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연착륙 중”이라는데, 대출 규모 및 연체율은 꾸준히 증가세

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규모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그러나 자영업자 채무 위험은 계속 커져가는 중 단기간 내 민생 회복 어려워, 대출 상환 또한 기다려야 한다는 조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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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실시된 자영업자 대출 상환 유예 잔액과 만기연장 건수가 감소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 당국은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이 연착륙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서민 경제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내려놓을 것을 당부했으나, 실상은 관련 대출 규모와 연체율이 여전히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리 경제가 결국 경착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대출이 연착륙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금융 당국, “만기연장·상환유예 건전성 이슈는 거의 없다”

29일 금융위원회는 올 6월 말 기준 상환유예·만기연장 지원 금액과 이용 차주가 각각 35만1,000명, 76조2,00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자영업자대출 연착륙 지원방안이 마지막으로 발표된 지난해 9월 말 이용 차주(43만4,000명)와 기준 금액(100조1,000억원) 대비 각각 20%, 24% 줄어든 수치다. 이에 일각에선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를 이겨내고 대출금을 상환해 나가고 있다는 희망적인 분석이 나온다.

또한 이날 금융위는 “코로나19 당시 실시한 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처는 2025년 9월까지로 지원 폭이 유지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오는 9월부터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조치가 순차적으로 종료되는 것은 사실이나, 9월 말이 만기인 상환유예 대출은 극히 일부분이며 대부분은 상환계획서에 맞게 수년간 분할 상환하고 있다는 얘기다.

같은 날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이 연착륙하고 있다”며 “현재 금융기관은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 손실흡수능력을 갖췄고, 자체 채무조정 능력도 있는 데다 30조원 규모 새출발기금으로 변화하게 될 정책에도 유동적으로 대응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영업자들의 상환압박을 덜고자 차주에 대한 만기연장은 올해 9월이 아닌 2025년 9월까지 만기연장이 지원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연착륙하고 있는 것 맞나?

그러나 일부에선 금융위의 ‘소상공인·중소기업 연착륙론’이 현실화되긴 어렵다고 보는 주장이 제기된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폭염과 장마 등 날씨마저 따라주지 않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기 상황이 연일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상공인 업계가 발표한 소상공인 7월 전망 경기지수(BSI)는 73.7로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특히 이는 올해 2월(72.5)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이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 규모 및 연체율에 주목, 여전히 자영업자들의 금융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6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014조2,000억원)과 4분기(1,019조9,000억원)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이다.

여기에 연체율 상승 속도도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올 1분기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로 지난해 4분기(0.65%)보다 0.35%포인트 올랐다. 연체율 상승 폭도 지난해 4분기(0.12%포인트) 대비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영업자 연체율 1%는 지난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최고치에 해당한다. 자영업자의 2금융권 대출 연체율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 1분기 기준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각 0.37%와 2.52%로 은행권 연체율이 지난해 4분기 대비 0.11%포인트 오르는 동안 2금융권에선 0.92%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이처럼 자영업자의 채무 위험이 가중되는 가운데,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위험 신호가 켜졌다는 것이다. 한은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말 자영업자 연체위험률이 3.1%까지 상승하는 가운데 취약 차주의 연체위험률은 18.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의 소득 개선이 더딘 와중에, 자영업자 부채 규모는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부분이 그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연체율의 상승 전환을 도운 것으로 분석했다.

출처=금융위원회

고통 최소화하는 디레버리징 위해선 충분한 시간 필요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 관련 업계에선 결국 국가 및 사회 전반이 나눠 부담해야 할 감염병 예방 비용을 자영업자들이 독박으로 떠안은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 따라 발생한 자영업자의 경제적 손실을 정부가 재정지출로 보상하는 대신, 자영업자로 하여금 더 많은 대출을 받아 견디도록 했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가 ‘과잉 대출’ 폭탄을 오랫동안 품고 있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로 인해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어서도 자영업자들이 팬데믹 기간에 발생한 손실분을 메꾸지 못해 대출 규모와 연체율이 올라간 것이란 얘기다. 또한 이로 인해 자영업자 취약층부터 시작될 연쇄 디폴트 리스크의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게 현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와 금융 당국은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도 재차 대출을 연장해 민간 부채 축소를 연이어 뒤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제도를 6개월간 4차례 연장한 데 이어 시장 불안과 정치권 압박에 민간 자율 형태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사실상 5번째 연장한 바 있다. 정부는 이같은 대출 연장을 통해 자영업자들이 영업 회복에 전념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고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출 연장은 금융 비융 가중으로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대출 연장이 서민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정부가 피해 갈 수 없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경제·금융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양적 부채를 축소하고 자영업을 회복시키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도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 A씨는 “만기연장·상환유예 등의 민생지원 대책은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초까지 예상되는 금리 인상기의 어려움에 대해 정부, 금융 당국, 금융기관, 차주, 기업들이 각자 고통을 분담해 낙오자 없이 대출 연착륙을 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차주와 자율 협약을 통한 만기연장과 같은 금융권 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노력 또한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