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 회복 시사한 中, 외부 평가는 “경제 위기 가시화·파급력 급감”
中 영향력↓, 상장사 매출·영업이익도 ‘추락’ 中 부동산 위기, 금융권까지 전이·확산됐다 서방 국가들이 틀렸다는 中, 세계적인 탈중국 가속화 막기 힘들 듯
중국이 신흥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과거 대비 감소했다는 투자은행(IB)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는 신흥국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혀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탈동조화 현상이 벌어졌다는 게 IB의 분석 결과다.
골드만삭스 “中 신흥국 영향력 ‘급락'”
2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IB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자들과 공유한 메모를 통해 “중국의 경제둔화 및 신용등급 강등이 여타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난 3년간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듯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거시적 문제가 과거처럼 신흥시장을 끌어내리지 않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중국의 거시적 영향력이 수직 낙하했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는 이를 두고 “전 세계가 중국과 장기적으로 ‘이혼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시저 마스리 등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주당순이익(EPS) 자료로 볼 때 과거 중국과 현재 중국은 신흥시장과 천천히 이혼하는 과정에 있다”며 “현재 발생하고 있는 우려를 감안할 때 투자자들에게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0년부터 2018년 중국과 글로벌 시장은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2019년에서 2023년에는 주당순이익 측면에서 상관관계가 매우 적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올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지수가 크게 조정받았을 때도 신흥국지수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MSCI 중국 지수가 각각 10% 하락했던 5월과 이달 MSCI 신흥국 중국 제외 지수는 각각 상승하거나 하락 폭이 적었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일부 신흥국들은 여전히 중국의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중국과 이들 신흥국 사이의 상관관계는 정상화될 측면이 있다”면서도 “전체적인 측면에서 중국경제의 수익 변화와 영향력은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부양 안간힘 쓰는 中, 하지만
중국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뉴노멀(새로운 표준)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중국은 최근 2개월 만에 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론이 확산되면서 현지 상장기업들의 경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 중국 산업생사나, 내수소비 등 실물경제 불안감이 커지면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과 시가총액이 급감하고 있다. 거대 자본 아래 세계 경제의 영향력을 한 손에 쥐고 있던 중국의 위상이 사실상 추락한 것과 진배없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지역별 11개국 대표 증시를 분석한 결과 상하이·심천·베이징거래소를 비롯한 중국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8월 11조1,082억 달러(약 1경4,868조원)에서 올해 8월 9조7,531억 달러(약 1경3,055조원)로 12.2% 급감했다. 동기간 독일(17.8%), 인도(3.4%), 한국(2.3%), 미국(1.4%), 일본(1.1%) 등 주요 국가 시총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대조적이다. 당초 중국은 팬데믹 국면인 2020년 8월만 해도 전년 대비 시총 증가율이 53.0%에 달했고, 2021년에도 24.6% 성장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역성장(-3.4%)한 후 올해 들어 낙폭이 더 심해지며 2년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 상장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추락하는 속도 역시 빨라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중국 상장사 매출액 증가율은 -1.2%로 비교 대상국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감소율(-6.2%) 등 수익성 지표는 중국을 제외한 10개국 평균(7.5%)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내부 부동산시장 위기가 금융권에까지 전이되면서 자본시장, 실물경제 전반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경기를 선반영하는 증시 충격이 커지고 있음은 곧 앞으로의 경기 상황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평했다.
中 “경기 회복 가시화” vs 美 “경제 상황 악화”
중국 정부는 내부적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지난 17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서방측에서 중국의 경제 둔화가 세계 경제 발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질문에 대해 “중국 경제는 고품질 발전을 유지하며 질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왕 대변인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중국 경제 회복은 굴곡을 겪고 있으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여러 서방 정치인과 언론이 중국의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계적 문제들을 과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왕 대변인은 “올 상반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5.5%에 이르며, 첨단 산업과 과학 연구 투자 등이 전년보다 크게 증가했다”며 “서방 국가들이 결국은 틀렸음을 분명히 증명해 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반면 미국은 최근 중국의 경제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의 높은 실업률 등 지표를 지적하며 “중국은 똑딱거리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했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14일 “중국의 경제 불안은 미국 경제에 위험 요인”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7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했고 7월 수출 역시 전년 대비 14.5% 줄었다. 특히 비구이위안, 위안양 등 중국의 대형 부동산개발 업체들이 채권의 만기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등 부동산 위기도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판 리먼 사태’ 등 중국의 경제위기 우려가 확산되면서 중국 내 신탁업계 리스크도 문제로 떠올랐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의 로웨나 장 디렉터는 “중국 신탁 부문에서 커진 리스크가 금융기관에 폭넓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탁업계가 지난 3년간 직접적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상당량 줄였음에도 중롱신탁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는 여전히 리스크가 만만치 않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권 투자가 2019년에서 2023년 1분기까지 거의 세 배로 늘어났다”며 “신탁업계가 예상치 못한 대규모 채권 손실로 타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디플레이션 압력 속에 부동산 기업과 금융 기업의 위기를 적시에 제어하지 않는 한 현재의 위기감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다. 당초 중국 정부는 부동산 기업 지원을 위한 경기부양 정책을 주류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부동산 위기가 금융에까지 확산된 만큼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도 위기가 더 확산되는 걸 차단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는 국지적인 경기 회복 지표에 매몰돼 거시 경제를 흩트려 놔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휘청이는 중국이 추진 장치를 재가동할 수 있을지 여부에 세계적인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중국과의 이혼’이 가속화하는 상황을 중국 정부가 타개할 수 있을지에 엇갈린 의견들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