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민은행 ‘정기예금 금리 인하’ 지시, “경기부양 및 은행권 수익성 회복에 초점”

인민은행, 은행권에 비공식적으로 ‘정기예금 금리’ 인하 요청 직접적인 정책금리 조정 없이 은행들의 ‘자금조달원가’ 낮춰 리오프닝에도 회복 더딘 ‘중국 경제’, 저축·대출상환은 늘고 소비는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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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인민은행이 중국 주요 은행들에 비공식적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인하하도록 요청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이번 조치가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비용을 경감하고 등 은행들의 영업여건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 초 코로나 제로 정책을 철회했음에도 경기 회복이 더딘 중국 경제는 효과적인 경기부양을 지속하기 위해 은행권 수익성을 개선을 통한 대규모 신용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기예금 금리 ‘10~25bp’ 하향 조정

3일 한은 북경사무소는 중국 국영은행과 대형 상업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지난 1일부터 양도성예금증서 포함한 정기예금 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고 밝혔다. 이들 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대체로 1년물은 10bp, 2년물은 20bp, 3년물과 5년물은 각각 25bp 하향 조정했다.

인민은행이 해당 은행들에 비공식적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인하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은행은 앞서 지난 5월 15일부터 중국 금융기관들에 통지예금 금리(7일물) 등을 60bp 내외로 인하하도록 비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금번 정기예금 금리 인하 조치가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비용을 경감해 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민은행이 정책금리를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할 경우 자본유출로 인해 위안화 환율 약세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국영은행과 대형 상업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이 줄어들어 대출금리 인하 여력이 확대된 만큼 인민은행이 상업은행들을 대상으로 대형 부동산 개발 기업과 건설업체, 인프라 관련 기업 등에 대한 저리의 중장기 여신 공급을 독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효과적인 경기부양 위해선 은행권 수익성 호전이 우선

인민은행이 정기예금 금리까지 낮추도록 권고하는 이유는 그만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정기예금 금리 인하에 따라 자금조달비용이 상당 폭 낮아진 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 등 영업여건이 개선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시중에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현지 금융시장에서도 효과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이번 조치가 시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태평양증권 관계자는 “효과적인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국영은행과 대형 상업은행들의 인프라 부문 등에 대한 대규모 신용공급이 필요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인민은행이 이들 은행의 영업이익을 사실상 일정 부문 보전해 줬다”고 전했다.

이어 “국영은행과 대형 상업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이 줄어들어 대출금리 인하 여력이 확대된 만큼 인민은행이 상업은행들을 대상으로 대형 부동산개발기업과 건설 업체, 인프라 관련 기업 등에 대한 저리의 중장기 여신 공급을 독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대형 국영은행들은 이달부터 38조6,000억 위안(약 6,997조원) 규모의 미상환 주담대 금리도 인하했다. 중국 주택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신규 대출의 80%가 생애 최초 주택 대출인 가운데 금리 인하 대상이 생애 최초 주택 취득을 위한 대출에 한정됐다.

사진=pixels

실제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인민은행은 앞서 지난 4월에 이어 6월에도 일부 예금에 대한 금리 인하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중국은행과 중국공상은행, 중국교통은행 등이 요구불 예금인 보통예금과 당좌예금의 금리를 5bp, 3년과 5년 정기예금 금리는 최소 10bp 낮췄다.

지난 6월과 이달 시행된 예금금리 인하는 통상적으로 시행해 왔던 통화정책과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은 경제가 불황 국면일 때 기준금리를 인하해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의 소비 및 투자 비용을 낮춰 만들어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지만, 이번 금리인하는 악화된 은행의 수익성을 호전시키기 위해 실시한 조처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초 코로나 제로를 정책을 철회했지만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민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수요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경기호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기업 및 가계가 차입과 투자를 자제하자 지난 4월에는 신용과 신규 대출이 감소하고 가계 저축이 늘어나기도 했다. 또 대출 상환이 증가하고 저축도 늘어나면서 결국 은행권 전체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만 실제 대출 금리의 인하로 이어질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맥쿼리그룹(Macquarie Group)의 수석 중국 경제학자 래리 후(Larry Hu)중국 가계의 신뢰도가 여전히 낮기 때문에 게임 체인저가 아닌 점진적인 정책 단계에 있다면서 앞으로 몇 주 안에 부동산 완화 조치가 추가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지만, 충분히 완화적인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두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