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GDP’ 독일에 밀려 세계 4위로 하락할 전망, 내년이면 한국에 추월당할 거란 예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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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하는 엔저 현상과 독일의 높은 인플레이션 반영된 결과로 풀이
2024년 우리나라도 일본 GDP 추월할 전망, 다만 2025년엔 재역전 허용
‘중국발 리스크’ 확대될 경우 향후 경제 성장 전망 더 크게 낮아질 수도
출처=기획재정부

일본 국내총생산(GDP)가 독일보다 한 단계 낮은 4위로 떨어질 거란 전망이 나왔다. 기록적인 엔저로 인한 달러 환산 규모가 급감하며 일본의 명목 GDP 전망이 낮아진 것에 더해 독일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우리나라 GDP는 2024년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보이지만, 동북아시아 내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된 한국 경제 구조상 그 격차는 오래가지 못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중국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적극적인 개혁이 필요하단 지적도 제기됐다.

올해 일본 GDP, 독일보다 약 2천억 달러 낮을 전망

일본 교도통신이 국제통화기금(IMF)의 발표를 인용해 23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명목 GDP는 4조2,308억 달러(약 5,715조원)로 지난해보다 0.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독일 GDP는 8.4% 늘어난 4조4,298억 달러로 일본을 추월할 전망이다.

이날 교도통신은 일본 GDP가 독일에 밀려 4위로 하락할 거란 전망이 나온 원인으로 역대급 엔저로 인한 달러 환산 규모가 급감한 것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독일 GDP를 꼽았다. 명목 GDP는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포함한 기준으로, 국가·지역의 경제 활동 수준을 나타낸다. 달러화를 기반으로 측정되는 만큼 특히 대내 물가변동과 환율에 영향을 받는다.

올해 독일의 물가상승률은 1월과 2월 8.7%를 기록한 이후 8월까지 6%대를 유지해 왔다. 다행히 지난달 4.5%로 크게 하락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비교적 완화됐지만, 이달 시작된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고물가 우려가 재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편 일본의 경우 기록적인 엔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 일본이 세계 경제 규모 2위였던 2000년대 당시 평균 엔·달러 시세는 달러당 105엔 수준이었던 반면, 현재는 달러당 150엔을 웃돌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IMF의 전망과 관련해 “현재 엔화 약세와 독일의 고인플레이션 영향도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 경제의 침체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GDP, 2024년 사상 처음 일본 추월 예상

IMF는 우리나라가 내년이면 일본의 GDP를 추월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지난 23일 IMF가 발표한 ‘2023년 세계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명목 GDP는 3만3,147달러(약 4,473만원)로 일본보다 한 단계 낮은 순위지만, 내년에는 3만4,653달러로 올라서며 일본(3만4,555달러)을 사상 처음으로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25년에는 우리나라가 다시 일본에 역전을 허용한 뒤 2028년까지 계속 일본에 뒤처질 걸로 내다봤다. 특히 2028년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4만1,505달러(약 5,603만원)로 4만2,467달러를 웃도는 일본과의 격차가 1,000달러 가까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GDP가 일본에 역전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한국 경제의 낮은 성장률을 꼽았다. 국내 K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IMF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1.4%로 잡았는데 이는 장기침체를 겪는 일본(2.0%)보다 낮은 수준”이라면서 “한국의 실질 GDP증가율은 2010년 6.8%를 기록한 이후 내내 2~3%대에 머물고 있다. 사실상 경제 성장이 정체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GDP 기준을 선진국으로 확대하면 한국과 일본의 경제 전망은 더 어둡다. 올해 두 나라의 1인당 GDP는 G7 국가 평균인 5만9,653달러(약 8,052만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또 2028년 G7의 1인당 GDP는 7만2,374달러(약 9,769만원)로 한국·일본과의 격차가 최대 3만 달러까지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배후부지에 위치한 ‘골든하버 프로젝트’ 대상지 전경/사진=인천항만공사

지정학적 리스크 노출된 한국 경제, 공급망 개혁 서둘러야

중국발 리스크가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제시됐다. IMF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중국이 상호 간 디리스킹(위험제거)을 위해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같은 주요국도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OECD와 중국이 동맹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프렌드쇼어링과 이보다 강화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시나리오에 따라 주요국에 미칠 경제적 타격도 분석했다. 그 결과 프렌드쇼어링일 경우 세계 경제 GDP는 1.8%, 중국 GDP는 6.8%, 한국 GDP는 약 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리쇼어링이 진행될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과 무역 비중이 높은 개방경제형 국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리쇼어링 시나리오에서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GDP가 9.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GDP 감소율은 10%로 중국(6.9%)보다 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동북아시아 내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된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은 “중국 자체의 고령화 이슈 등 동북아시아에 있어서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으로 발전할 수 있거나 성장 잠재력 약화로 이어지는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 중국을 대체할 만한 다른 나라, 즉 인도,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면서 “우리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에 더욱 통합되도록 도울 수 있는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