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美 기업 전반적으로 호조세, 다만 하반기에도 흐름 이어갈지는 미지수

올 2분기 ‘깜짝 실적’ 기록한 미국 기업들 시장에선 하반기에도 호실적 이어갈 것으로 전망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전문가들 경기 연착륙 가능성 두고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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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올 2분기 ‘예상외’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올 2분기 호실적 대부분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올 하반기까지 미국 실적의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 대내외적으로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호실적’에 대한 입장이 갈린다.

2분기 미국 기업들, 대부분 예상외 호실적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7월 28일까지 미국 S&P500 상장사 중 51%가 실적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EPS(주당순이익)이 업계 컨센서스를 웃돈 기업은 80%로, 최근 5년 평균인 77%와 10년 평균인 73%를 모두 상회한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실적이 업계 컨센서스를 웃돈 기업들 비율이 가장 큰 산업은 IT(정보·기술) 부문이었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IT 부문 회사들 중 93%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고, 7%는 전망치에 부합했다. 그다음으로 실적이 전망치보다 높은 기업이 S&P500 전체(80%)를 상회하는 업종으로는 통신서비스(92%) 부문과 필수소비재(89%) 부문이다. 그 외 에너지, 부동산, 금융, 유틸리티 부문의 경우 실적이 전망치를 웃돈 비중이 80%보다는 낮았으나, 60% 미만으로 떨어진 업종은 없는 만큼 미국 기업 대부분이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올 2분기 미국 기업들의 ‘깜짝 실적’의 대부분을 빅테크 기업이 견인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냈다. MS의 2분기 매출은 562억 달러로 지난해 2분기 대비 8% 증가하며 월가 예상치인 555억 달러(약 72조7,9824억원)를 웃돌았다. 알파벳(구글)의 2분기 매출은 746억 달러(약 97조8,550억원)로 시장 전망치(728억 달러)를 웃돌았다. 이 중 순이익도 184억 달러(약 24조1,358억원)로 시장 전망치(169억 달러)보다 큰 차이를 보였는데, 이는 핵심 사업인 광고 매출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지난 분기 처음 흑자 전환에 성공한 클라우드 사업부 매출도 28% 증가하면서 ‘2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메타의 2분기 매출은 320억 달러(약 41조9,798억원)로 지난 분기 대비 11% 증가했다. AI 활용과 숏폼 콘텐츠 릴스가 광고 매출을 크게 증대시킨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미·중 갈등에서 비롯된 대외적 불확실성으로 실적 난조를 기록했던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2분기 매출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먼저 인텔의 경우 2분기 EPS는 0.35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2분기 대비 흑자로 전환됐다. EPS, 매출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시장에선 코로나19 이후 위축됐던 PC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며 호실적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반면 인텔의 경쟁자 격인 AMD의 순이익은 2,700만 달러(354억2,049만원)로 지난해 2분기 대비 94% 급감했다. 스마트폰용 칩 제조기업으로 알려진 퀄컴의 2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2분기 대비 52% 감소했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높아, 하반기 미국 기업 호조세 기대하기 어려워

이처럼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호조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상장사들이 올해 하반기까지 탄력을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인플레이션 압박을 덜어내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재정이 경제 연착륙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결국 미국 기업의 하반기 실적, 나아가 거시 경제의 향방을 결정한다는 분석이다.

먼저 누적된 통화 긴축으로 인해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 둔화 흐름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즉 이르면 올 3분기부터 경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대표적으로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2023년 하반기 미국 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부터 매파적으로 진행된 정책금리 인상의 누적효과가 올 3분기부터 내수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따라 GDP 성장률은 1.0%~1.3% 수준으로 나타나며, 이같은 성장모멘텀 약화가 최소한 2024년 말까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현재 급등하고 있는 미국 장기채 금리가 위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 1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한 데다, 지난 6월 부채 한도 확대에 성공한 미 재무부가 장기채 발행 규모를 크게 늘리겠단 발표가 시장에 퍼지면서 최근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크게 오르는 분위기다. 미국 10년물 금리의 상승은 이미 취약해져 있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결정타를 날릴 수 있다. 여기에 잔존 만기가 더 긴 미국채 30년물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이와 밀접한 관련 있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마저 올라가 가계 부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경기 선행 지표인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부분도 경제 침체가 점쳐지는 대목이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채권 시장에서, 미국 장기채 금리는 미래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반영돼 있다. 즉 장기금리가 하락하게 되면, 이는 미래에 대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게 될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실례로 1980년부터 2020년 사이에 미국은 6번의 경기침체를 겪었는데, 6번 모두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 바 있다.

미국채 장단기 금리차(10년물 및 2년물 금리 차이). 대략 2022년 7월 전후로 장단기 금리 역전 기조에 접어들었다/출처=미국 연방준비은행

경제 연착륙으로 소비 심리 되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상도

반면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예측하는 분석도 존재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건 사실이지만 최소한 올 하반기까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진 않을 것”이라며 “실업률과 소비자 물가 지수의 상승세가 최근 가파르게 둔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국 경제는 견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전 경기 침체를 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과 실업률 및 소비자 물가 지수의 급등은 항상 동반됐으나, 이렇게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의 노동 시장은 여전히 강건한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4일(현지 시간)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7월 비농업 일자리는 18만7,000개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거대한 고용 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7월 실업률은 3.5%로 지난달 대비 0.1% 소폭 하향한 바 있다. 아울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빠른 둔화세를 보이고 있어 소비 심리가 되살아날 것이란 긍정론이 나오고 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6월 CPI는 지난해 동기 대비 3.0% 상승에 그친 수준으로, 이는 지난해 동기 CPI 상승률(9.1%) 대비 오름폭이 3분의 1로 줄어든 모양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 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상태로 이행하고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동일한 맥락으로, 개선된 노동 지표와 CPI 지수를 받아 든 미 연준(Fed)이 기준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해당 시나리오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현재 치솟고 있는 미국 장기채 금리가 한풀 꺾여 모기지 시장 및 가계 부채가 안정되는 이른바 ‘노랜딩(No Landing, 과열된 경기가 침체 국면을 겪지 않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