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사모펀드들, 3분기 들어 반등세로 돌아서는 모습 보여
유럽 사모펀드들 회복세, 은행 및 금융기관 관련 M&A에 집중 ARM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것 제외하면 IPO 통한 엑시트는 소강 상태 전반적으로 대형 펀드에 자금 몰리는 현상 강하게 나타나
유럽지역 사모펀드들이 3분기에도 금융경색에 따른 어려움을 겪었으나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도 나타난다.
글로벌 투자 전문 분석 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유럽 지역 사모펀드들의 매각 밸류에이션이 올해 3분기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고, 일부 섹터에서는 활동이 증가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이어 펀드 결성 숫자도 크게 늘어났다.
유럽 지역 사모펀드 거래량은 3분기 들어 직전 분기 대비 약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작년 동기간 대비 2.8% 하락한 수치다. 그러나 올해 3개 분기 거래액 합계는 2019년 전체 년도와 비슷한 규모로, 2021년 팬데믹 이전 최고치와 어깨를 겨룰 수준까지 올라온 부분은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2021년 이래 10억 유로(약 1조4,300억원) 이상의 대형 거래는 유럽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으나, 올해는 9개월간 무려 28개의 거래가 대형 거래들로 파악됐다. 단, 여전히 중간값에 해당하는 거래액은 1분기 1억2,410만 달러(약 1,681억원)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 동안 유럽 지역의 사모펀드 거래 합계액은 294억 유로(약 42조461억원)로, 분기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2분기 대비 83.8% 성장한 규모로, 작년 3분기 거래량이 주춤했던 것에 비해 244.4% 폭등한 수치다. 지난 7월 전자결제 플랫폼 월드페이(Worldpay)가 차입거래(LBO)로 117억 유로(약 16조7,356억원)에 매각됐던 것이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여기에 자산운용사, 증권사들이 사모펀드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한층 커진 효과를 낳았다. 지난 8월 CA 인도수에즈 웰스 매니지먼트(CA Indosuez Wealth Management)가 벨기에의 자산 운용 전문 기관 데그루프 피터컴(Degroof Petercam)을 16억 유로(약 2조2,889억원)에 인수한 건이 대표적이다.
이자율 상승에 따라 국채 등의 채권 기반 자산 운용을 해 왔던 전통적인 금융 기업들이 보유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어려움에 처하면서 금융 기업들에 대한 M&A가 더 활발해진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 작년 대비 21.5% 성장한 수치로, 합계 120억 유로(약 17조1,659억원)에 달하는 거래량을 보였다.
사모펀드들의 매각, 상장(IPO) 등을 통한 엑시트(투자금회수)도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활발한 모습이다. 분기별 성장률은 18.4%를 기록했고, 특히 10억 유로 이상의 대형거래가 8건 나타나면서 시장을 주도했다. 가장 눈여겨 볼만한 엑시트는 영국의 글로벌 반도체설계 기업 ARM으로, 지난 9월 439억 유로(약 62조7,924억원) 가치로 상장을 마쳐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엑시트로 기록됐다.
ARM이 나스닥(NASDAQ)에 상장 절차를 밟은 것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나듯이, 유럽 시장 내의 상장을 통한 엑시트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3분기 기준 상장은 전체 사모펀드 엑시트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특히 ARM을 제외할 경우 사실상 상장을 통한 엑시트보다 기업 매각, 지분 판매 등을 통한 엑시트가 일반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의 대형화는 사모펀드들의 대형화도 촉진하고 있다. CVC 캐피탈 파트너스(CVC Capital Partners)는 올해 260억 유로(약 37조원)에 달하는 9호 펀드를 결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바이아웃(Buyout) 펀드로, 시장 상황이 악화되는 것에 따른 위험 회피를 위해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는 추세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자금 조달 시장도 특히 대형 기관들에 집중되는 현상을 나타냈다. 지난 3분기까지 집계를 보면, 올해 내내 무려 57.7%의 자금이 상위 3개사의 펀드에 집중됐다. 지난해 35.9%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대형 펀드 선호 현상이 한층 심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