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14주 연속 상승’, 일단락된 역전세난 우려에도 “나무보다 숲을 봐야”
바닥 친 서울 전셋값, 상승세 거듭 보증금 반환대출 규제 완화로 전세시장 ‘훈풍’ 급증하는 주담대-가계대출, 정책 순기능 위한 고민 필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꾸준히 회복세를 그리면서 역전세를 우려하던 임대인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전셋값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1년 하반기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비롯해 지난 7월 말부터 완화된 대출 규제로 집주인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서울 전셋값 14주 연속 오름세
25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정보시스템(R-ONE)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5% 오르며 직전 주(0.09%)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이로써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4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역세권 등 주거 여건이 양호한 단지에서는 더 큰 상승세가 그려졌다. 성동구는 0.32%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송파구(0.31%)와 마포구(0.25%), 강동구(0.25%), 광진구(0.2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도 전세 시장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소재의 잠실엘스(전용 84㎡) 전셋값은 지난해 12월 8억5,000만원을 기록한 바 있는데, 최근 거래에서는 동일 면적 물건이 11억5,000만원에 새로운 임차인을 만났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10억원~12억원대의 전세 보증금을 제시한 물건들이 다수 포착됐으며, 최고가는 15억원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마포구 아현동 소재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 역시 같은 기간 6억9,000만원에서 9억원으로 전셋값이 올랐다.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올해 봄까지만 해도 8억원대에 로열층 전세 물건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10억원을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신규 공급이 몰리며 전셋값 급락을 기록했던 강남권도 안정세를 되찾아가는 모양새다. 3월 입주를 시작한 개포동 소재 개포자이프레지던스(전용 84㎡)는 8억5,000만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최근 12억5,000만~17억5,000만원의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전세 실거래가는 13억7,000만원이다.
업계는 전세 시장이 바닥을 다진 후 반등에 돌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로써 올해 하반기 심화할 것으로 예측됐던 역전세난 우려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역전세는 전세 계약 시점에 전셋값이 하락해 새로운 계약의 보증금보다 반환해야 할 금액이 많은 상황을 뜻한다. 통상 전세 시장은 새로운 임차인이 지불하는 보증금으로 이전 임차인의 보증금을 반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임대인들의 보증금 반환이 늦어질 경우 부동산 시장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2021년 하반기 전셋값이 역대 최고점을 찍자, 이때 체결된 전세 계약의 만기가 돌아오는 2023년 하반기 역전세난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보증금 반환대출 완화 향한 엇갈린 시선
업계에서는 최근 전셋값 상승세의 가장 큰 원인이 정부의 보증금 반환대출 규제 완화 조치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활성화가 예상되는 시장에서는 물건의 가격이 급등하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7월 정부는 전세 보증금 반환 용도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전세금 반환이 어려워진 임대인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 반환이 지연돼 주거 이동에 제약을 받는 등 임차인들의 불안이 급증한 데 따른 결정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를 위한 지원 정책이라는 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거주가 아닌 임대 목적으로 운영되는 아파트의 전셋값 하락은 명백한 ‘투자 실패’며, 정부가 투자 실패까지 보호해 줄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들은 집주인의 투자 실패에 따른 주택 매각 및 채무조정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의 흐름을 방해해 각종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이번 대출 규제 완화는 전세금 반환 목적으로만 제한돼 투자에 악용될 우려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간과한 채 무리하게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임대인을 구제해 갭 투기를 방조한다”는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책 악용 차단 방안 필요성↑
물론 이같은 우려와 비판은 앞으로도 전셋값이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무의미한 것이 된다. 문제는 전셋값의 상승세는 결국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와 일맥상통한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 현상은 곧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규모도 함께 증가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난 올해 2분기 말 주담대 잔액은 전분기 말과 비교해 14조1,000억원 늘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계신용 잔액이 9조5,000억원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전문가들은 주담대 잔액이 쌓이는 속도와 전체 금융 시장에서의 비중을 고려하면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그동안 침체하던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의 각종 부동산 관련 정책이 투자자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순기능 극대화에 힘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