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150엔선 붕괴, 日 당국 “이대론 안 된다” 시장 개입?

150엔선 무너진 엔·달러 환율, 선 넘은 순간 ‘널뛰기’ 양상 보여 시장서는 日 당국 개입 가능성 제시, 당국은 “코멘트 삼가겠다” 美 장기금리 역대 최고치 경신, 日 벌어지는 금리차 어떻게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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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3일(현지시간)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50엔을 넘어섰다가 즉시 회복하는 ‘널뛰기’ 양상을 보였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선을 넘어섰던 지난해 10월 일본 측의 소위 ‘복면개입’ 전례가 확인된 만큼,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이 있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미국 장기채 금리가 계속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당국의 일시적인 시장 개입만으로는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우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상황이 점차 악화하며 일각에서는 일본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150엔선 넘어선 엔·달러 환율

미 노동부는 8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민간 기업 고용 건수가 961만 건으로 전월 대비 69만 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880만 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 노동 시장 과열이 좀처럼 꺾이지 않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짙어졌다. 가뜩이나 낮은 수준에서 머물던 엔화 가치는 또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3일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50.16엔까지 뛰었으나, 수 초 만에 2% 하락하며 달러당 147.43엔까지 떨어졌다. 이후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며 엔화 매도세가 거세지자 달러당 149엔대까지 재차 상승했다. 엔화가 순식간에 큰 폭으로 등락하자 시장에서는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에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꾸준히 인상해 왔으나,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안정적인 물가 상승을 위해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했다. 이후 국채 금리 상승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쳤고, 결국 엔·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지선인 150엔선까지 미끄러졌다.

일본 정부, 또 시장 개입했나

시장의 의심은 일본 정부의 ‘전례’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0월 2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1엔대 후반까지 상승했다가 144엔대 중반까지 7엔가량 급락한 바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대량의 엔화를 매수하고 달러화를 매도하는 ‘복면개입’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일본은행은 9월 22일, 10월 21일, 10월 24일에 총 9조1,000억엔(약 83조원) 규모로 엔화를 매수해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일본 정부가 150엔선을 기준으로 삼아 시장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달러당 150엔이 일본 당국의 심리적 저지선인 만큼, 150엔을 넘으면 달러를 매도하려는 대기 주문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일본 정부 측에선 현재 개입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외환시장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 코멘트를 삼가겠다”며 “과도한 환율 변동에 대한 스탠스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엔저 흐름에 대해 “계속해서 높은 긴장감을 갖고 만전의 대응을 취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6일 연속 구두 개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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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오르는 美 장기금리, 긴장감 고조 

한편 시장에서는 이번 엔·달러 환율 150엔선 붕괴 상황이 작년 10월 대비 한층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달러-엔 환율은 미국 장기금리 상승과 비례해 움직여 왔다.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으로 일본 장기금리를 억제하고 있는 가운데, 자연히 시장 참가자들의 주목이 미국 장기금리 움직임에 쏠리면서다.

달러-엔이 150엔을 돌파한 작년 10월 말 미국 장기금리는 4.2%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6년 만에 최고치까지 뛰어오른 상태다. 전날 미국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4.8%를 넘어섰다. 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며 채권 금리가 급등한 것이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장기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7%까지 상승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면 시장 참가자들은 엔화를 매도한 뒤 달러를 매입하게 되고, 자연히 엔화 가치는 추가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일본은행은 지난 7월 말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0±0.5%이던 장기 기준금리를 연 1%로 사실상 인상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일본은 공개 시장 조작에 나서는 등 급격한 금리 상승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고, 점차 미·일 금리 격차가 계속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장기금리가 뛰고, 150엔선이 무너지는 등 상황이 점차 악화하기 시작했다. 일시적인 시장 개입만으로는 수습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고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