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변동폭 확대’ 제도 시행 2개월 후 드디어 가격 안정세 접어든 스팩주, 연말에 다시 변동성 커질 우려↑

가격등락폭 확대 제도 시행으로 변동성 키웠던 스팩주, 2달 지나니 한풀 꺾인’듯’ 보여 기업 가치 뻥튀기 하는 스팩 상장의 ‘꼼수’ 연말 스팩 상장 몰리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 각별히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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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상장 종목의 주가가 상장 첫날 공모가의 최대 400%까지 오를 수 있도록 가격변동폭을 확대하는 제도가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난 현재, 주가 급등락을 보였던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주 투자 열풍이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팩 인수합병은 그간 IPO(기업공개)의 우회상장 통로로 여겨져 왔는데, 서류상 회사라는 스팩주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인수합병 시 소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기대감과 가격변동폭 확대 제도가 맞물려 그간 주가가 널뛰기 해왔다. 그런데 최근 스팩주의 주가가 공모가에 가깝게 형성되면서 이제서야 본질가치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장 직후 스팩주의 가격은 대부분 급등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인 데다, 그간 매년 12월에 스팩 상장이 급증하는 추세가 이어져 왔던 만큼, 업계에선 연말에 스팩으로 인해 다시금 주식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가격변동폭 확대 제도 후 주가 ‘널뛰기’했던 스팩주

1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코스닥 시장에서 매매를 시작한 한국제12호스팩은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26% 상승 마감했다. 장중엔 110%까지 치솟았다가 오름폭을 축소한 모양새다. 같은 날 거래를 시작한 대신밸런스제15호스팩은 장중 52.55%까지 상승 폭을 키웠으나 종가 기준 1.75%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가격변동폭 확대 제도가 시행된 이후 2개월 만에 금융 시장이 이제서야 안정세에 접어들었단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26일부터 시장에선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방안(가격변동폭 확대 제도)’이 적용되고 있다. 과거 신규 상장 종목의 시초가는 개장 30분 전 공모가의 90~200%로 결정한 뒤, 당일 시장가격은 -30%~+30%로 제한된 바 있다. 이로 인해 기존 제도에선 상한가에 연달아 도달하다가 매매 중단이나 가격 급락이 반복하는 등 금융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상황이 적지 않았다. 거래가 가능한 가격대가 시장 수급보다 좁게 제한된 탓이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시장에선 공모주의 적정 균형가격을 조기 형성하겠단 취지로 가격변동폭을 공모가의 60~400%로 확대하는 제도가 시행됐는데, 금융 당국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가격변동폭 확대가 되레 신규 상장 종목의 당일 기대수익률을 높이면서 일각에선 시장 참여자들의 투기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가격변동폭 확대 제도가 시행한 후 첫 스팩 상장 주자였던 교보14호스팩(매매 개시일 7월 6일)은 장중 299%까지 치솟았고, 종가 기준으론 240.5%로 장을 마감했다. 그다음 날에도 장중 20.3%가량 더 상승했다.

이후 상장한 에스케이증권제9호스팩(7월 12일), 유안타제14호스팩(7월 27일), 에스케이증권제10호스팩(8월 10일) 모두 각각 장중 243%, 193.5%, 184%까지 치솟은 바 있다. 올 1~6월 중 상장한 스팩(15개)의 상장일 주가는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평균 4.5% 상승한 반면, 가격변동폭 제도 시행 이후 시점인 7~8월 상장한 7개 스팩주의 평균 상승률은 72%에 이르렀다.

현재 이들 7개 스팩주는 모두 2,000원대로 내려와 공모가에 근접한 상태다. 이로 인해 스팩주 가격의 ‘널뛰기’가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중엔 상장 당시 하루 이틀 만에 급락하면서 변동성을 키웠던 스팩도 있던 만큼, 아직 스팩 상장으로 인한 주식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시장에선 지배적이다. 한편 이같은 급등락으로 인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도 변경을 등에 업어진 스팩주가 ‘단타족’의 놀이터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도 “스팩은 합병을 위한 도구일 뿐이며 합병 이전에는 공모가 수준의 가치만 가진다”며 “가격이 과도하게 치솟은 스팩에 투자할 경우 변동성에 의해 큰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스팩 상장

스팩은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증시에 상장된 일종의 ‘유령회사’를 의미한다. 스팩 상장이란 여기에 ‘알맹이’ 격인 합병 대상을 붙여 우회상장의 길을 터주는 제도다. 여건상 IPO 직상장이 어려운 비상장 우량기업의 상장을 활성화하고, 개인투자자의 인수합병(M&A) 시장 참여를 독려한다는 게 본래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 IPO와 비교해 적은 변수, 간소한 절차 등 장점이 부각되면서 스팩 합병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앞서 살펴봤던 스팩주의 가격 급등락과 동일한 맥락으로, 본래 취지를 벗어나 스팩 상장이 부실기업의 우회상장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우량기업은 여전히 IPO 시장을 선호하는 흐름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 내 인지도가 낮거나 사업성 및 재무구조가 부실한 ‘애매한’ 기업들만 스팩 합병을 택하는 현상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스팩 간 경쟁까지 심화하면서 합병 주관사인 증권사는 펀더멘탈이 탄탄한 기업을 물색하는 대신, 이들 입맛에 맞는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을 우선으로 찾는다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후문도 들려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전직 IB 업계 종사자 A씨는 “스팩 상장 관련 이해관계자들은 합병에 성공하기만 하면 막대한 이윤을 남길 수 있다”며 “특히 스팩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는 합병이 성공할 시 인수 수수료와 컨설팅 명목의 자문 수수료를 중복으로 챙길 수 있어 부실해도 합병 성공 의지가 높은 기업을 우선으로 찾는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브로드캐스팅(삼프로TV)은 스팩 상장의 ‘사각지대’를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대표적 기업이다. NH스팩25호를 합병하기로 한 이브로드캐스팅의 1주당 합병가액은 3만4,623원으로 산정됐으며, 이를 기준으로 한 상장 시가총액은 무려 2,501억원 수준이다. 이브로드캐스팅이 합병으로 얻게 될 공모 조달 자금이 50억원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게 업계의 공통 의견이다. 특히 지난해 순이익 기준 이브로드캐스팅의 PER(주가순이익비율)은 약 42배로 동종 비교기업인 티비씨(18.67배), KNN(16.5배), 한국경제TV(10.24배), SBS(3.36배)보다 훨씬 높다. 이에 A씨는 “IPO 직상장과 달리 스팩 상장은 기업 밸류에이션의 비교군이 없어 이해관계자 간 단순 합의에 따라 몸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이브로드캐스팅이 이같은 고평가 상태로 상장될 경우 상장 후 주가가 연일 하락하게 될 우려가 높은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 올해 스팩 합병 상장 10개 기업 중 기준가보다 주가가 오른 곳은 슈어소프트테크, 라온텍 등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말 스팩 상장 급증으로 주식 시장 변동성 커질 우려도 높아

이뿐만 아니라 실제 최근 신규 스팩(SPAC)의 상장 직후 주가가 추락하는 현상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까지 상장한 스팩 15개의 상장일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4.5% 상승했으나, 이들 3개 스팩의 상장 7일 후 주가는 상장일 주가 대비 46.5% 급락했다.

이와 관련해 올 하반기 스팩 상장이 급증하면서 연말 주식 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팩 상장의 심사 기간은 통상 2주 정도로 보통 한 달이 넘어가는 일반 기업 상장 심사 기간보다 훨씬 짧은 만큼, 일각에선 한국거래소가 연초 목표로 삼았던 상장 숫자를 연말에 몰아 채울 수도 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총 20개의 스팩 상장이 있었는데, 이 중 11건이 12월에 집중된 바 있다. 아울러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에도 여타 기간 대비 12월에 스팩 상장이 가장 많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간 증권가에선 거래소가 스팩 상장을 독려하는 것 아니냐는 뒷 말이 종종 나오기도 했다.

스팩 상장으로 인해 부풀려진 기업가치는 결국 개인 투자자에게 리스크로 전가된다. 앞서 살펴봤듯이 스팩주 그 자체는 펀더멘탈이 없는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한 만큼, 고평가 상태로 상장된 이후 주가 급등락이 크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한 올 들어 한국은행의 고금리 통화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스팩 합병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시중은행 예금보다 높은 스팩예치 이자금을 가져갈 수 있었던 스팩 투자의 매력은 더욱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이제는 스팩 상장에 대한 허와 실을 분명히 이해하고 기업들의 ‘꼼수’에 당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는 게 투자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