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올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 달성에도 “시장 반응은 싸늘”

카카오뱅크, 업계 최저 금리 수준 주담대・중저 신용대출로 역대 최고 실적 거둬 그럼에도 주가는 하락, 투자자들 카카오뱅크의 “박리다매” 전략에 매력 못 느껴 금리인상 압력에 실적 나빠질 우려 有, 증권가에선 ‘매도’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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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의 올 상반기 실적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업계에선 카카오뱅크의 중저 신용대출자를 겨냥한 최저금리 ‘포용금융’이 이번 실적을 크게 견인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자체적으로 개발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이 연체율을 줄인 부분도 카카오뱅크의 호실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실적 발표 당일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사업 구조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고평가됐던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이제서야 본질가치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포용금융’ 내세워 호실적 거둔 카카오뱅크

‘2,174만 명의 주거래은행’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2일 실적 발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괄목할 수준의 이익 성적표를 자랑했다. 카카오뱅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482억원(52.5% 증가), 순익은 1,838억원(48.5% 증가)으로, 모두 반기 기준 역대 최고 호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가장 최근 시점인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118억원, 당기 순이익은 820억원으로 전년 동분기보다 각각 50.3%, 43.9% 수직상승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카카오뱅크의 ‘역대급’ 호조세가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금융이용성 제고를 겨냥한 포용금융 움직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즉 은행권에서도 최저 금리 수준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과 신용대출 및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이하 중저신용대출)을 내세워 대출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 5월 31일 정부 주도하에 본격 시행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에 힘입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에 금융소비자들의 수요가 쏠리면서, 카카오뱅크가 금융권 대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파이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타 은행의 주담대를 보유했던 고객들이 카카오뱅크의 최저금리 수준의 대출 상품으로 대거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 2분기 주담대 잔액은 5조5,000억원으로 직전 1분기 대비 3조원이나 증가한 가운데, 2분기 들어 신규로 취급한 잔액 3조5,000억원 중 약 60%가 대환 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저 신용대출의 경우 올 2분기 잔액은 3조9,184억원으로 전년 동분기보다 32.5% 증가했다. 또한 전체 여신 사업에서 중저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분기 기준 27.7%로 직전 1분기 25.7%에 비해 2% 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주력 대출 상품의 잔액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연체율이 감소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올해 1월~4월 중저신용자 대상의 신용대출 규모는 1조900억원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25.5% 상승한 역대 최대 규모지만, 연체율은 직전 1분기 0.58%에서 2분기 0.52%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에 업계에선 카카오뱅크가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통해 중저 신용 고객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리스크관리를 수행한 결과라는 호평이 나온다.

호실적에도 주가 하락, 편중된 사업구조가 원인

카카오뱅크의 이같은 매출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되레 장중 5%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 직후인 2일 오후 2시 10분의 카카오뱅크는 전일 대비 5.56% 하락한 2만8,000원으로 거래됐다. 세부적으로는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30억원, 72억원을 팔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이는 카카오뱅크의 주력 대출 상품들의 한계에 주목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매도’ 컨센서스가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주력 상품인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중도상환해약금이 없는 구조상 업계 최저 수준의 대출 금리를 유지해야만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며 “높은 성장을 제고하기 위해선 이자수익 창출력 제고가 동반돼야 하는데 기업의 사업 방향상 이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즉 카카오뱅크의 본질이 결국 ‘금융기업’에 있는 만큼, 현시점에서 ‘박리다매’로 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으로 편입되는 이자수익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대부분 김 연구원과 같은 의견이 모이는 분위기다. 특히 이들은 카카오뱅크의 대출 산업 이외 플랫폼 부문 실적이 부진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올 2분기 증권계좌 개설은 약 8만 좌로 전 분기와 비슷한 추세를 보였으나, 제휴 신용카드 발급은 5만4,000건으로 전 분기 대비 27%로 크게 감소했다. 현재 대출 상품 이외 여타 사업 전략이 시장에 제대로 먹혀들어 가고 있지 않단 얘기다. 즉 카카오뱅크의 이같은 대출 상품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에, 자칫 금리 인상 등의 거시경제 하방 압력이 다시금 찾아오게 되면 투자자 입장에서 과도한 리스크를 지게 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진=Pixabay

하반기 연체율 상승 가능성 존재, 전문가들은 “기업가치 고평가됐다”

심지어 증권가는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시장 전망이 지배적이긴 하나 급증하는 가계 부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초래하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향후 몇 달간 지속될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며, 카카오뱅크의 연체율 또한 올 하반기부터는 고스란히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같은 증권가 분석에 일각에선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살펴봤듯 사업 포트폴리오가 대출 상품에 편중됐고, 이마저도 거시경제 위험에 지나치게 노출된 데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PER이 여타 국내 은행주와 비교했을 때도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을 정도로 수익이 어마어마한데, 이 중 카카오뱅크만 주가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의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PER은 40배 수준으로, 국내 금융주 대비 약 3배 높은 형국이다.

실제 증권가에서 ‘매도’ 의견을 내는 일은 드물다. 특히 IB 사업을 영위하는 증권기업의 리서치 부서의 경우 IB 사업 잠재 고객사에 대한 매도 의견을 포함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면 해당 고객사가 향후 증권사에 불이익을 주는 등 복잡한 이해 상충 문제가 섞여 있기 때문에 대부분 애널리스트는 ‘중립’ 의견을 고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카카오뱅크가 증권가 사이에서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이 주의 깊게 눈 여겨봐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