 최근 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선호가 두드러지고 ETF 등의 패시브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국내 특성상 까다로운 규제의 공모 펀드를 투자자들이 꺼려하는 만큼 자산운용 업계는 더 침체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의 입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산운용 업계에 투자금을 맡길 유인이 떨어진 일부 투자자들은 손대지 말아야 할 금단의 영역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경제 악화 기조의 대부분 투자에서 제대로 된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던 시장 참여자들은 ‘금융 사각지대’에서 암암리에 불법 투자를 해오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당시부터 급증했던 투자에 대한 수요는 지금까지도 여전한데, 이를 제도권에서 해결하지 못하자 특정 종목을 매수·매도하라고 권유하는 ‘주식 리딩방’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 발(發) 주가폭락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주가 폭락사태의 주범들은 더 이상 기존 금융 상품들로부터 큰 수익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해, 거래 관련 제도에서 자유롭고 익명성을 담보하는 CFD 및 ‘불법 리딩’을 통해 대규모 통정매매를 일으킨 바 있다.
금융업이 자본 공급자의 역할을 수행해 경제 전반에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 업계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 악화, 불법 투자가 성행하는 작금의 금융 시장에서 자산운용 업계가 자력으로 활기를 되찾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정부는 불법 기관들을 색출해 관련 업계의 회생을 도모하는 한편, 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