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메틱 산업의 VC 거래와 M&A 딜, ‘불황형’ 투자로 변해
소비지향형 아이템, 코스메틱 산업 하락세 VC 거래, M&A 딜이 불황형 전략으로 변화 다른 소비재 산업에 확대 가능성도
경기 침체 여파로 코스메틱(화장품) 산업에 대한 VC 투자가 둔화함에 따라 VC 거래 규모가 소형화되는 추세다. 투자 전문 씽크탱크 피치북 데이터는 올해 코스메틱 산업에 대한 VC 거래 건수와 규모가 전년 대비 하락세라고 발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기 변동에 따라 코스메틱 산업 투자 전략이 불황형 투자로 변하는 중이라고 분석한다.
코스메틱 산업 VC 투자 하락세 이어져
피치북이 발표한 올해 코스메틱 산업 VC 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코스메틱 VC 투자는 누적 거래 건수 24건, 누적 거래규모 16억3,000만 달러(약 2조1,661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총거래 건수 42건, 총 거래금액 20억3,000만 달러(약 2조6,976억원)에 비해 투자 규모가 하락한 것이다. 재작년 코스메틱 VC 투자가 총거래 건수 61건, 총 거래금액 62억 달러(약 8조2,410억원)인 것을 볼 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증가했던 코스메틱 투자는 2021년 이후 매년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VC 전문가들은 최근 진행된 코스메틱 거래 대부분이 경기 침체로 인한 산업 악화 여파로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지난 4월 켈베로스 캐피털 매니지먼트(Cerberus Capital Management)와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Oaktree Capital Management) 등 PE 운용사로 구성된 공동 컨소시엄은 샌프란시스코 소재 뷰티 브랜드 모르페(Morphe)를 3,300만 달러(약 439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미국 유명 크리에이터 제임스 찰스(James Charles), 제프리 스타(Jeffrey Starr) 등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모기업 포마(Forma)의 총매출 80%를 책임졌던 모르페는 모기업의 파산으로 매각 결정됐다.
경쟁에서 밀린 소형기업, 대형 경쟁사가 인수하기도
시장 경제에서 밀려난 소규모 코스메틱 기업을 경쟁사가 인수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3월 이탈리아 밀라노 소재 사모펀드 아시에타(Assietta)가 투자한 이탈리아 코스메틱 기업 나투랄리아 탄툼(Naturalia Tantum)은 비누 제조업체 르아망드(L’Amande)와 고급 향수 기업 제카(Zeca)를 금액 미공개로 인수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스메틱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최근 진행되는 거래도 시장 침체로 인한 파산이나 운영 악화에 따른 불황형 M&A가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투자 그룹 KKR이 화장품 기업 코티(Coty)의 헤어 사업 부문을 25억8,000만 달러(약 3조4,298억원)에 인수한 것도 코티의 운영 악화로부터 비롯됐다. 코티의 헤어 사업 부문은 글로벌 뷰티 브랜드 웰라(Wella)와 클레롤(Clairol) 등을 보유 중이다.
지난 4월 글로벌 뷰티 브랜드 로레알(L’Oréal)에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이 약 25억 달러(약 3조3,235억원)에 매각된 이유도 모기업 운영 악화였다. 모기업 브라질 뷰티 기업 나투라앤코(Natura&co)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심각한 재무 악화를 겪은 바 있다. 나투라앤코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지난해 말 3.5배로 전년 동기간 1.5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나투라앤코는 이솝 매각으로 부채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보도했다.
PE 거래도 불황형 전략 이어져
PE 업계에서 최근 진행된 최대 규모 거래도 대상 기업의 운영 악화에서 출발했다. 지난 5월 헤지펀드 글렌든 캐피털 매니지먼트(Glendon Capital Management), 킹스트리트 캐피털(King Street Capital) 등으로 구성된 투자자그룹이 미공개 금액으로 글로벌 코스메틱 기업 레블론(Revlon)을 인수했다. 레블론은 주 대출 기관이었던 씨티은행 분쟁 이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총 3번의 파산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메틱 산업에 대한 VC 투자나 M&A 딜이 불황형 투자 전략으로 변하는 중이라고 분석한다. 이어 코스메틱 산업은 전형적인 소비지향형 아이템이기 때문에 경기 침체 영향을 가장 빠르게 경험하고 있다며 다른 소비재 산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측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