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개발 업체 줄도산 가능성에 출렁이는 글로벌 경제, 우리나라 영향은?
부동산 개발 업체들 줄도산 위험 커져 이에 따른 글로벌 타격도 배제 못해 대中 의존도 높은 韓, ‘K-뷰티’부터 실적 악화
최근 중국 부동산 개발업계의 연쇄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 및 실물 경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중국 디플레이션 돌입이 기정사실화됐다고 보고 있다.
높게 점쳐지는 중국 디플레이션 압박에 글로벌 증시 또한 출렁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수출 실적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K-뷰티 산업은 대중국 수출 부진에 따른 여파가 실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부동산발 쇼크, 글로벌 금융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
17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공룡’이라고 불리는 중국 메이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은 16일 “채권 상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선 사실상 디폴트를 인정하는 셈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약 1조3,415억원)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 달러(약 302억원)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비구이위안은 30일간의 유예 기간을 거칠 예정이며, 해당 기간 내에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공식적으로 디폴트가 선언된다. 이에 따라 중국 부동산 시장의 도미노 디폴트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주요 70개 도시에 대한 지난 7월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23% 하락했다. 올해 처음 내림세로 전환한 6월(-0.06%)보다 하락 폭이 더 커진 모양새다. 주택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 현재 디폴트 위기에 빠진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비구이위안의 이같은 디폴트 위기로 월가 주요 금융사들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YSE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비구이위안의 달러 표시 채권 3억5,190만 달러(약 4,7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 최대 금융 기업 HSBC와 독일 보험회사 알리안츠도 6월 말 기준 비구이위안 채권을 각각 3억4,360만 달러, 3억100만 달러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아울러 피델리티(1억8,710만 달러)와 JP모간체이스(1억1,600만 달러) 등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구이위안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10개 기관투자자의 투자 규모 합계는 17억6,230만 달러(약 2조3,600억원)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비구이위안이 채무 구조조정을 하면 역외 채권자에 해당하는 월가의 금융사들은 중국 내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놓여, 자칫 원금 회수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국 금융 당국, 시장 불안 막기 위해 긴급 유동성 공급 조치
부동산발 쇼크는 중국 금융권으로 전이되고 있는 형국이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는 중국 최대 민영 자산그룹인 ‘중즈계(中植系)’의 자회사인 부동산신탁회사 중룽국제신탁의 3천500억 위안(약 64조원) 규모 지급 중단 사태로 번졌다. 이외에도 중신, 우광, 중성, 광다 등 주요 부동산신탁회사들도 지난해 말부터 원금 및 이자 상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동산거품과의 전쟁 선언을 한 뒤 주택 관련 은행 대출이 막히자, 비구이위안을 비롯한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중룽신탁 등의 신탁회사에서 자금을 충당해 왔다. 그러던 중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기업에 이어 부동산신탁회사들도 줄줄이 도산 위기에 빠져든 것이다. 이는 마치 2008년 미국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월가까지 파산 위기에 몰렸던 전철을 그대로 밟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선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금융 시장 충격을 넘어 글로벌 경제마저 적신호를 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 불안이 확산되자, 중국 인민은행은 16일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계약을 통해 2,970억 위안(약 51조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풀었다. 이는 15일 7일물 역레포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한 뒤의 후속 조치로, 지난 2월 이후 최대 규모의 단기 자금을 투입한 셈이다. 앞서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 환율을 시장 컨센서스보다 783핍(1pip=0.0001) 더 가치를 높여 설정했다. 달러-위안 환율이 오르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다만 업계에선 이같은 중국 금융 당국의 긴급 유동성 공급 조치가 투자자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회복시키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본다. 당국이 청년 실업률 발표를 중단한 데다 토지 거래 가격, 외국인 직접 투자 등 주요 지표들을 줄줄이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투자자들이 경기 부양책보다 선택적 통계 공개로 인한 중국 경제의 불투명성에 더 크게 주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일한 맥락으로,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무한정으로 경기 부양책을 펼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82%로, 이처럼 부채 사이클이 장기화된 경우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곧 가계 대출의 절대 규모를 키워 금융 불균형 리스크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중국 부동산 침체는 일정 수준 이상은 피해 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중국 소비 침체에 국내 기업 덩달아 타격받고 있는 모양새
이렇다 보니 글로벌 금융업계에선 올해 및 향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낮게 점치는 분위기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를 포함한 외신보도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중국 GDP 성장률을 4.8%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은 올 4월 중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6.4%로 제시하면서 주요 IB 중 가장 낙관적인 의견을 냈으나, 이후 6월 5.5%, 7월 5.0%로 전망치를 연이어 하향 조정한 끝에 이번엔 중국 정부 목표에 못 미치는 전망치를 제시했다. 영국 바클레이스 또한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4%포인트 내린 4.5%로 제시했고, 일본 미즈호파이낸셜그룹도 종전 5.5%에서 전망치를 5.0%로 내렸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중국 부동산 위기가 지속될 경우 내년 성장률 전망은 더 암울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으로 돌입하면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것은 물론, 중국에서 철수하는 기업들도 생겨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제조업 기업들의 ‘디리스킹(위험제거)’ 움직임으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지난 2020년 25.9%에서 지난 1분기 19.5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 수출 ‘먹거리’ 업종인 ‘K-뷰티’는 이미 대중국 수출 부진에 따른 실적 하락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간신히 적자를 벗어난 5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내 영업적자는 약 4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LG생활건강 또한 올 2분기 뷰티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9% 줄은 700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7,8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부동산 침체 타격으로 내수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는 만큼, K뷰티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