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 “반도체 규제에 허점 있다”, 중국 향한 추가 반도체 규제 가능성 시사한 美 상무부 장관
美 러몬도 장관, “화웨이 7나노 공정 말 안 된다” 中과 거래하던 반도체 기업들, 사실상 ‘디커플링’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對中 반도체 규제 허점이었던 클라우드 서비스도 추가 규제 대상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청문회를 통해 상무부가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추가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만약 기존 규제에 이어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위한 추가 조치가 도입되면, 중국과 거래하던 미국 반도체 기업은 물론, 우리 기업들 또한 사실상 중국과 거래가 끊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반도체 등의 하드웨어 분야를 넘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까지 대중국 규제를 확대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어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 의지 밝힌 러몬도 상무부 장관
4일(현지 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이날 연방 상원 상무위원회 청문회에서 “화웨이의 첨단 반도체 탑재에 대한 보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우리는 다른 도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 통제) 규제와 관련된 추가적인 자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러몬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화웨이가 공개한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첨단 공정으로 만든 모바일 프로세서 ‘기린 9000s’를 탑재한 ‘메이트60 프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7나노 공정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갖춰야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고자 지난해 10월부터 대중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런데 화웨이가 보란 듯이 자사 신제품에 7나노 반도체를 탑재하자,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가했던 일련의 대중 수출규제들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즉 러몬도 장관이 이번 청문회를 통해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위한 추가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러몬도 장관은 화웨이에 대한 상무부 조사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대신 “미국 반도체 업체인 시게이트가 올해 초 별도의 허가 없이 화웨이에 자사 제품을 판매한 건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3억 달러)을 부과한 것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필요한 만큼 강인하지만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러몬도 장관은 미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7나노 칩을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우리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서도 “어느 조사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으나, 한 가지 명백한 것은 어떤 기업이든 우리 수출통제를 우회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찾을 때마다 우리는 조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반도체 ‘옥죄기’에 새우 등 터지는 관련 기업들
이처럼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중 반도체 규제를 두고, 일각에선 중국과 거래하는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의 경우 기존 규제와 함께 새롭게 적용될 규제가 중첩되면서, 이젠 좋든 싫든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 3월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을 포함한 우려 국가에서 생산을 일정 부분 확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반도체지원법(CSA)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 규정안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범용반도체 기준, 규제 대상을 로직 반도체는 28나노, D램은 18나노, 낸드플래시는 128단으로 규정했다. 이는 미국이 자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제안을 발표했던 지난해 10월 기준과 동일하다.
문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가 대부분 첨단반도체라는 점이다. 즉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CSA 투자 보조금을 받으면 향후 10년간 반도체 생산능력을 중국에서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만약 이를 어기고 중국에서 실질적인 확장을 하거나, 10만 달러(약 1억3,410만원) 이상의 거래를 하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러몬도 장관의 발언대로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이보다 한층 강화되면, 우리 반도체 기업의 중국과의 거래가 사실상 단절될 것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배적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및 투자 규제와 관련해 중국은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중국의 대표 반도체 장비업체인 중웨이반도체(AMEC)의 제럴드 인 CEO는 “미국은 지난해 10월 시행한 수출 규제를 통해 우리 반도체 기술을 28나노미터로 제한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며 “이는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보다 5세대 이상 뒤처지질 원하는 것이며,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중국에 대한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규제 시행
더욱이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규제는 비단 반도체 등 하드웨어 분야에만 국한되진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미국 상무부가 올해 중으로 자국 첨단기술 보호를 위해 중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접근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가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중국 인공지능 기업들이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현행 수출 통제 규정을 우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만큼, 클라우드 서비스 규제를 통해 이같은 허점을 막는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규제가 채택되면 아마존닷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는 첨단 AI 칩 기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중국에게 제공하기 전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해당 정책이 실제 발효되면 수출 통제 정책의 범위가 기존 반도체 및 장비 제조업체 이외 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히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중 이미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