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고용’ 둘러싼 미국 PE와 포트폴리오 회사 CFO 간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
포트폴리오 회사 CFO들, “펀드 수익률 제고 위해서라도 인력 더 필요” 반면 추가 인력 고용 거부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는 미국 PE 대내외적 여건 악화 탓에 근시일내 입장 차이 좁히긴 어려울 듯
최근 들어 미국 사모펀드(PE)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회사의 CFO들이 자사 내 인력이 부족하다며 불평을 토로하고 있다. PE 업계에선 수익성에 주목하고 있는 데다, 심지어 글로벌 고금리 기조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와 씨름하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회사들에 운영 비용 절감을 강력하게 주문하면서 해당 기업들의 추가 인력 채용이 완화된 탓이다. 실제 지난 9월 컨설팅 기업 BDO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포트폴리오 회사 CFO 응답자들 중 거의 절반(47%)이 중요직에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포트폴리오 회사에 일당백 주문하는 PE
대부분 PE 펀드는 EBITDA(이자·세금·감가삼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을 최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운영된다. 이에 PE 펀드는 기보유한 포트폴리오 회사의 마진을 개선하기 위해 비용 절감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른바 ‘유동성 파티’ 시절인 2021년 이후 비교적 최근까지 지속된 약 2년간의 인플레이션 기조 속에서, PE 펀드들은 덩달아 높아지는 임금 지불 비용을 줄이기 위해 포트폴리오 회사들에 인력 감축을 지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2021년 저금리 기조 속에서 막대하게 끌어왔던 부채 대부분의 만기 상환 또한 도래한 것도 PE회사의 비용 감축 압력을 키우는 데 동조한 모양새다.
이에 글로벌 컨설팅 기업 존슨 어소시에이츠(Johnson Associates)의 앨런 존슨(Alan Johnson) CEO는 “미국 PE 업계 대부분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포트폴리오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고용 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회사들, “인력 감축은 과한 요구다”
포트폴리오 회사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미국 포트폴리오 회사를 운영하는 한 CFO는 “PE 측에서 비용 절감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기존 포트폴리오 회사에 고용을 포함한 모든 추가 비용을 줄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 “정작 최전선에 있는 우리는 인력난으로 인해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대규모 펀드에 속한 포트폴리오 기업들 사이에서 이같은 불만이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DO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50억 달러(약 20조4,164억원) 규모 PE 펀드에 편입된 포트폴리오 기업 CFO의 절반 이상이 본인 조직에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반면 PE 펀드매니저의 25% 이상은 포트폴리오 기업이 인력 과잉 상태라고 답했다. 즉 인력 고용을 두고 PE와 포트폴리오 회사 간 입장 차이가 갈리는 것이다.
또한 대규모 PE 펀드(AUM 150억 달러 이상)가 소유한 포트폴리오 회사가 중소형 펀드보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영향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에 따르면 대형 펀드 소유 포트폴리오 회사의 CFO가 중소형 펀드 CFO 기업보다 60% 이상 핵심 역할에 인력이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대기업 인프라에 너무 익숙해졌다?
다만 PE 측도 할 말이 많은 분위기다. 특히 대규모 펀드에 편입된 포트폴리오 회사 CFO의 경우 대기업 이력을 가진 케이스가 많은데, 이들 대부분이 풍부한 인력과 인프라 속에서 편하게 일을 해왔기 때문에 상황이 나쁘지 않은데도 불구, 과도한 ‘엄살’을 부린다는 것이다.
글로벌 PE 콘 페리(Korn Ferry)의 스테파니 데이비스(Stephanie Davis)는 “우리는 포트폴리오 회사를 운영할 CFO를 선택할 때 대기업 리더십 직위를 중점으로 살핀다”며 “종종 이러한 CFO들은 더 넓은 범위의 자원을 활용하는 데 익숙하고,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PE의 접근 방식을 꺼릴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비용 감축’을 둘러싼 포트폴리오 기업과 PE 간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 연준(Fed)발 고금리 기조가 생각보다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PE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포함한 자산들의 가치가 더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고, 상환 이자 비용도 더 크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피치북이 발표한 ‘2023 글로벌 펀드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PE의 1년 내부수익률(IRR)은 전반적으로 -1.2%를 기록하는 등 부진하고 있다. 이런 만큼 수익률을 끌어올려 출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PE의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추후에도 거세질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