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페이 운영사가 토스페이먼츠 2대 주주?

중국 알리페이 운영사 앤트그룹, 토스페이먼츠 2대 주주로 등극 국내 FI지분 인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국내외에서 시너지 모색 벤처업계, 토스의 고질적 문제인 수익성 확보에 도움될 것으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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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결제 서비스 자회사인 토스페이먼츠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산하의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을 전략적 파트너로 맞아들인다.

앤트그룹은 13억 명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회사다. 기존 국내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포함해 약 40%의 실질 지분을 확보하면서 토스페이먼츠와 전략적 시너지를 내겠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진출을 도모해 온 토스페이먼츠는 사업적 시너지가 큰 앤트그룹과 손을 잡은 덕택에 해외 결제 사업에 대폭 속도를 내게 됐다.

사진=토스

토스페이먼츠, 중국계 결제 서비스와 시너지 낸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앤트그룹은 최근 토스페이먼츠 대주주인 특수목적회사(SPC) 블리츠패스트의 지분 72%를 인수했다. FI 컨소시엄(LB프라이빗에쿼티·프리미어파트너스)이 블리츠패스트를 통해 간접 보유해온 토스페이먼츠 지분 36%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투자 규모는 1,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6월 토스가 LG U+의 전자결제(PG) 사업부를 3,650억원에 인수, 현 토스페이먼츠를 설립했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번 앤트그룹의 투자 규모는 기업가치 환산 시 약 3,000억원 수준으로 당시 인수가액보다 저가에 지분 매각이 이뤄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토스 그룹 전체가 ‘탑 라인(매출액, 가입자 수 등)’을 투자자들의 요청에 잘 맞추기는 하나 영업이익, 순이익 등의 ‘바텀 라인’ 지표를 맞추지는 못한다는 속설을 들며, 이번 지분 매각도 토스 내부에서 자금 마련의 일환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토스페이먼츠가 추진한 수백억원대의 유상증자에 앤트그룹이 직접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FI 지분 인수 및 유상증자 참여로 토스페이먼츠의 2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이번 거래로 토스페이먼츠의 이사회의 40%는 앤트그룹 인사로 교체됐다. FI 대표 두 명이 물러난 자리에 앤트그룹 관계자인 양 펭 인터내셔널비즈니스그룹(IBG) 대표와 정형권 한국 총괄대표가 지난 12일 등기이사에 올랐다. 정 대표는 앤트그룹의 알리페이가 2대 주주로 있는 카카오페이에서 2017년부터 지켜온 이사직을 사임하고 토스페이먼츠 이사회에 합류했다.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모습/출처=픽사베이

토스의 글로벌 진출일까 앤트그룹의 한국 진출일까

업계에서는 중국 최대 결제 서비스의 한국 진출 의지와 지난해부터 가중된 토스 그룹 내부의 재무적 부담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2020년 여름에 투자자로 들어왔던 LB인베스트먼트의 한 관계자는 “이승건 대표가 투자 수익보다 경영권 확보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결정을 했다”면서 “이번 매각도 FI에게 수익성을 확보해 주는 데 집중한 결정이었다”고 답했다.

결제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카카오페이가 중국의 앤트그룹과 협업이 이뤄지는 상황 속에 토스페이먼츠 지분을 확보하면서 국내 결제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됐다고 보는 분위기다. 반면 토스 내부 관계자들은 앤트그룹이 FI로 들어온 투자인 만큼, 앤트그룹에게는 수익성을 안겨주고 토스페이먼츠가 거꾸로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토스페이먼츠가 당장의 수익성보다 서비스 품질 개선, IT시스템 혁신, 가맹점 확대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단기간에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탓에 최근 투자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토스페이먼츠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7,405억원이었으나, 영업손실도 49% 늘어난 약 687억원에 달했다. 토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1,888억원으로 토스페이의 비중이 약 60%를 차지했다. 수익성을 포기하고 ‘탑 라인’을 끌어올린 결과다.

중국 및 동남아 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

토스 내부에서는 앤트그룹과의 협업으로 토스페이먼츠가 중간이윤이 높은 국가 간 결제 사업에 뛰어들 경우 토스 그룹의 오래된 숙원인 수익성 확보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포화 상태인 국내 전자결제 대행(PG)·간편결제 시장 대신 급성장하는 해외 직구·역직구 수요를 흡수하고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페이와 토스페이먼츠의 결제 인프라가 연동되면 알리페이를 쓰는 외국인은 토스페이먼츠의 국내 온라인 쇼핑몰 10만여 곳에서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게 가능해진다. 반대로 한국 소비자 역시 앤트그룹에 가맹된 해외 브랜드 쇼핑몰에서 토스페이로 바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알리페이 산하의 알리익스프레스는 그간 한국에 5일 만에 직구 배송이 가능하다는 홍보를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토스페이가 연동될 경우 한국인의 해외 직구가 더 쉬워지고, 토스페이먼츠의 수익성도 덩달아 확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7년부터 카카오페이와 협업 관계를 맺어온 앤트그룹은 올해 3월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서비스 확장을 내세우며 제로페이, 네이버페이 등과 파트너십을 확대해 왔다. 이번 지분 인수로 앤트그룹이 카카오페이, 토스페이라는 ‘쌍두마차’를 보유하게 된 셈이라는 것이 한 국내 이커머스 관계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