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미국과 핵심광물협정 체결 추진 중” 단, 변수는 중국
조코위 대통령 “IRA 수혜 받을 수 있도록 바이든 대통령 직접 만나겠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인도네시아산 니켈의 ‘IRA 적용 여부’가 최대 관심사 인도네시아 투자 대폭 늘린 ‘중국’이 이번 협정 체결의 변수로 작용할 듯
인도네시아 정부가 미국과의 핵심광물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장관급 인사들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를 직접 찾아가 협정 체결을 요청하는가 하면,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미국을 설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산 니켈 등의 핵심광물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적용을 받게 될 경우 국내 자동차·배터리 제조사들도 혜택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인도네시아가 중국과 밀월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과의 협정 체결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인니 행정부 “핵심광물협정 체결되면 미국 시장 진출 길 확대될 것”
1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미국과 니켈 등 주요 광물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원하는 이 협정이 체결된다면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일부 제품에 대단한 호재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6일에도 아세안(ASEAN) 정상회담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 미국에 광물협정 체결을 제안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부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인도네시아가 수출하는 니켈 등 자국산 희귀광물에 대해 미국의 IRA에 의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받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광물협정 체결 논의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인도네시아 수뇌부들도 지속적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 특히 루훗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 조정장관은 지난달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미국 백악관을 직접 찾기까지 했다. 그는 이달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지속가능 포럼(ISF)에 참석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 인도네시아산 니켈에 대한 IRA 적용 여부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IRA에 따르면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만이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가운데 3,750달러(약 502만원) 상당의 세액공제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아직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인도네시아는 IRA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코위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미국과의 광물협정 체결에 성공한다면 과거 일본이 미국과 체결한 전기차 배터리 광물 무역협약과 같이 주요 광물에만 FTA를 맺는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진출한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에도 영향 미칠 듯
이번 협정이 성사될 경우 국내 자동차·배터리 제조사들도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생산 중인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에는 니켈 등 인도네시아산 원자재가 사용되는 만큼 IRA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전 세계 최대 니켈 매장량을 보유한 인도네시아를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포스코홀딩스, LX인터내셔널 등의 기업들은 지난해 컨소시엄을 꾸리고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서 투자 규모 90억 달러(약 12조원)에 이르는 ‘배터리 그랜드 패키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광물 채굴부터 제련·정제 과정 등을 커져 최종적으로 배터리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이 사업은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초대형 프로젝트로 꼽힌다.
현지의 국내 기업들 사이에선 미국과 인도네시아 간 협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IRA 발표로 현지 개발 및 투자 진행이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들어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LG 컨소시엄 프로젝트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오히려 인도네시아 쪽에서 니켈 원상 수출을 금지하는 등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면서 “첫 투자 협약 이후 현재까지 문제없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년 새 인도네시아 투자 ‘10배’ 늘린 중국, 미국엔 눈엣가시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미국의 광물 동맹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인도네시아 니켈 개발 프로젝트 대부분을 주도하는 중국의 존재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배터리 핵심광물 개발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과 합작회사 등을 설립해 광산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인도네시아에 투자한 규모는 2014년(8억 달러) 대비 10배 가까이 늘어난 82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반둥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에도 중국 컨소시엄 자금이 사용됐다.
미국이 IRA를 도입한 이유가 중국을 배제한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던 만큼 미국 입장에선 인도네시아가 IRA에 합류할 경우 당초 목적과 다른 결과를 낳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아세안 정상회담에 해리스 부통령을 대신 보낸 것도 이러한 불편한 기류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현재 미국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FTA를 맺지 않은 일부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 4월 말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IRA가 많은 인센티브를 창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핵심광물협정국 확대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바 있다. 여기에 지난 6월 우리 정부까지 미국 측에 ‘IRA 핵심광물 인정국 확대’를 공개 요청한 상태라 협정 체결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