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모건 “4분기 이스라엘 GDP 11% 급감”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암운
하마스와 전쟁 확대로 경제 타격 심대할 전망 블룸버그 "JP모건 전망, 월가에서 가장 비관적" 1차 오일 쇼크가 촉발한 스태그플레이션 반복될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사실상 장기화된 가운데 이로 인해 올해 4분기 이스라엘 경제가 계절 조정치 연율로 11%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해당 분석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을 시작하기 24시간 전에 나온 것인 만큼, 실제 경제성장률 하락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격화하는 갈등에 가파르게 추락하는 이스라엘의 GDP 전망
2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은 지난 27일 내놓은 투자자 노트에서 “이스라엘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5%, 2024년에는 2% 성장할 것”이라며 “10~12월 사이의 GDP는 전년 대비 11%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7일부터 시작된 분쟁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JP모건의 초기 예측은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분쟁이 시작된 이래 월스트리트에서 나온 가장 부정적인 예측이라고 보도했다.
투자자 노트에 따르면 리스크가 아직 하방으로 치우쳐 있을 수 있는 데다, 전쟁의 규모와 기간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전쟁이 이스라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2014년 하마스와 7주 동안 지속된 분쟁과 2006년 레바논 기반의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포함한 이스라엘의 이전 분쟁은 경제 활동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현재의 전쟁은 이스라엘 국내 안보와 신뢰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의 투자자 노트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개시하기 약 24시간 전에 발표됐다는 점을 비춰볼 때 실제 하락분은 더욱 클 전망이다.
28일 이스라엘은 전날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추가 투입한 후 “하마스와의 전쟁이 2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전쟁을 3단계로 분류하면서 1단계를 ‘가자지구 공습’으로, 2단계는 ‘지상전’으로, 3단계는 하마스 격퇴 후 가자지구에 새로운 치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정의한 바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발표 당시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 SNS X(옛 트위터)에 “시온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면서 “이것은 모두가 대응조치를 취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워싱턴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이스라엘에 전방위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전쟁터에서 분명한 응대를 받았다”고 했다.
1984년 이후 최장기간 약세 기록한 이스라엘 환율
격화하는 양국의 분쟁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미 이스라엘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벤치마크 지수인 TA-35 지수는 지난 7일부터 29일까지 현지 통화인 셰켈화를 기준으로 11% 하락했다. 셰켈화 가치도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셰켈화는 12 거래일 연속 떨어져 1984년 이후 최장기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지난 23일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4.75%로 동결했다. 기준 금리 동결에 힘입어 셰켈화는 13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소폭 반등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의 리스크를 논할 때 중동은 고려되지 않은 만큼 급작스런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가져온 충격은 더욱 크다. 올 3분기까지만 해도 주로 러·우 전쟁, 미중 갈등, 인플레이션, 고금리가 주요 이슈였다.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과 수교를 추진하면서 중동 리스크가 관심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중동이 전화에 휩싸이면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사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동 문제가 특히 심각한 이유는 유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동발 불안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는데 최악의 경우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충돌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아 내년 세계 인플레이션이 1.2%포인트 상승하고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은 전망치보다 1.0%p 하락해 1조 달러(약 1,335조원)가량의 손실을 전 세계에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2023년 10월과 1973년 10월, 중동 오일 쇼크 반복되나?
1973년 이집트와 시리아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침공해 ‘4차 중동전쟁’을 일으켰을 당시 이는 ‘1차 오일쇼크’로 이어졌다. 아랍 산유국들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한 석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유가는 4배나 폭등했다.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단어도 제1차 오일쇼크의 여파로 생겨났을 만큼 당시 중동전쟁이 세계 경제에 준 충격은 역사적인 수준이다.
물론 올해 10월의 유가와 1973년 10월의 유가는 동일하지 않다. 과거의 교훈이 있는 만큼 아랍 석유 금수 조치가 단행되더라도 세계 경제가 순순히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다. 1973년과 달리 지금은 이스라엘이 아랍 국가들과 대치하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주요 산유국이 아니다. 국제 사회는 국제 유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생산 여력이 있고 미국은 전략비축유(SPR)를 활용해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다. 또한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등 기타 시장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유가가 크게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유가에 상승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사우디, 이란 등이 이스라엘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 있으며, 이는 석유 수출과 원유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물 경제의 다른 분야로의 파급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