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물가 못 따라간다” 줄어드는 실질임금, 소비자물가 상승세에 노동자 ‘비명’
명목임금 뛰어도 실질임금 줄어든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노동자 ‘한숨뿐’ 현 정권 들어 실질임금 감소세 이어져, 인플레이션 속 4분기 연속 마이너스 국제유가 하락폭 둔화하자 8월 소비자물가 ‘쑤욱’, 실질임금 더 줄어드나
올해 1~7월 국내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5만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지는 고물가 상황 속 명목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지난달 국제유가 상승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짝 반등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실질임금 감소세 역시 한층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월급 올라도 소용없다”
고용부가 27일 발표한 ‘2023년 8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및 2023년 4월 시도별 임금·근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의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96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391만9,000원) 대비 1.1% 올랐다. 종사자 지위별로 살펴보면 상용근로자는 6만원(1.4%) 상승한 421만3,000원, 임시·일용근로자는 1만4,000원(0.8%) 하락한 174만5,000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임금총액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은 하강 곡선을 그렸다. 실질임금이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눈 값으로, 물가 상승을 고려한 임금의 가치를 드러내는 지표다. 월평균 임금총액이 상승하는 가운데 실질임금이 하락했다는 것은 임금 인상률이 치솟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경제가 고물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난 7월, 실질임금은 356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360만4,000원) 대비 1.1% 하락했다. 월별 실질임금이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기간을 넓혀서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94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8만5,000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1~7월 기준 물가수준(+3.7%)을 반영한 월평균 실질임금은 355만9,000원으로, 명목임금 상승에 무색하게 전년 대비 1.5%(5만3,000원) 감소했다.
실질임금 감소세, 올해 내내 이어져
실질임금 감소세는 윤석열 정권 들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4분기 연속 실질임금 하락’ 보고서에 따르면, 실질임금 인상률은 2021년 2.1%에서 지난해 -0.2%로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5%에서 5.1%까지 급등한 영향이다. 실질임금 인상률이 마이너스 전환한 것은 노동부 사업체 노동력 조사가 1명 이상 사업체 월 임금을 조사한 2011년 이후 최초다.
2021~2022년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이 경제성장률을 하회했다는 점 역시 실질임금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2021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4.1% 수준이었으나, 최저임금 인상률은 1.5%에 그쳤다. 이후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최저임금 인상률을 고려한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1.0%까지 곤두박질쳤고, 지난해에도 -0.04%로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의 실질임금 관련 지표 추이는 어땠을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5.2%에서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 △7월 2.3% 등 꾸준히 안정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지난 8월 갑작스럽게 3.4%로 반등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1.1%p 확대된 것으로, 2009년 9월 이후 약 1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근로자 실질임금은 올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3.3%를 기록한 이후 2분기부터 마이너스 전환했으며, 올해 1분기 -2.7%까지 미끄러져 4분기 연속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물가상승률이 점차 안정돼 가는 와중에도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지난달 들어 소비자물가가 반등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만큼, 일각에서는 실질임금 감소세가 한층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유가 상승세에 물가 ‘꿈틀’, 상황 악화 가능성도
8월 가파른 소비자물가 상승의 원인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 폭등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석유류 가격은 소비자물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7월 물가 상승률이 6.3%까지 뛰었을 당시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1.32%포인트(p)에 달했다. 물가 상승분의 약 20%가량이 휘발유·경유 값 상승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최근에도 유사한 양상이 포착된다. 지난 7월(80.5달러)에는 석유류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25.9% 내리며 전체 물가상승률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8월에는 석유류 물가가 11.0% 하락하며 인하폭이 대폭 줄었다. 국제 유가 하락세가 주춤하자 곧장 휘발유 등 국내 석유류 가격이 상승했고,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도 3%대까지 반등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전월비 기여도는 0.34%로, 이는 전체 물가상승률의 약 80%를 차지한다.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뛰자 8월 생산자물가도 1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9%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 기상 이변·추석 수요 등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인상 등이 상승세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는 함께 움직이는 지표다. 재차 ‘고물가 대란’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실질임금 감소 ‘직격탄’을 맞은 노동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