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ARM 기업공개로 100억 달러 이익 전망
비전펀드, 최근 연이은 손실로 적자 누적돼 ARM 기업공개 계기로 공격모드 전환 예고 휴면상태였던 美 IPO 시장서 최대어 전망
21일(현지 시간)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영국의 팹리스 기업 ARM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나스닥 직상장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ARM은 내달 중 IPO(기업공개)를 끝마치고 나스닥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ARM의 예상 기업가치는 600억~700억 달러(약 80조~94조원)로, 올해 미국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다.
ARM 목표 기업가치, 최대 700억 달러 전망
소프트뱅크는 이번 IPO를 통해 100억 달러(약 13조2,510억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최근 연이은 손실로 방어모드를 유지해 오던 비전펀드가 이번 IPO를 계기로 공격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ARM은 지난 2016년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를 통해 약 35조원에 인수한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당시 기업가치는 640억 달러(약 84조원)로 알려졌다. ARM은 최근 AI로 각광받는 엔비디아도 인수를 시도했을 정도로 시장에서는 미래 가치가 큰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ARM의 나스닥 상장은 소프트뱅크 투자기업의 역대 IPO 중 기업가치 측면에서 2~3번째로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1일 제출한 IPO 신청서에는 ARM이 조달한 금액이나 평가가치, 상장주식 수 등 조건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소프트뱅크는 상장 수익금을 모두 가져가면서 IPO 후에도 ARM에 대한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RM의 CEO인 르네 하스(Rene Haas)는 IPO가 성공할 경우 2,000만 달러(약 260억원)의 보상을 받을 예정이다. 나머지 경영진 2명에게도 3,500만 달러(약 460억원)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AI 수요 폭증에도 ARM 매출 답보상태
다만 최근 들어 AI 칩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음에도 ARM의 매출은 올해 1분기 26억8,000만 달러(약 3조5,000억원)로 지난해 수준에 머물러 있다. ARM은 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자사가 개발한 CPU가 AI나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부적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전체 매출의 57%가 주요 5대 기업에 몰려있다”고 기술한 바 있다.
ARM은 애플, 인텔, 아마존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으로 지난 2016년 소프트뱅크에 320억 달러(약 42조원)로 인수되기 전까지는 상장기업이었다. 인수 이후 소프트뱅크는 ARM을 엔비디아에 400억 달러(약 53조원)의 가격에 매각하려고 했지만 미국, 영국 등 주요국 규제당국이 기업결합에 대한 승인을 강화하면서 절차가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 FTC(연방거래위원회)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불법적인 수직결합’이라고 규정하고 인수를 무산시키기 위한 절차로 제소를 진행했다. 결국 지난해 2월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양사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각국 규제로 거래를 완수할 수 없는 중대한 제약사항이 발생해 인수-양도 계약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카바 등 IPO 성공에도 일각에선 신중론 제기
지난해부터 IPO 시장은 사실상 휴면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존슨앤드존슨에서 소비자·헬스 사업 부문으로 분사한 켄뷰(Kenvue)가 상장 첫날 시가총액 500억 달러(약 66조원)를 기록하면서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이어 지난 6월에 진행된 지중해식 패스트푸드 체인업체 카바(CAVA)의 IPO는 냉각된 IPO 시장의 본격 해빙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실제로 첫 거래일의 카바 주가는 공모가의 두 배 이상 폭등했다. 지난달에는 미국의 전기항공사 서프에어모빌리티(Surf Air Mobility)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직상장했고 오는 9월에는 식료품 배송 스타트업 인스타카트(Instacart)의 IPO도 예정돼 있다.
이같은 IPO 시장의 변화에 대해 카일 스탠포드(Kyle Stanford) 피치북 애널리스트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ARM은 CPU 설계와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일반적인 유니콘 기업들과는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만큼, ARM의 IPO가 기술기업의 IPO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그럼에도 VC들은 기술기업 투자에 신중을 기할 것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