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대란’ 슬그머니 고개 들자, 정부 “지방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 검토”

국토부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 추석 전 발표 예정 미분양 소화-PF 금리 인하로 건설사 자금난 해소에 중점 2년 전 실패한 양도세 감면, 이번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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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분양이 심각한 지방에 양도세 감면 등 세제 혜택 검토에 나선다. 또 주택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공공주택 공사비 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제 완화도 손본다.

8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세금과 금융, 공급 계획 등을 담은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을 이달 내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방 미분양 해소 방안을 비롯해 PF 연대보증 관행 개선, 공공주택 건설 시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중점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토막’ 난 착공 물량, “건설사 자금난 해소해야 더 큰 대란 막을 수 있어”

정부가 이같은 내용의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주택 공급 시장이 절박한 위기에 처해 있는 데다, 중견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누적 분양 물량은 7만9,631가구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44.4% 급감했다. 2~3년 후 주택 공급량의 선행지표로 활용되는 착공 물량 역시 이 기간 54.1% 떨어졌다.

전국적으로 주택난이 가시화하자 정부는 민간의 주택 공급 역량을 강화해 공급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미분양이 심각한 지역에 5년간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 가운데 민간 리츠(부동산투자 펀드)를 활용해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간 건설사의 자금난 해소를 돕는 방식으로 사업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다.

얼어붙은 PF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금융 대책도 논의한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연평균 10%대의 PF 대출 금리를 5%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 중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시장에 확산하는 공급 부족 우려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8월 29일 열린 주택공급 혁신위원회 회의에서 “시장에서 소화하는 방법이 원칙이지만, 최후의 부분에 대해서는 공공의 역할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시적 양도세 감면은 약 2년 전 한차례 거론된 바 있다. 2019년 6월 장석춘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해 취득세를 50% 감면해 주고, 취득 후 5년 이내 양도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해 주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장 의원은 “전국 미분양 주택 87%가 지방에 있다”고 짚으며 “최근 주택 가격 하락에 거래까지 끊기면서 주택시장 전체가 침체하고 있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특히 지방 도시들은 자동차나 조선업 등 지역기반산업 침체까지 겹쳐 주택이 완공되고도 주인을 만나지 못한 경우가 많아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조세소위에 머물다 2020년 5월 제20대 국회의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역대급’ 위기에 등장했던 양도세 감면 조치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사례는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같은 해 5월 시행되면서다. 당시 양도세 감면 대상 지역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미분양 주택으로, 주택건설사업자 등이 일정 기간 내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에 미분양으로 신고한 경우에 한해 세금을 감면했다.

다만 당시 정부는 건설업계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분양가를 인하할 것을 촉구했고, 건설사의 분양가 인하폭에 따라 양도소득세 감면폭에 차등을 뒀다. 분양가 인하율이 10% 이하일 때는 60%, 10~20%는 80%, 20% 초과는 100%의 양도세를 감면하는 식이다. 분양가 인하율 산정은 건설사가 최초 입주자 모집 공고에 공시한 분양가와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금액을 기준으로 했다. 당시 양도세 감면 대상에는 다주택자와 비거주자인 외국인도 포함됐으며, 이듬해 3월에는 미분양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는 임대사업자에 대해 양도세 50%를 감면하는 조치도 시행했다.

“양도세 감면 논의는 곧 대형 위기 신호”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이번 양도세 감면 방안 논의가 2000년대 후반에 버금가는 미분양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한 차례 홍역을 앓은 만큼, 신속한 조치로 2~3년 후 발생할 수 있는 미분양 대란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미분양 물량이 쌓일수록 건설사들의 실적은 악화하며, 이는 도산으로 이어져 금융 전반과 실물경제에 대한 타격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정부는 빠르면 오는 20일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한국인터넷광고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소규모 주택 관리비 투명화 방안 이행상황 점검회의’ 기자간담회에서 “추석 연휴 코앞에 중요한 대책을 발표할 수는 없기에 일정을 가급적 당겨 보겠다”며 “국토부의 해외일정 등이 있어 대략 20일에서 25일 사이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논의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국토부) 내부적으로 8월 말 주택공급혁신위원회를 소집했었는데, 조만간 현안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회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미분양 대책 등을 논의하는 주거공급 TF와 건설업계의 전반적 카르텔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산업 혁신 TF를 나누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