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간 거래”로 글로벌 경기 침체 돌파구 찾은 LG전자, B2B 매출 비중 40% 확대

B2C 대비 낮은 시장 경쟁, 높은 고객 유치율 기대할 수 있는 B2B LG전자, 거시 경제 불확실성에도 B2B 사업으로 안정적 수익 창출 올해 총 영업이익도 경쟁사 대비 호실적 올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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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23’을 둘러보고 있다/사진=LG전자

올해 들어 LG전자가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 전력을 쏟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흐름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움츠러들자, 거시 경제 환경 변화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B2B 시장으로 사업의 중심축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와 달리 B2B 사업은 시장 경쟁이 비교적 덜하고 기업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B2B로 사업 노선 튼 LG전자

21일 IB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앤드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의 올 1~8월 누적 매출 중 B2B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인 것으로 나타났다. H&A 사업본부에서 B2B 매출은 2021년 4조3,000억원, 2022년 5조6,000억원이었으며, 업계에선 올해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LG전자 생활가전의 주요 사업 방향은 B2C(기업 대 소비자 거래)였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이후 촉발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이어 최근 들어선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지갑을 닫게 됐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LG전자는 B2B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고, 이에 따라 관련 매출에서도 개선된 성적표를 보여주게 됐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올해 B2B 매출 비중을 40%까지 늘릴 예정이다. 특히 LG전자 내부에선 B2B사업 확대가 ‘상고하저’ 흐름 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통상 LG전자는 신제품 출시가 이뤄지는 상반기에 영업이익이 높고, 하반기의 경우 연말 및 성수기 마케팅 비용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계절성을 보여왔다. 실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3조5,510억원) 중 77%인 2조7,351억원이 상반기에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B2B 매출이 늘어나면, 사업 구조 개선을 통해 분기별 수익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LG전자의 H&A 사업본부는 시스템에어컨과 빌트인 가전, 공조시스템 등 B2B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에어컨의 경우 친환경·고효율 모델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시스템에어컨과 에어솔루션에 대한 B2B 수요가 높아진 데다, 빌트인 가전은 북미 지역에서 수요가 올라오고 있는 추세기 때문이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인 ‘스튜디오 인덕션’ 제품을 미국에 출시한 바 있다.

여기에 LG전자는 B2B 강화 및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에도 나선 모습이다. LG전자는 평택에 위치한 디지털파크에 전기차 충전 생산 라인을 구축했으며, 2분기 중엔 국내 시장에 충전기 제품을 출시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6월에는 전기차 충전 전문업체인 애플망고의 지분 60%를 인수하기도 했다.

B2B 사업 덕에 경기 불황 여파 최소화

증권가에선 현재 B2B로 사업을 집중하고 있는 LG전자가 올해 전반적인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B2B 사업의 경우 B2C에 비해 거래당 규모가 큰 데다 경기 등 외부 영향을 덜 받는 만큼 궤도에 오르면 상향 평준화된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월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전자의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19조9,9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2분기 매출액 중 가장 큰 규모에 해당한다. 잠정 영업이익 역시 8,9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 증권사 컨센서스(매출 19조8,409억원, 영업이익 9,694억원)를 소폭 하회했으나 경쟁사 대비 견조한 실적이다.

또한 업계에선 LG전자의 올해 총 영업이익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총 영업이익은 4조3,860억원으로 지난해 3조5,510억원보다 23.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LG전자 관계자는 “B2B 매출 비중을 점차 늘려감에 따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시장 내 경제 심화 현상을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었다”며 “전사적 차원에서 근본적인 사업 체질 개선에 힘쓰면서 비경상 비용을 제외한 영억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LG전자

B2B vs B2C

개인 쇼핑몰, 오픈마켓 등으로 대표되는 B2C는 개별 소비자를 겨냥하는 만큼 비교적 큰 규모의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많은 경쟁자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심지어 진입 장벽이 낮은 시장의 경우 이미 시장이 포화된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B2C는 평균 거래금액이 낮아 개인 소비자당 발생하는 수익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B2C에서의 개인 고객은 대체로 불편함 해소나, 즐거움을 위해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객 이탈률이 높다. B2C 기반의 비즈니스가 성장하기 위해선 B2B보다 훨씬 더 많은 고객 유치가 필요한 이유다.

반면 B2B는 고객 단가가 높은 만큼 고객 수 대비 수익률도 B2C에 비해 훨씬 크다. 또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고객이 비즈니스를 계속 영위하는 한 B2B는 B2C에 비해 높은 리텐션(지속적으로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B2B는 시장의 특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B2C 대비 비교적 경쟁이 덜하고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여기에 B2B의 기업 고객은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해 효용이 더 늘어난다면 다른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