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불안에 ‘기대인플레이션율’ 8개월 만에 0.1%p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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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 3.4%, 금리수준전망도 전월보다 10p 올라
중동 분쟁에 널뛰는 유가가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의 배경
‘에너지 가격 불안’ 지속되면서 국내 물가와 경기 지표에 악영향 미칠 우려도
출처=한국은행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4%로 8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불안과 공공요금 인상 등의 대내적 요인이 두드러진 결과로 풀이된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서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나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거란 전망과 함께 물가 상승 압력이 재개됨에 따라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국내 경기의 ‘상저하고’ 흐름까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은, ‘2023년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발표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3년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3.4%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한 것은 지난 2월 전달보다 0.1%포인트 오른 이후 8개월 만이다.

한은은 대외적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에 따라 국제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대내적으론 공공요금 인상도 예고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국제유가 상승과 수도권 교통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채소, 과일 등 체감물가도 올랐다”며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물가 상승 우려에 향후 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도 상승했다. 10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28로 전월 대비 10포인트 상승하면서 올해 1월(13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수준전망지수가 100을 상회하면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높다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지만, 반대로 이 지수가 100을 하회하면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사람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물가와 금리 전망이 상승하자 10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 대비 1.6포인트 떨어진 98.1을 기록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 역시 108로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하며 부동산 경기 둔화를 나타냈다.

한 달 새 급등락 반복 중인 ‘국제 유가’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으면 그만큼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중요한 이유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이 이 지표를 중시하는 탓이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 2%대 안착을 목표로 한다”면서 “중동 사태 영향 등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오르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가 우려가 재차 확산되는 배경으로 중동 분쟁이 지목된 가운데 실제로 최근 한 달 새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불안이 두드러지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은 1.76달러(2%) 하락한 배럴당 88.07달러에,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1.75달러(2.1%) 내린 배럴당 83.74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가격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개시 이전보다 1.1% 상승한 수준이지만, 전쟁 발발 후 원유 가격은 배럴당 95달러 수준까지 오르며 가격 등락이 널뛰고 있다.

부채만 ‘200조’ 넘는 한전, 에너지 요금마저 추가 인상 불가피

현재 한국전력이나 국내 인플레이션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 국내 경제에 미칠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22일 발표된 한국전력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400억원으로, 지난해 말 192조8,000억원에서 반년 만에 8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러-우 전쟁 등으로 상승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국내 전기요금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으면서 영업손실이 47조원이 넘는 상황이다.

정부가 한전의 손실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기요금을 다섯 차례 인상했지만, 한전의 재무 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한전은 여러 차례 악화된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에너지 공기업들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에너지 요금은 많이 반영이 못하면서 그 시차 때문에 상당한 적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구 노력을 계속해 가면서 에너지 가격 추이에 따라 요금 현실화를 통해 재무적으로 개선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올해 2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9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에너지 요금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마저 불안이 심화할 경우 국내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물가 상승 압력에 따른 추가적인 경기 둔화마저 우려하고 있다. 국내 J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에너지 수입액 상승과 직결되고, 에너지 수입액이 증가하면 다시 상품수지와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로 이어진다”며 “상품수지는 무역수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무역수지 흑자폭을 감소시키면서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드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