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대출부터 받고 보자”, 20대 이하 연체율 ‘급증’
20대 이하 주택대출 연체율 ‘0.44%’ 역대 최고 수준 은행권 청년 전·월세 대출서 대거 연체 발생한 영향 크다 ‘쉬운 대출’ 환경도 문제지만, ‘무책임한 태도’부터 바로 잡아야
만 20대 이하 청년들의 대출 연체율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생 등 소득이 없거나 비정기적인 19살 차주의 연체율은 무려 20%까지 폭증했다. 최근 5년 사이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저금리 등에 따라 대출잔액과 연체율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일각에선 20대 차주들의 대출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가 연체율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솟는 ‘20대 이하’ 대출 연체율, 19살 차주 연체율은 무려 20%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연령별 주택 관련 대출 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은 0.44%까지 급증했다. 2018년 3분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반면 30대·40대·50대·60세 이상 연령층의 연체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각각 0.17%, 0.21%, 0.20%, 0.2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19살 차주의 연체율은 무려 20%에 달했다. 2018년 3분기 말부터 지난해 3월 말까지 0%였던 19살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12.5%로 큰 폭 상승하더니 올해 6월 말 20.0%까지 급증했다.
다만 19살 차주의 연체율 변동폭이 큰 이유는 전체 대출 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권 전체 주택 관련 대출 잔액 638조4,600억원 가운데 19살 차주가 차지하는 대출금은 500억원으로 전체 0.1%가 채 되지 않는다. 연체율이 20%대로 높아진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연체 금액은 지난해 6월 말부터 1년간 100억원 수준을 유지했지만, 같은 기간 전체 대출 잔액이 8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줄면서 연체율이 급증했다.
업계에선 주택금융공사의 ‘보증부 청년 전·월세 대출’에서 대거 연체가 발생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상품은 청년층 전세보증금·월세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들이 이용할 수 있다. 무소득자도 대출이 가능함에 따라 학생이나 비정규직 청년들이 원룸 등의 전·월세를 얻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초년생 20대 연체율도 최근 5년 이내 ‘최고’
청년들의 안정적인 경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서민금융진흥원 등이 비교적 저리의 대출을 제공하는 정책 금융에서도 연체율이 늘고 있다. 7일 서민금융진흥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7일 기준 20대 이하 청년층의 소액생계비대출 이자 미납률은 21.7%에 달했다. 이는 대출을 받은 20대 청년 5명 중 1명이 매월 6,000원 수준의 이자도 갚지 못했다는 의미다. 소액생계비대출을 신청하고 금융교육 이수 시 첫 달 이자로 6,416원(대출금 50만원, 이자율 15.9% 기준)이 적용된다.
저신용자 대출 상품인 햇살론 연령별 대위변제 대상자도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20대 비중이 36%로 가장 높았다. 햇살론 대위변제 총액이 매해 증가하는 가운데 대위변제 대상자 중 20대 이하의 비중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비중을 보면 20대가 2020년 말 28.1%에서 2021년 말 33.8%, 2022년 말 35.4%, 2023년 1분기 36.7%로 계속 늘고 있다.
정부가 금융사에 대신 갚은 대출액이 대위변제다. 차주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우선 서민금융진흥원이 금융사에 대신 갚아주고 대출 차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은 “대위변제 대상자 수가 가장 많은 연령이 20대라는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청년들이 학자금 대출, 전세자금 대출 등 빚을 지지 않고도 사회에 진출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입·지출 고려하지 않고 ‘쉽게 대출받는 문화’가 연체율 키워
20대 연체율이 높은 이유는 높은 주거비 부담, 불안정한 소득, 과도한 지출, 영끌 및 빚투 등 복합적이다. 그러나 핵심은 ‘일단 대출부터 받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에 있다. 수입과 저축을 고려한 상환 계획을 바탕으로 대출 상품에 접근해야 하지만, 당장의 지출과 한탕을 위해 쉽게 대출을 받는다.
은행권이 쉽고 간편한 간편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는 점도 이러한 태도를 확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하나둘 등장하면서부터 은행권에선 간편대출 시장 진출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들에게까지 간단하게 돈을 빌려주는 ‘쉬운 대출’의 확산이 연체나 상환 불능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특히 다른 연령층에 비해 금융지식이나 소득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모바일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20대들은 이러한 ‘쉬운 대출’의 늪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금리 상황 속 취약 청년들의 대출 부실은 다중채무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이에 따라 20대 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경숙 의원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득 기반 등이 취약한 30대 이하의 연체율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청년층의 과도한 빚은 소비 위축과 함께 금융은 물론 경제 전반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청년 대출을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 연체 자체가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을 야기할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위험신호가 들어왔다는 사실은 간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20대가 빚의 늪에 빠지면서 저출산 문제가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 이자 부담이 높아진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나라 경제의 성장 동력 상실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비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